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밧 아침이다. 새소리가 크게 들리는 태평한 시간에 자전거를 끌고 나가 비어 있는 도시를 한바퀴 돌고 오는 건강한 삶을 좋아했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자전거를 닦았다. 불가피하게 소란스러웠다. 왜 샤밧 아침에 그런 일을 하냐는 모종의 항의가 감지됐다. 분통이 터지는 걸 어쩌냐. 앞으로 맞이할 모든 샤밧은 절대 그날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지난 밤 IDF는 나블루스 발라타 캠프를 공격했다. 가자가 아니라 사마리아 한복판이다. 웨스트뱅크 전선은 전 세계 언론 어디에서도 언급하지 않는 이 나라의 내부사정이다. 그래도 사람이 죽고 상하는 것은 똑같다. 전쟁이니까. 가자에서는 칸 유니스의 표적 건물이 폭파됐다. 희생자 숫자가 열거됐다. 전쟁이니까. 인질들에 대한 소식은 없다. 북부 가자의 인도네시아 병원 근처에서도 전투가 있었다. 가자의 거의 모든 병원마다 하마스 진지가 확인됐다. 곧 쉬파 병원에 대한 전면전이 시작될 모양인지 드디어 환자들의 수송이 시작됐다.
10:00 북쪽 국경에 공습 알람이 울더니 전투기들이 큰 소리를 내며 날아간다. 샤밧 아침에 훈련하는 건 아닐 테니, 저 소리는 실제 상황인 것이다. 레바논 국경에서 최소 로켓 25발을 쏘았단다. 요르단 외무부장관도 성명을 발표했다. 쉬파 병원 공격이 하마스의 결정타가 맞긴 한가 보다.
탄자니아 외무부가 가자에 인질로 잡혀 있던 22세 클레멘스 펠릭스 음텐가의 사망을 발표했다. 키부츠 니르 오즈에서 농업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중 동료 조슈아 몰라와 함께 납치됐었다.
하마스가 니르 오즈에서 인질로 잡힌 86세 아리예 잘마노비치의 영상을 공개했다. 시간이 오래 될수록 인질들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는 협박이다. 전쟁 자체가 충분히 반인권적인데 인질 협상에서 인간미를 기대할 수 있겠나. 미국이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인질 협상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다양한 압력을 시도중이다. 가장 최신의 정보는 5일 휴전과 팔레스타인 여성 수감자 150명 석방을 조건으로, 이스라엘 여성 인질 50명의 석방이다. 인질이 그저 목적 달성의 수단이니 3살 아기를 엄마에게서 떼어놓고 계산한다. 이스라엘은 자녀를 부모에게서 떼어놓는 인질 석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질 협상 과정에서 카타르 에미르가 과도하게 중요해지고 있다. 가자 문제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이집트의 선택은 이 지역 안보에 후과를 남길 것이다.
11월 25일이 다가온다. 세계 여성 폭력 근절의 날이다. International Day for the Elimination of Violence against Women. 이 날이 제정된 것도 가슴아프지만, 이렇게 제정된 날을 무시하는 수많은 나라들의 현실도 답답하다. 최근 미국에서 있었던 가정 폭력 재판은 여성 개인이 경험한 폭력과 맞서 싸우는 데 여전히 한계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우리 오빠"가 그럴 리가 없다는 여성 팬들의 대리전이 더욱 힘빠지는 것이었고. 10월 7일은 그런 한계의 연장선이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테러리스트에게 살해, 납치, 강간을 당했다고 고발하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여기는 세계 여론은, 강간 사실에 대해서도 믿을 수 없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여성 폭력에서 강간 사실의 '입증'은 가장 고전적인 압력이다. 강간 범죄의 내막에 너무나 익숙한 여성단체들이 끔찍한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 결과 이스라엘이 스스로 강간을 증명하기 위한 광범위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헤르젤리야만 해도 딴 세상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외식 나온 가족들이 많다. 라면을 먹으러 간 건데, 계속 끓여야 하는 음식이라 그런지 메뉴에서 빠졌다. 공습 알람이 울리면 주방부터 불을 꺼야 하니까. 인천 fish라는 메뉴가 있다. 데니스를 야채와 함께 쪘다. 왜 이름을 '인천'으로 한 건지 묻고 싶지만, 뭐.
