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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하마스 전쟁 아홉째 날

새벽 일찍 눈이 떠졌다. 일주일이 지났구나.

 

08:00 북쪽 지방에 공습 알람이 울렸는데 사상자가 나왔다. 북쪽에서 나온 최초의 희생이다. 헤즈볼라가 책임을 인정했다. 눈 테트נ"ט라고 부르는 탱크를 공격하는 대전차 미사일이다. 매시간 북쪽에서 긴장이 커지는 게 느껴진다. 어제 도하의 오성급 호텔 포시즌에서 이란의 외교부장관과 하마스 대표 이스마엘 하니예의 만남이 있었다. (그럼 그렇지. 정치는 포시즌에서.) 후세인 아미르압둘라이한 이란 장관은 이 나라가 멀쩡한 외교를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려고 선택된 사람이다. 테헤란 대학에서 국제 정치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데, 이란의 국제 정치 박사 논문이라니 참 기깔난다. 외교부장관답게 협박했다. 그나저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길어지면 가장 큰 이익은 러시아가 볼 거란다. 푸틴은 어쩜 번번히.   

 

12:15 오전에 해야 할 일들을 하고 나니 소나기가 쏟아진다. 우리 동네는 단독주택들이라 정원들마다 떨어진 나뭇잎이 하수구를 막으면 물 흐름에 지장이 생기며 엄청난 물웅덩이가 된다. 한꺼번에 엄청 쏟아지는 마불מבול의 특성이다. 비옷을 입고 나가 하수구 입구를 청소했다. 금새 막힌 물들이 쏟아져 내려간다. 이 사회의 막힌 부분들도 이렇게 쓸려 내려갔으면. 

 

뉴스에서 인질 문제를 비롯해 물가, 교육, 운송, 교통, 경제 등 각종 문제점들이 나오는데, 기자가 문제를 지적하면, 정부 측 인사들이 나와 아무 걱정 하지 말라고 한다. 거짓말을 빤히 한다. 지금 수퍼 진열대마다 물건이 없고 배터리 같은 게 터무니없이 비싸졌다. 그런 일 없단다. 그렇겠지. 민생을 자진해서 챙기는 공무원이 어디 흔한가. 잇속을 챙기려는 장사꾼들에게 전쟁은 호기인 법이고, 정부는 이런 일을 막아야 전쟁 중 후방 관리가 된다. 남쪽에서 집을 비롯해 전 재산이 불타버리고 소개되어 중부 지방 어딘가 숙소를 마련한 피난민들은 당장 숙박비도 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한테 정부 대책이라는 게 걱정하지 말란다. 이스라엘은 강한 민족이라고. 

 

13:00 중동의 전쟁은 패턴이 있다.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IDF는 북부 가자 주민들에게 피난을 명령한 이후 하루에 한번 가자에 들어가고 있다. 가자 입구에 지상군 투입이 시작되면 오테프 가자를 시작으로 구쉬 단까지 로켓 공격이 쏟아진다. 진입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다. 방송을 켜놓고 대비하면 크게 놀라지 않고 대응할 수 있다. 

 

IDF가 가자에 들어가긴 해도 전면전은 아직이다. 북부 가자 주민들의 피난은 매일 최후통첩 시간이 미뤄지고 있다. 백만 명 넘는 사람의 이동이 쉬울 리가 있나. 스데롯 주민들도 소개פינוי되기 시작됐다. IDF의 가자 내 작전은 국경 근처에 흩어진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서다. 음악 축제 도중 도망치거나 납치되다가 희생된 이들이다. 유대인의 죽음은 남아 있는 자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랍비의 죽음 선포가 있어야 한다. 병원에서 자연사했을 경우는 장례 절차상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하지만 이번 경우, 시신이 훼손됐거나 식별이 힘들고, 여전히 실종자가 많아 생존 여부를 확정해야 한다. 그래서 군대 랍비가 들어가 죽음을 선포할 예정이다. 배우자, 특히 남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호하다면 유대인 여성은 재혼이 불가능하다. 재혼 후 자녀의 할라하적인 유대인 신분도 보장되지 않는다. 맘자르, 즉 사생아가 된다. 문제는 그렇게 중요한 사망 선고의 증거로 유가족에게 전달되는 유품들이 정작 당사자의 것이 아니라는 거다. 유족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예의를 지키는 것은 자그만치 유대인의 미쯔바다.        

 

13:53 구쉬 단 텔아비브와 헤르쩰리야 등에 공습 알람이다. 오파킴으로 테러리스트의 침투가 의심되고 있다. 이것도 패턴인데 정신없이 로켓을 쏘고 그 틈에 이스라엘 영토로 침범하는 것이다.

 

한참 일하는 동안 이상할 만큼 조용하다. 오테프 가자는 계속 공습 알람이 있었지만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비도 오고, 무엇보다 지상전 투입을 앞둔 막후 협상의 시간이다. 가자에 인질로 잡힌 이들의 가족들이 절규를 쏟아놓고 있다. 네탄야후 총리가 가족들 대표를 만났다. 지상군 투입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정치 군사 전문가들의 말들이 이어진다. 미국이 여성과 아이들의 석방을 위해 하마스와 접촉하고 있다. 

 

18:57 텔아비브, 구쉬 단, 쉐펠라에 공습 알람이 있었다. 아이언돔이 세 발이나 막아냈지만 피해가 있었다. 이 주옥같은 기분을 잠깐이나마 잊었었다니. 

 

19:05 실종 납치 가족 대표인 변호사 도디 잘마노비치'דודי זלמנוביץ가 인터뷰 한다. 아들의 실종을 깨닫고 72시간 만에 실종자 납치자 가족 모임을 만들어낸 분이다. 국가 안보 분야는 물론 외교 법률 미디어 분야의 전문가들을 불러 진영מטה을 꾸렸다. 이런 찬사나 할 때는 아니지만, 이런 분이 가족 대표여서 너무 다행이다. 본부는 이스라엘 정부가 내려다보이는 텔아비브에서 젤 비싼 뮤지엄 타워로, 세 층이나 쓰고 있다. 

도디 잘마노비치 변호사의 로펌이 본부로 변했다. 평소 예약 잡고 방문하기도 쉽지 않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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