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

1120 하마스 전쟁 45일

하늘이 뚫린 것처럼 비가 쏟아진다. 오늘까지 이런다는 모양이다. 아직 수확을 마치지 못한 농작물이나, 야영하는 군인들에 생각이 미치면, 갑작스런 기온 하락과 함께 찾아온 이 겨울이 반갑지 않다. 이것도 기후 변화와 관련된 건지 비가 너무 극단적으로 쏟아진다. 새벽에 나가 다시 엄청 쓰레기가 쌓인 하수구를 청소했다. 침수 문제를 고려한 도로 설계인데도 강우가 집중되니 별수가 없다. 

 

아르헨티나가 정치 신인을 대통령으로 뽑았다. 자비에르 밀레이. 경제학자라는데 과격한 말과 퍼포먼스로 인기를 끌었단다. 낙태에 반대하고 총을 지지하며 주요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 브라질과 관계를 끊겠다고 다짐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을 모욕했으며 아르헨티나의 독재 치하 사망자 숫자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인간이 기후 변화 뒤에 있지 않다고 말했단다. 저런 사람을 결선투표에서 압도적으로 지지할 만큼 아르헨티나가 넋을 놓은 건지. 인플레이션이 143%란다. 그 책임자 세르히오 마사가 여당의 후보였다. 새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강력한 지지자로 자신의 영적 지도자로 아르헨티나 랍비를 언급했으며 아르헨티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거란다. 저기 유대인 공동체가 강하긴 하다. 

 

부패한 기득권층을 전기톱으로 잘라내겠다고 해서 메타포인가 했더니 실제 퍼포먼스였다.  

 

08:20 오테프 공습 경보가 새벽부터 시간 당 한번씩 울리고 있다. 어제 밤 인질 협상이 거의 합의에 이르렀다고 하니 휴전을 앞두고 전투가 더 치열해지는 모양이다. 음악 축제 노바의 희생자가 364명으로 늘었다. 10월 9일 희생자의 3분의 1이다. 납치자는 236명, IDF 전사자는 지상전 이후 66명이다. 오늘 정부 내각은 인질 가족 대표와 만나기로 했다.   

 

선박 납치 뉴스가 나왔을 때 우리나라 배인가 조마조마했다. 등 터진 새우 신세는 이번 경우 일본이 됐다. 후티 반군이 납치한 선박 Galaxy Leader는 이스라엘 사업가가 일부 지분을 소유하지만 일본 기업이 운영중이라고 한다. 배 이름이 어딘지 일본 같긴 하다. 약 25명의 승무원이 탑승해 있었다는데, 납치자 송환이 보통 일이 아닐 텐데 걱정이다.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이 아랍 국가들에게 정성을 쏟은 보람이 있기를. 후티 반군에 직접 접근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이란 등 관련 국가들에게 협조를 요청하고 있단다. 사우디가 후티 반군을 두고보지 않을 이유가 더 늘었다. 인도양에서 에일랏에 들어오려는 이스라엘 선박은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 희망봉Cape of Good Hope으로 가란다. 뜻밖의 지리학 수업이다.   

 

10월 9일 테러를 떠올릴 때 안타까운 것은 엄청난 희생 외에도 국가의 정치 군사 지도부를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된 일반 시민의 공허함이다. 국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시민과 소통하는 국가 능력이 거의 사라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매일 저녁 군복을 입고 TV에 등장하는 다니엘 하라리 IDF 대변인은 매우 특별하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번 전쟁의 믿을 만한 정보원으로 하라리를 지지하는 비율이 74퍼센트란다. 네탄야후 총리는 4% 미만이다. 하지만 하라리의 메시지도 세계는 수용하지 않고 있다. 쉬파 병원에서 10월 7일 당일 두 명의 인질을 끌고 가는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의 사진이 공개됐는데도 UN은 다른 할 말이 있단다.  

 

어젯밤 쉬파 병원에서 IDF의 도움으로 가자 남쪽으로 수송을 시작한 인큐베이터 아기들이 무사히 국경을 넘어 이집트에 도착했다. 이집트 의사들이 인큐베이터를 준비한 채 29 아기들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이 시점에 휴전을 하게 된다면 하마스를 제거하겠다는 이스라엘 목표는 물 건너 간다. 애초에 그건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PA 외무부장관이 하마스는 이념이라 제거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고 했다. 솔직히 이 분야에서 시오니즘만한 게 있나. 유대인과 시오니즘을 제거하겠다는 것이야말로 망상이다. 아무튼 미국처럼, 외부 세계가 지지고 볶다가 궁극적으로 미국 본토를 공격할까봐 걱정 많은 나라 입장에서 휴전이 최선이긴 하다. 미국 조지아 상원의원 존 오소프가 휴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유대인이다. 미묘한 입장의 정치가 연설문은 사실상 사태를 가장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기가 쉽다. 대안이 없을 뿐. 

