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 밤 공습 알람 이후 꽤 조용했다. 며칠 잠이 부족해서 마마드 옆 방에 들어가 일찍 잠을 청했다. 요즘은 낮에는 우리집에 있어도 잠은 마마드 집에서 자고 있다. 한밤중에 공습 알람이 울려 마마드로 달려갈 때 캄캄한 데서 잘 못 보고 계단에서 구를까 봐서다. 요즘은 마마드까지 달려가는 1분 30초가 빠듯한 느낌이다. 나와 남의 경계라는 게 전쟁이라는 현실 앞에서 희미해진다. 우리와 적의 경계가 분명해져서 그런가. 방은 부족하지 않은데 방 주인들이 다 전선에 나가 있기 때문이다. 자기 전에 방 주인을 떠올리며 기도한다. 어쩌면 지금 그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그냥 숨이 막힌다.
미국 대통령이 소견을 발표하기 시작하면 이스라엘 전쟁은 교착 상태가 된다. 가자에 입성하는 게 좋은 생각이 아니란다. 가자에 입성 안 하고 하마스를 무력화시킬 수 있나. 유럽의 무슬림들조차 하마스와 가자를 구분하지 않는데. 이에 대한 네탄야후의 반응은 얄밉지만 현명하다. 바이든더러 직접 와서 보란다. 바이든 대통령이 18일 도착할 예정이다.
MBS가 너무 오래 침묵한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원자로를 놓쳐서 분통이 터질까, 지긋지긋한 팔레스타인 골치가 아플까, 블링켄이 인질 석방 중재하라는 압력이 재수 없을까. 마침 불편하던 차에 잘됐다 여길 수도 있겠지. 미국이 이렇게까지 사우디에 목매는 걸 들킨 것도 좋은 일은 아닌데.
08:00 오늘은 치과에 가는 날이다. 예약 시간을 몇 번이나 조종했지만 더 미룰 수가 없어서 갔다. 나의 치과 의사님은 미국에서 이민하신 분인데, 나를 볼 때마다 대한민국 치과가 빚어낸 훌륭한 금니 솜씨에 번번히 찬탄하곤 하신다. 그런 분이 아무 말이 없다. 기계적으로 치료를 끝내고 모든 일이 속히 지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아들이 둘이나 전선에 있단다. 불평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말을 삼킨다. 집에만 있는 것보다 환자를 보러 나오는 게 본인에게 좋다고 한다. 이 나라는 집단적인 트라우마 상태다.
스모트리치 경제부 장관을 수장으로 한 남부 지방 보상위원회가 구성된단다. 20여 정착촌의 수많은 집들과 숲과 토양과 차량들을 복구하는 데 얼마가 들까. 그보다 더 큰 걱정은 이 엄청난 과제를 스모트리치 같은 사람이 할 수는 있나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전 정부에서 경제를 맡았던 리베르만이 비상 내각에 들어갈 뻔했는데 결국 또 불발됐다. 에고들이 여전해서 피차 입장차이가 안 좁혀지나 보다.
09:00 이집트 라파 국경이 열리고 외국인들의 가자 탈출이 시작됐다. 이집트가 가자 난민을 받지 않으려는 이유는 수십 가지는 된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들어가는 나라들은 모두 어려움을 겪었다. 요르단, 이집트, 레바논, 튀니지아, 다들 지금까지 진저리를 친다. 카타르가 언제까지 하마스에게 의리를 지킬까. 난민 문제는 포시즌 호텔에서 기자회견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데. 가자 난민들에 대한 고민을 하기는 할까.
레바논과 국경 2킬로미터 이내 28개 정착촌의 소개가 결정됐다. 자기 나라에서 난민으로 살아야 하는 이들이 벌써 7만 명이다. 내셔널 뱅크에서 이들을 위한 특별 대출을 시작한다. 북부 키부츠들은 협력관계인 키부츠들이 많아서 중부로 이동하면 그만인데, 안 떠나겠다고 버티는 사람들이 꽤 된다. 사실 그래서 이들이 키부츠이다. 73년 전쟁 때도 골란과 갈릴리를 지킨 건 엄청난 희생을 무릅쓰고 키부츠를 지킨 이들 덕분이다.
11:00 쉐펠라 유다 산지에 공습 알람이 울렸다. 예루살렘 방향이다.
11:45 아슈켈론 아슈돗 쉐펠라 순서로 공습 알람이 울렸다.
12:30 브엘셰바로 공습 알람이 울렸다.
14:00 오테프 가자로 공습 알람이 이어진다. 소강상태가 길어지니 인도주의 차원에서의 휴전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IDF 대변인이 또 나와서 절대 휴전 아니고 하마스 군사령관 무함마드 데이프를 추격하는 작전을 지속할 거라고 말한다.
그나저나 이집트에서 아직도 가자로 구호품이 못 들어가고 있다고 불평한다. 그게 뭐 일부러 시간 끄는 건 아닐 거다. 이스라엘 관료주의가 전쟁중이라고 극적으로 달라지지 않은 것뿐이다.
