2023 하마스 전쟁 여덟째 날

샤밧 아침이라 조용해야 할 시간인데 동네 사람들이 일찍부터 정원으로 나온다. 우리 골목에 사는 군인의 장례식이 있었고 근처에 로켓 파편도 떨어져 뒤숭숭했던 모양이다. 

 

어젯밤 우리나라 시그너스가 와서 163명을 실어갔다. 도시락 맛있겠다. 관광차 왔다가 발이 묶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교민들은 쉽게 떠날 상황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 사진이 왜 공개됐는지 의문이다. 누굴 데려온 거냐 말 나오게 하려는 건가? 한국에서 유학 사업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많다.

 

10:00 며칠째 같은 패턴이다. 오테프 아자와 아슈켈론으로 로켓이 발사된다. 아이언돔이 방어하는 하늘이 보인다. 

11:00 IDF 대변인 다니엘 아하리의 연설이 예고됐다. 

12:30 쉐펠라, 구쉬 단, 텔아비브에 공습 알람이 있었다. 

13:00 납치자 가족들이 모여 인질 구출을 요구하는 텔아비브 사로나 현장에 다녀왔다. 마음이 찢어진다는 게 이런 거다. 물리적 통증까지 느꼈다. 하마스는 IDF의 공습으로 이스라엘 인질 9명이 24시간 안에 죽었다고 밝혔다. 

14:30 브엘쉐바에 공습 알람이 있었다. 

15:00 IDF 대변인 다니엘 아하리가 또 연설했는데, 하마스가 가자를 통치하는 것을 막는 게 목표이며 북부 가자에서 모든 민간인은 16:00까지 떠나고, 가자에 있는 외국인은 이집트와의 국경으로 급히 출국하는 협상이 마무리됐다. 미국 외교부도 직원 가족들과 비필수 인력의 출국을 공식적으로 결정했다.  

16:00 오테프 아자, 아슈켈론 등에 공습 알람이 계속된다. 

 

하마스가 국경 근처 IDF 기지를 무력화하기 위한 훈련을 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우크라이나에 비상이 걸렸을 것이다. 러시아야말로 이런 전술이 필요할 테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와중에 네탄야후 총리는 탄핵돼야 하고 갈란트 국방부장관은 jerk라는 등 그분다운 소견을 쏟아놓고 있다. 이란 혁명군 사령관 술레이만 제거 작전 때 이스라엘이 안 도운 걸로 아직까지 이를 갈고 있다. 이해는 간다. 비비가 원래 치떨리는 배신의 아이콘이다. 러시아 문제에서도 여전히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고. 두루두루 갑갑하다.

 

시간이 다가오며 동네 아이들이 놀이를 시작했다. 엄마들이 견디다 못해 다 데리고 나온 것이다.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빠가 전투현장에 들어가고 있다는 상상은 그들을 서서히 죽여간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 된다. 아무도 언급하지 않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그 기분. 밤새 잠을 못 잤다는 엄마들을 낮잠을 자도록 밀어 넣었다. 아이들은 그냥 소리만 지르면서도 잘 논다. 애써 잠을 청하는 사람들은 그 소리에서 위로를 얻을 것이다. 어젯 밤 우리나라 국방부 수송기가 왔다간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이 왜 안 갔냐고 물어본다. 갈 곳이 있다는 것, 내 나라가 안전하다는 것, 정말 눈물나는 일이다. 가자의 하늘을 본다. 

 

17:00 구쉬 단과 아슈켈론 등에 공습 알람이 있었다. 충돌 소리가 들리지만 계속 동요 없이 놀고 있다. 

17:40 해가 저물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집으로 흩어진다. 내일부터는 교육부가 줌 수업을 시작한다니 좀 나아질까. 

18:00 또 그 시간이다. 저녁을 먹고, 오늘 밤 준비를 한다. 담담하다. 

20:00 IDF 대변인의 연설을 듣고 모두 숙연해진다. 아들 둘이 전선에 있는 어머니가 히스테릭한 울음을 터트리려다 그조차 못하고 거실을 나갔다. 모두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는 심정이지만 어떻게든 정신을 붙들려고 애썼다.

20:10 이스라엘 장관들이 샤밧이 끝나고 기어나와 연설을 한다. 예를 들면 헤즈볼라는 끼어들지 말라는. 이 점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좀 똑똑한 듯. 이스라엘이 약점을 스스로 폭로하는 셈이라고. 

20:30 오케프, 아슈켈론, 아슈돗, 구쉬 단, 쉐펠라, 샤론까지 로켓이 쏟아졌다. 아이언돔 예산 지원할 미국 상원이 파업 상태고 예산 집행은 셧다운이라지. 

21:00 전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후방은 해야 할 일이 있다. 이를 테면 출근 준비? 일찍 자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