"가자 지역의 완화되지 않은 인도주의적 재난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약화시킨다. 전쟁이 확산되고 미군이 전투에 더 많이 참여해야 하는 위험을 높인다. 그것은 증오의 씨앗을 뿌리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평화에 대한 전망도 어둡게 한다. 이는 미국과 국내외 동맹국을 공격할 테러리스트들에게 먹이를 제공하며, 인도주의적 가치로 정의된 미래의 옹호자로서 미국과 동맹국의 신뢰도를 손상시키는 것이다. 만약 6개월 안에 가자 지구가 폐허로 변하고 수만 명의 민간인이 죽고 수백만 명의 절망적인 난민들이 그 폐허를 관리할 실행 가능한 계획이 없다면, 그것은 가자 사람들만의 재앙이 아니라 이스라엘에게도 재앙이 될 것이다. 미국은 10월 7일부터 이스라엘과 함께 했고 지금도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스라엘 지도부에게 좀 더 표적화된 캠페인을 실시하고,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구호를 위한 안전한 통로를 허용하고 제공하며, 목표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극단주의자에 의한 초법적 살해를 방지하라고 요청해야 한다. 서안 지구의 미래 통치에 대한 신뢰할만한 계획을 제시하는 것은 대부분 무시되었다. 미국은 무기, 자금, 지원을 투입하는 일에서 우리의 원칙과 이익을 지켜야 한다. 이스라엘 정치 지도자들이 지혜롭게 행동하고 이스라엘의 가장 큰 친구이자 동맹국인 미국의 말을 경청할 것을 촉구한다.”

요약하면, 이스라엘이여 말 좀 들어 먹으라, 정도 되겠다. PS.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알아서 하고. 

 

10:05 바르암에 공습이다. 고즈넉한 산길이 눈에 훤하다. 

10:06 이어서 오테프에 공습이다. 

11:30 오테프에 공습이다.

12:00 오테프에 공습이다. 

어제 IDF가 공개한 쉬파 병원 사진에서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이 끌고가는 두 명의 인질이 태국 노동자들이었다. 하마스라도 이들이 태국에서 돈 벌러 왔을 뿐 이스라엘과 상관도 없다는 걸 알 것이다. 대체 왜 태국 노동자들한테 그렇게 잔인했을까. 그것도 인종주의로 보인다. 

 

13:30 북쪽 국경에 네 군데나 공습이다. 키리얏 슈모나 피해가 커지고 있다.

14:00 아슈돗에서 아슈켈론을 지나 오테프까지 주욱 공습이다. 30분 이상 이어진다. 어제보다 로켓 수가 더 많다. 하룻밤 사이에 겨울이 느껴지는 기온이다. 헬몬 산에는 벌써 눈이다. 다들 11월 20일에 이렇게 추운 건 처음이라며 입을 모은다. 기후 변화가 맞지 싶다. 군인들의 입성이 너무 부실해 보인다. 처음 이스라엘에 올 때만 해도 한국에서 입던 두꺼운 코트가 어색했는데, 이젠 한국 코트만 적합하다. 

14:40 북쪽 국경에 드론 공격이다. 두 개의 전선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하마스 먼저를 고집한 게 전략적으로 옳긴 할 것이다. 그래도 북쪽이 이렇게까지 어수선해지는 건 큰 문제 같다. 나까지 걱정을 보탤 필요는 없겠지만. 

16:00 오테프에 공습이다. 휴전 가능성 때문인지 조금도 쉬지 않는다. 

 

납치자 가족들이 국회에 가서 내각과 만남을 가졌다.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오쯔마 예후딧 국회의원들이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를 사형할 수 있는 법안을 제안한 것이다. 인질 협상으로 테러리스트를 풀어주는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면서. 납치당한 가족들을 데려와 달라는 시민들에게 국회의원이 이런 짓을 해도 되나. 이에 항의하는 가족들에게 한 국회의원이 한 말은 이렇다. "당신들만 그런 고통을 당한 게 아니다." 10월 7일 테러조차 우파와 좌파의 대립으로 인식하고 납치된 이들이 대부분 좌파니, 자신들과는 상관없다고 여기는 이들이 이스라엘 국회에서 이 전쟁과 인질들의 운명을 결정하고 있다. 이제껏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이해할 수 없는 울분을 느낀 적이 많지만, 이 상황에 비할 바가 아니다. 

 

어느 나라 국회의원이 감히 이런 말을. אין לכם מנדט על הכאב

 

17:20 북쪽 국경에 공습이다.

17:21 북쪽 국경에 드론 공격이다. 키리얏 슈모나는 또 피해다. 

18:05 쉐펠라와 구쉬 단과 텔아비브에 공습이다. 텔아비브를 시작으로 공습 지역이 주욱 뜬다.

