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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하마스 전쟁 42일

지난밤 '우브다'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네게브 피쿠드 하오레프에서 극적으로 구출된 여군 에덴의 이야기다. 하마스 테러리스트가 난사한 수백발 가운데 12발을 몸에 맞았다. 당시 에덴을 발견했다는 남자 군인들은 현장을 묘사하다 말을 잇지 못했다. 검은 감옥에 갇힌 채 잠드는 것은 악몽의 예약이다. 차라리 안 자고 싶어 책을 읽었다. 내게 루쉰의 책이 있다. 인간의 자유의지가 불의한 판단력을 만나 민족의 운명에 악습을 드리우지만 여기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대중의 무지에 대한 비판이다. 이렇게 처절한 지성의 절규였나. 시진핑 시대 중국이 루쉰을 읽지 않는 이유가 있는 거지. 각자 문명의 시작이라 그런지 중국은 고대 근동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아큐정전이 아랍어로 번역돼 나왔는지 확인해 보았다. 아무렴.   

 

07:45 오테프에 공습이다. 15시간 만이다. 휴전은 아니라는 거네. 

 

지난밤 인질 협상 토론에 들어간 이스라엘 내각은 3일 간의 휴전을 대가로 50명 인질 석방이라는 카타르의 중재안을 거부했다. 거부하나마나, 하마스 신와르는 더 이상 협상에 응하지 않는단다. IDF가 쉬파 병원에 진입한 후로는 카타르와 연락도 끊겼단다. 카타르 중재자가 가자에 들어가서 모처에서 신와르를 만나고 며칠 만에 밖으로 나와 제안을 발표해서 이스라엘의 답을 받는 동안, 전쟁 상황이 바뀌어 이전 중재안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다. 그래서 다들 결론이 휴전이다. IDF는 48시간 넘게 쉬파 병원의 지하 터널과 건물들을 뒤지고 있다.

 

카타르를 통해 협상을 진행중인 태국 인질 협상팀은 태국 노동자 25명이 모두 무사함을 확인했다며(믿을 수 있나?) 휴전이 성사되면 10일 이내에 풀려날 수 있다고 말했다. 태국인 3만 명이 이스라엘에서 일하고 있는데 39명이 사망하고 19명이 부상당했다. 필리핀, 스리랑카 정부는 뭘 하기는 하나. 

 

타쯔피타니트 Observer 감시병이였던 노아 마르치아노의 시신이 가자 쉬파 병원 근처에서 발견됐다. 오늘 12시 장례식에 시신이나마 묻을 수 있게 됐다. 나할 오즈의 감시병 처소에 있던 25명의 타쯔피타니트 중에 17명이 살해됐고, 5명이 납치됐다. 생존자는 3명뿐이다. 이들이 평소에 감시카메라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가자의 움직임이 이상하다고 수없이 많은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게 알려졌다. 대체 어떤 조직적인 결정이 이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경계태세를 허물도록 허락한 것일까. 19살밖에 안된 여군들이다. 군대에서 좀 더 편한 일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굳이 전투병이 되겠다는 남다른 사고를 가졌던 여성들. 이들에 관한 진상이 제대로 드러나는지 여부가 어쩌면 이 나라의 미래일 수 있다. 수많은 이들이 기꺼이 자신의 피를 흘려 이 나라를 지키려는 순간에도,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움직이는 어둠 속의 누군가가 있겠지. 우리는 동화 속에 살고 있는 게 아니므로. 

 

13:00 점심 먹고 시작하는 건가. 오테프에 공습이다. 

13:15 북쪽 국경에 공습이다. 

 

 

서부 네게브에서 가나안 시대 제의 양식을 연구하는 고고학자 오렌 슈무엘리가 키부츠 니르 오즈에서 시프팅 작업을 하고 있다. 불탄 잔해에서 시신 유해를 찾기 위해서다. 6주 된 시신을 찾느라 시프팅을 하다니, 이스라엘의 현실에서만 가능한 기막힌  광경이다. 이런 기록을 어디 문서로 읽었다면 무슨 농담인가 싶을 것이다. 여전히 40명 이상이 납치나 살해로 판정되지 않고 실종중이다. 이 가족들의 심정은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 지난주 평화운동가 비비안 실버가 납치된 게 아니라 사망했다는 판정이 내려졌는데 이 시프팅 작업으로 유해를 찾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60명 이상의 유해를 구별해 냈다. 매일 30명 이상의 고고학자들이 로테이션으로 자원봉사하고 있다. 인간의 유해가 고고학적 방법을 동원해야만 식별할 수 있을 만큼 훼손됐다. 6주 전 그날, 테러가 괜히 일어난 게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데려다 불탄 재의 시프팅 작업을 시켜볼 만하다. 일주일이 넘도록 몸에 달라붙어 사라지지 않는 그 죽음의 그을음에서 원인을 유추해 보라고. 

 

14:30 오테프에 공습이다. 

 

원래 욤쉬시에 뭘 하고 지냈는지 생각도 안 난다. 지친 사람들은 들어가서 눈을 붙이고, 깨어 있는 사람들도 소리를 내지 않아 집이 고요하다. 행복은 소리로, 불행은 공기로 아는 법이다. 

 

 

16:30 샤밧을 앞두고 행진하던 납치자 가족들이 예루살렘에 도착했다. 종교인 일색이라 비어 있는 국회의사당 앞에 텐트를 치고 카발라트 샤밧을 진행했다. 

 

18:00 구쉬 단과 쉐펠라에 공습이다. 샤밧 식사를 위해 상을 차렸는데. 마마드에 달려갔다 오니 손도 대기 싫어진다. 근심은 식욕조차 물리치는 거였다. 전 국민이 식욕부진, 의욕상실, 분노장애, 인간혐오를 겪고 있는 나라의 미래는 어떨까. 무엇보다 맥락없는 울화가 지독하다.  

 

시편이 왜 150편이나 있을까. 이 민족에게 음악적 재능이 부어진 건 그게 필요한 운명이기 때문인가. 슬픔을 감싸고 위로하는 데 노래만한 게 없다. 장례식에서, 쉬브아에서, 모임에서 이들은 자연스레 노래를 부른다. 특히 키부츠는 이스라엘 땅의 아름다움을 노래로 만드는 사명을 가진 이들이었다. 이만큼 모진 삶을 살지 않아 다행이라고 매 순간 생각한다. 그러면서 무슨 수로 그걸 피할 수 있었나 궁금하기도 하다. 아마도 그 답은, 그런 일을 당한 이들을 위로하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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