IDF에서 파악한 납치자와 실종자 숫자는 199명이라고 한다. 지난 밤 네탄야후 총리가 가족들 대표와 한 자리에 앉았다. 별말은 없었다. 무슨 말을 하겠나. 멱살 안 잡힌 게 신통하다. 아무튼 미디어 홍보 전문가가 결합해서인지 유가족들이 뉴스 프로그램에 번갈아 출연하고 있다. 이 문제를 상기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말을 이어가기도 힘들 만큼 지쳐보이는 부모가 나와서 정부에 무엇을 요청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광경은 보기 힘들다. 뭐긴 뭐냐. 외국도 아니고 자기 집에서 납치당한 이들을 보호하는 게 나라의 역할이니, 그 나라가 책임지고 납치자들을 찾아오라는 것이다. 똑똑한 사람들이 많으니 이 정도 활동이 이뤄진 거지, 여전히 어디 하소연할 상대는 없다고 한다. 실종자 문제는 내무부 소관인가? 알 수가 있나.
드디어 이스라엘 올림픽 위원장 야엘 아레드가 피파에 항의했다. 피파 의장 지아니 인판티노는 13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축구협회에 각각 안됐다는 편지 한 장 보낸 게 전부다. 오랫동안 고통받아 온 이 지역 사람들을 보고 있는 게 가슴 아프단다. 축구로 국가 대리전을 대신하니 날마다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도 게임 같은가. 유럽 축구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유대주의와 인종주의로 편향된 도발 행위에 대해 아무 반성도 없다. 요시 베냐윤은 영국과 스코틀랜드 축구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영국 축구협회가 제지하지 않는다면 역사가 심판할 거라고 말했다.
16:00 이스라엘 국회가 추모식을 가졌다.
이스라엘 대통령 헤르쪼그와 국회의장 아미르 오하나
1973년 골란고원의 전쟁 영웅 아빅도르 카할라니, 일종의 키두쉬를 읽었다.
야당 대표 야이르 라피드 "세계가 우리 대응이 맘에 안 들면, 맘에 안 들라 하라. 하마스는 가자에 남을 수 없다."
네탄야후 총리의 정치 생명은 이 일 후에 어떻게 될까. 선거에 졌다고 이 나라가 다 불타기를 바랐던 전적이 떠오른다.
16:45 구쉬 단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을 향해 공습 알람이 울렸다. 대통령 총리 120명 국회의원 모두 마마드로 움직이는 것도 그렇지만, 방송중이던 스튜디오의 대피 장면도 생방송됐다.
카메라맨이 감성적인가 했더니, 고정 카메라란다. 공습을 피하는 이스라엘 국회 포디움 위 헤르쩰의 사진이 절묘하다.
17:17 구쉬 단에서 텔아비브까지 또. 여기 익숙해진 것도 있지만, 북쪽에 더 신경이 곤두선 것도 사실이다. 북쪽에 IDF를 향한 포격이 있었다. 레바논은 헤즈볼라 때문에 또 대가를 치를 용의가 있는 건가?
이스라엘에는 많은 장애인이 있다. 보지 못하는 사람, 듣지 못하는 사람은 어떻게 이 전쟁을 통과하고 있을까? 정보기관 샤바크 수장이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제껏 책임과 비슷한 단어도 입밖에 뱉지 않는 누가 떠오른다.
전선에 나간 전투병들이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한둘이 아니고 정말 많다. 신혼 커플이 뉴스에 나와 수줍은 듯 행복한 듯 소감을 말하는 이 현상 너머에는 엄연한 현실의 냉정함이 있다. 혹시라도 전투 중 무슨 일이 일어나면, 잘해야 약혼녀일 뿐인 여성들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추모할 아무런 법적 권리가 없다. 결혼은 법적 계약이고, 그 계약만이 남편의 죽음을 아내로 하여금 준수할 수 있게 해준다. 보상금 같은 얘기가 아니다. 이스라엘은 전사자에게 그런 걸 주지 않는다. 아내로서 남편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 쉬브아שבעה에 앉을 권리, 위로를 받을 권리를 원하는 것이다. 이것은 약혼녀였을 뿐이었기에 상실을 통과할 권리가 없었던 여성들의 경험들이 쌓인 선택이다. 정자 은행에 정자를 남기는 전투병들도 많다. 이제 20대 초반인 아들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기억하려는 부모들의 소원이다. 전쟁은 무서운 현실이고, 건국과 동시에 그 현실 가운데 있는 이스라엘은 전 방위에서 투쟁하고 있다.
여성 전투병의 전투 능력에 회의를 제기하는 견해들이 많았다. 2023년 10월 7일 거의 유일하게 제대로 작동하며 하마스 테러리스트를 격퇴한 탱크기 여성 전투병 부대였다. 그러하다.
20:00 텔아비브로 연거푸 공습 알람이 울렸다. 칸 유니스에서 하마스의 정부부 수장이 제거חוס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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