 

Pi Glilot compound, Southern Sharon Regional Council, Ganot, Cinema City Glilot, Shefayim, Shoham, Rishpon, Ramot Meir, Kiryat Ekron, Tzafria, Ptachia, Pdaya, Azaria, Sitria, Na'an, Mishmar HaShiva, Mazkeret Batya, Kfar Truman, Kfar Chabad, Kfar Bilu, Yatzitz, Yad Rambam, Yagel, Tirat Yehuda, Hemed, Hadid, Zeitan, Ganei Yochanan, Ganei Hadar, Givat Brenner, Bareket, Beit Arif, Beit Uziel, Beit Nechemia, Beit Hashmonai, Beit Dagan, Arsuf, Achiezer, Industrial area Hevel Modi'in, Zrifin Industrial Zone, Hatzav Industrial Zone, Ramla, Ramot HaShavim, Rinatya, Rosh HaAyin, Einat, Ayanot, Adanim, Ness Ziona, Nir Zvi, Neta'im, Nachshonim, Nechalim, Nofech, Neveh Yarak, Matzliach, Mazor, Magshimim, Lod, Ben Shemen Youth Village, Kafr Misr, Yashresh, Yarkona, Hod HaSharon, Ganei Tikva, Ganei Am, Gan Sorek, Ginaton, Giv'at Ko'ah, Bnei Atarot, Ben Shemen, Beit Oved, Beit Hanan, Be'erot Itzhak, Be'er Yacov, Elad, Irus, Ahisemech, Nesher Industrial Zone (Ramla), Ra'anana, Ramat HaSharon, Ramat Gan - East, Rehovot, Rishon LeZion - West, Rishon LeZion - East, Kiryat Ono, Petach Tikva, Palmachin Industrial Park, Savyon, Netzer Sireni, Mikveh Israel, Maas, Kfar Shmaryahu, Kfar Sirkin, Kfar Daniel, Yehud-onosson, Herzeliya - Center and Glil Yam, Herzeliya - West, Gat Rimon, Gan Shlomo, Gimzo, Gibton, Givat Shmuel, Givat Hen, Givat HaShlosha, Bat Yam, Bnei Brak, Azor, Or Yehuda, Bnei Darom, Maon Tzofia, Shdema, Kvutzat Yavne, Asseret, Neveh Mivtach, Bnei Darom Compound, Misgav Dov, Meishar, Kerem BeYavne, Kfar Mordechai, Kfar Aviv, Givat Washington, Bnaya, Ben Zakai, Beit Gamliel, Kannot Industrial Zone, Kidron, Kfar HaNagid, Gdera, Ge'alya, Beit Elazari. 이스라엘 지명을 익히는 데 아자카 만한 게 없긴 하다. 가자에서 대규모 포격이 이뤄진 건가 심난했는데, 단 두 발이었고, 파편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돼 엄청난 경보가 울린 거란다. 피해는 홀론에서 발생했다. 내일부터 텔아비브 학교들이 등교를 시작할 예정인데, 오늘 공습 경보가 착잡하긴 하다. 수업 중에 경보가 울리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가자 남부로 이어지는 도로 앞에 IDF 탱크가 이동하자 대기하고 있던 피난민들이 일제히 넘어간다. 히브리어로 방송이 나온다. "히브리어를 이해하는 어린이는 겁내지 말고 이쪽으로 넘어오라." 북부 가자, 특히 병원 시설들에 잡혀 있다가 남쪽으로 이동중일 이스라엘 인질들을 피난민 행렬에서 가려내기 위한 방송이다. 정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IDF 지상전 이후 전사자는 1명이 늘어 66명이 되었다. 

 

오늘이 알고 보니 세계 아동의 날이다. 11월 20일. 이스라엘 40명의 아이들이 가자에 납치돼 있다. 엄마 없이 홀로 떨어져 있는 아기들도 있다. 그런데 유니세프는 가자 어린이에 대한 '폭격'을 멈추라고만 한다. IDF는 가자 어린이를 겨냥하지 않는다. 테러는 '진공상태'에서 일어나는 법이 아니므로, 앞으로 무슨 일을 당하든 그런 일을 당해도 싸게 만든 조상의 죄부터 더듬어 봐야 할까.  

 

10월 7일 테러에 가담한 두 명의 하마스 테러리스트가 이스라엘 남부 라하트에 한 달이나 숨어 있다가 잡혔다. 나참. 

'News'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22 크부짜트 야브네  (2) 2023.11.23
1121 하마스 전쟁 46일  (0) 2023.11.22
1119 하마스 전쟁 44일  (1) 2023.11.20
1118 하마스 전쟁 43일  (1) 2023.11.19
1117 하마스 전쟁 42일  (0) 2023.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