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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하마스 전쟁 40일

낮에 행진을 시작한 납치자 가족들이 밤에 우리 동네 근처에 도착했다. 라이드가 필요하다고 해서 거기를 다녀왔더니 가슴이 두근거리고 속이 미식거린다. 밤새 악몽에 시달렸다. 거주할 권리를 빼앗기고 생사를 헤매야 하는 처지를 가볍게 여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악몽 속에 일어나 나의 지옥이 이 정도임에 안도해야 하는 현실에 분통이 터진다. 지옥은 지옥일 뿐이다. 귀에 쟁쟁한 울음소리가 있다. 사람을 동물에 가장 가깝게 만드는 행위, 위해를 가하는 바깥 환경에 반능하는 가장 절박한 본능. 그런 울음을 보고 듣는 것은, 나의 광포한 동물성을 일깨우는 일이기도 하다. 인간은 왜, 무엇 때문에 사는 걸까. 책상 위에 나가기 전에 읽던 본문이 펼쳐져 있다. 다윗이 그 모든 원수들의 손에서 건짐을 받은 날 이 노래의 말로 여호와께 아뢰어 이르니. 시편 18편이다. 주께서 나를 전쟁하게 하려고 능력으로 내게 띠 띠우사. 히브리어로 딱 세 단어다. וַתְּאַזְּרֵ֣נִי חַ֖יִל לַמִּלְחָמָ֑ה 당신이 내게 전쟁할 능력을 붙이셨다. 

 

02:00 IDF가 쉬파 병원으로 진입한다는 속보가 뜬다. 

08:00 쉬파 병원에서 IDF가 작전중이라는 헤드라인이 나온다. 하마스가 병원을 자신들의 전초기지로 사용한다는 명백한 증거 덕분에 백악관으로부터 그린 라이트를 받았을 것이다. IDF 전사자는 48명이 되었다. 

IDF가 의료진과 아랍어 구사자를 작전에 투입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훈련을 받은 이들이라 민간인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BBC는 이걸 IDF가 의료진과 아랍아 구사자를 타겟으로 삼고 공격중이라고 발표했다. BBC쯤 돼도 히브리어를 몰라서 저러나 했더니, IDF 대변인이 영어로 한 멘트였다. 이스라엘 말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반발이 드는 건지, 세계적인 미디어가 저런 실수를 해서 정정 보도를 한다. 미움이 눈을 가린다는 말이 맞다. 

 

캐나다 총리가 이스라엘에게 가자 민간인을 공습하는 일을 멈추라고 말했다. 자기 딴에는 대단한 메타포 같겠지만, IDF의 가자 폭격이 하마스의 테러와 같다는 건 언어 도단이다. 일단 하마스의 테러를 건성으로 봤을 수도 있다. 알만한 사람이.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친이스라엘 집회가 열렸다. 30만 명이 전국에서 전세기를 타고 왔단다. 존 하지 목사가 연사에 포함된 데 일부가 반발한 걸 제외하고는 원만하게 진행됐다고 한다. 

 

14:00 키리얏 슈모나 등 북쪽 도시들에 공습이다. 실상 악코나 하이파 같은 북쪽 도시 거주민의 삶이 더 큰 지장을 받을 거다. 우리나라 대사관에서 북쪽 거주민들을 위한 안보 간담회를 한다나 보다. 

14:01 오테프도 공습이다. 아슈켈론 북부까지 울린다. 아슈켈론에 1발, 북쪽에는 8발이나 떨어졌단다. 

15:20 북쪽 국경에 공습이다. 오테프는 거들 뿐. 북쪽 지방 사람들이 못 살겠다고 항의한다. 여러 차례 IDF 지도자들이 말하고 있지만 헤즈볼라를 잠재우는 길은 사실 간단하다. 그걸 하라고 재촉한다. 

 

오늘 밤 이스라엘 축구 국가대표팀은 헝가리 펠크수트에서 스위스와 유로 예선전을 갖는다. 헝가리에 저런 도시가 있는 줄도 몰랐네. 원래 텔아비브에서 한 달 전에 했어야 하는 경기인데. 캡틴 

 

 

캡틴 엘리 다사가 하마스에 인질로 잡혀 있는 걸로 믿어지는 8세 나베 쇼함의 운동화를 들어올리고 있다. 키부츠 브에리에서 7명의 가족과 함께 인질로 잡혔다. 그의 가족 세 명은 사망했다. 이 가족은 어떻게 살아갈지, 이런 상황에 희망이라 부를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이스라엘 대표팀이 스위스에 이길지 질지 어차피 큰 상관은 없지만 잘 좀 하길 바란다.  

 

17:50 북쪽 국경 지역에 드론 공격이 보고됐다.

18:00 쉬파 병원에서 16시간 넘게 작전이 진행중이다. IDF가 쉬파 병원에 어린이 용품 등을 전달하는 영상이 나온다. 

인질 가족들은 7시간을 걸어 키부츠 게젤에 도착했다. 만 명 이상이 동참했다. 카타르가 3일 휴전을 조건으로 50명 인질 석방을 내세웠다. 이것이 인질 가족들을 크게 동요시키지는 못한 것 같다. 전원 석방이 아니라면 어차피 하마스의 시간 끌기 작전인 걸 두루 알기 때문이다.  

18:15 오테프에 공습이다. 

 

가자로 연료가 들어갔는지, 왜 들어갔는지로 시끄럽다. IDF는 쉬파 병원에서 철수중으로 보고됐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다시 IDF가 civilian infrasturucture를 공격한 것을 격렬히 비판했다. 

 

 

죽은 자를 묻은 것으로 끝나지 않고, 잡힌 자를 되찾아야 할 운명의 사람들. 키부츠 브에리의 새 무덤들. 비가 오기 시작하는 해안가에 구름이 낮게 깔린다.

 

20:20 IDF 대변인의 보고다. 쉬파에서 인질들의 흔적을 못 찾았다면 대체 어디에 갇아두고 있는 걸까. 답변은 40일 동안 하마스에게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남쪽이라는 말인데. 

 

20:30 야당 지도자 야이르 라피드가 폭탄 선언을 했다. 네탄야후를 대신하는 교체 정부를 세울 때라는 것이다. 무슨 현실성이 있어서 하는 말인 줄 알고, 놀란 앵커가 여러 질문을 했지만 그냥 희망사항으로 들렸다. 정계에서 딱히 무슨 반응은 없단다. 뭐야, 왜 이런 식으로. 아무튼 라피드가 한 말은 이랬다. "우리는 훌륭한 시민이 있고, 위대한 군대가 있다. 거기 맞는 더 나은 정부를 가질 자격이 있다." 그러하다. 예산안을 놓고 현 정부가 하는 짓은 믿기 어려울 정도다. 

 

키부츠 사람들 이야기를 보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TV 크리에이티브 팀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매일 희생된 이들을 소개하고 있다. 24시간 방송을 40일째 하는 중이다. 그만큼 스토리텔링할 희생자가 무궁무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천 명에 가까운 희생자다. 이론적으로 하루 한 명 이야기만 만들어도 3년에 육박하는 엄청난 숫자다. 게다가 날마다 희생자가 늘고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의 신랄함과 투박함이 그저 성질 더러운 결과가 아니었다. 

 

22:30 뉴스에도 안 나오지만 이스라엘이 스위스에게 1:0으로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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