주차장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쇼핑몰 주변에 사람들이 많다. 한참 빙글빙글 돌다가 간신히 주차를 하고 나오는데 길 한가운데 이 나무들이 한줄로 버티고 서 있다. 아니 왜 데켈을 길가에 심은 거야? 종려나무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짤뚱한 줄기 끝에 가지들이 모이고 그 속에 열매 비슷한 게 맺혀 있는데 먹음직하진 않지만 신기하다. Cycad ציקאס 우리말로는 소철이란다. 성인 키만해서 보행자에게는 성가시다. 탁상행정 결과 같은데.
17:00 집에 돌아와 앉기가 무섭게 공습 알람이다. 텔아비브까지 미치는 로켓이 떨어진 건지 쉐펠라로만 끝나는 공습이다. IDF가 자이툰과 자발리야 등 가자 내륙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IDF가 공격을 개시했다는 소식과 함께 6명의 전사자 명단이 뜬다. 자동이다. 지상전 이후 전사자는 56명이 되었다.
납치자 가족들이 예루살렘 총리 관저 바깥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오늘밤부터 장대비가 쏟아질 거라는데 걱정이다. 하마스와 협상에서 숫자를 늘리며 협상을 어긋나게 만드는 게 네탄야후 총리라는 게 가족들의 비난이다. 유대인의 독특한 정서인데,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여러 명의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고 믿는다. 누가 살고 누가 죽을지 선택할 권리가 없기 때문에 모두가 희생되는 게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팔레스타인 수감자 전원을 석방하는 건 그래도 무리가 아닐까 혼자 갸우뚱했다. 가족이 포로로 잡혀 있는데 그 목숨값을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행위가 히브리어 표현으로 그 유명한 '후츠파'다. 개싸가지인 것이다. 네탄야후 총리가 가족 대표를 만나지 않겠단다. 대체 왜 저럴까.
17:30 바레인 왕세자가 갑분 하마스에게, 이스라엘 엄마와 아기들을 석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레인 왕실은 사우디 MBS의 복심으로 통한다. MBS가 직접 카타르와 각을 세우기는 모양새가 빠지니 바레인을 시킨 건가. 쿠란에 전쟁중이라도 여성과 아기를 포로로 삼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IDF의 군사작전은 인질 협상을 가속화하려는 이스라엘 측의 압력으로 해석된다. 또 하마스가 요구하는 몇 명 숫자화 된 인질이 아니라, 엄마와 자녀 등 카테고리의 동반 석방에서 물러설 수 없음을 보이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하마스도 군사 작전 동안 희생이 컸고, 무엇보다 돌아볼 게 없는 이들이니 자폭쪽으로 마음을 정할까 우려된다.
20:50 네탄야후와 갈란트와 간트의 기자회견이다. 자긴 그런 일 한 적 없다는 변호의 장이 되고 있다. 아무튼 인질 협상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한다.
21:30 오테프에 공습이다. 아직도 IDF 작전이 진행중인가 보다.
21:45 이스라엘의 유로 2024에 대한 희망고문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현재 조 1위 루마니아와의 마지막 경기다. 결과가 어찌 됐든 투지를 좀 보여줬으면.
이런 치밀한 경우의 수라니. 이스라엘이 루마니아에게 지면 유로 2024는 끝난다. 다만 이기면 복잡해지는데, 스위스가 이번에 코소보를 이기고, 마지막 경기인 루마니아와 경기에서 비기면 이스라엘이 올라간다. 코소보도 같은 상황이라 스위스와 경기가 대격돌이 될 것이다. 상승세였던 이스라엘 대표팀이 결정적인 순간에 꺾여서 아쉽긴 하다. 베냐윤에게도 조국의 코치가 될 마지막 기회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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