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전쟁 55일째, 사람을 고문하는 밤이다. 휴전을 깨고 전쟁을 재개할지 말지 밤새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마스가 비바스(Vivass는 스페인어로 '삶'이란 뜻인데) 가족을 놓고 농간을 부리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목요일 아침 7시에 전투를 재개한다고 밤새도록 위협했다. 이 신경전은 내일 전투 재개 여부를 두고 오늘밤에도 반복될 예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하마스에 대한 증오가 켜켜이 쌓이는 거겠지. 10개월 된 아기를 두고 벌이는 짐승같은 짓에 넌더리가 난다. 자신들의 아기에게도 더한 대접을 할 것 같지 않은데, 저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의 미래가 보나마나 아닌가. 남조차 이렇게 분노가 쌓이는데 가족들의 심정이 어떨지.
06:42 종료 18분 전에 IDF는 납치자들의 석방을 지속하려는 중재자들의 노력과 합의 조건에 따라 휴전이 계속된다고 밝혔다. 대신 오늘 풀려나는 인질은 8명이다. 어제 러시아계 여성 2명을 넘겼으니 그걸로 퉁치겠다는 것이다. 푸틴을 위한 성의라며 생쑈를 벌이더니 구차하게도 말을 바꾼다. 어쨌든 어린이와 여성 8명과 전사한 시신 세 구를 오늘 밤 돌려준다고 한다. 베두윈 남매 아이샤와 빌랄이 포함된 모양이다. 베두윈 납치자는 아이샤와 빌랄의 아버지와 형제를 포함해 4명이 남게 된다. 베두윈은 키부츠와 모샤브에서 일하다가 납치됐고, 음악 축제 등에서 유대인을 구출하다가 17명이나 살해됐다. 베두윈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아이샤와 빌랄만이라도 석방될 수 있어서 다행이다.
07:45 예루살렘 입구에서 총격 테러가 일어났다. 도시 근교로 나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 앞에 승용차가 멈추더니 하마스 테러리스트가 내려 M16을 난사했다. 희생자가 한 명에서 두 명, 세 명까지 늘었다. 두 명의 노인과 한 여성이 사망했는데 여성은 임신 중이었다. 부상자는 최소 7명이다. 근처를 지나가던 군인들과 무장한 민간인이 대처해 테러리스트 2명이 그 자리에서 제거되면서 더 큰 희생은 막았다. 예루살렘에서도 엄중한 치안으로 유명한 곳이니 죽을 수 있다는 것을 테러리스트들은 알았을 것이다. 남의 목숨을 제거하겠다는 일념 때문에 자신의 소중한 삶을 저버리는 한심한 짓은 누가 어떻게 무슨 수로 세뇌시키는 것일까. 전쟁중에 후방의 노인과 여성들에게 총질하면서 지하드의 거룩한 샤히드가 됐다고 자랑스러운가. 저 교리가 진짜 이슬람이 아니라는 사람들이 나서서 제발 저들 좀 재설득해 줬으면.
요르단 계곡에서는 칼부림 테러가 있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군인들이 공격을 받은 것 같은데.
풀려난 이스라엘 인질들은 여성과 어린이 청소년으로 한정돼 있지만 이들이 50일 가량 견뎌야 했던 환경은 대단히 열악했다. 숨이 막히는 지하터널이고 먹을 게 부족하고 맨바닥에서 잠을 잤단다. 그런데 태국인 노동자들이 증언하는 환경은 더욱 열악했다. 이들은 구타 등의 학대도 상당히 당했는데, 함께 있던 이스라엘 남성 인질들은 훨씬 가혹한 처지였다고 한다. 사람 목숨을 거래 가치로 따지는 테러리스트가 제발 '가치'를 생각해 잘 대우해 주었으면. 태국인 노동자는 39명이 살해되고 32명이 납치됐는데, 현재 21명이 풀려났다.
오늘 새벽 헨리 키신저가 100세의 일기로 사망했다. 냉전 시대 미국의 국무부장관으로 주요 정책을 조형한 인물이다.
1973년 3월 1일, 미국을 방문한 총리 골다 메이어가 주미 대사 이츠하크 라빈과 함께, 닉슨 대통령과 키신저 장관을 만나고 있다. 저 자리에서 닉슨 대통령이 미국은 인구가 2억 명인 대국인데, 이스라엘은 인구 2백만 명이라 총리 할 만하겠다고 하자, 골다 메이어가 이렇게 말했다지. "이스라엘 인구 200만 명 중에 20만 명쯤이 자기가 총리인 줄 안다"라고.
키신저가 유대인이라 이와 관련된 음모론이 상당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키신저는 미국의 국익만을 앞세웠다. 특히 소련 체제 하 유대인의 고통이 극심했던 1972년,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로비하려는 유대인 조직을 가리켜 '가장 이기적인 조직'이라고 비난한 것으로 유명하다. 15살 때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이민해 살아남았으면서, 소련이 유대인을 가스실로 보낸다 해도 그건 미국의 관심사가 아니라, 그저 인도주의적 우려일 뿐이라고 했다. 갱장하다. 키신저의 전기도 영낙없이 월터 아이작슨이 썼는데, 나치 체제의 경험이 그의 외교정책에 영향을 준 부분을 흥미롭게 지적한다.
네게브에 세워질 새 정착촌의 이름이 오피르 립슈타인을 기념하는 '오피르'로 결정됐다. 크파르 가자 주민으로, 샤아르 하네게브(네게브의 문) 지역 위원회 회장이었다. 10월 7일 키부츠를 지키다 사망했는데, 장군 출신이고 지역 안보군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IDF 전사자로 인정됐다. 500명 규모의 네게브 새 정착촌은 올해 2월부터 질질 끌다가 이제서야 확정됐다.
저기까지 갔는데 크파르아자나 브에리에 들러 키부츠 사람들을 만나볼 만도 하련만, 그릇이 종자만 해서 쯧쯧.
10:50 레바논 국경에서는 드론 공격에 이어 공습 경보가 있었다. 벌집을 쑤시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14:00 예루살렘 테러리스트는 수르 바헤르에 살고 있는 네메르 형제란다. 두 사람은 죽었고, 부모님을 포함한 가족 6명이 구금됐고, 집은 부서질 것이고, 키부츠 라마트 라헬 옆의 조용한 동네는 쑥대밭이 됐다. 뭘 위해서 이래야 하나? 유대인 3명을 죽이고 12명에게 부상을 입혔으면 PA가 주는 돈이 꽤 되긴 한다.
14:30 블링켄이 네탄야후 총리와 만나고 있다.
14:45 러시아가 LGBT 운동을 금지했다. 푸틴은 참. 스웨덴, 스페인, 벨기에가 뭐라고 하나 기대는 된다.
이스라엘 의료계는 어린이 트라우마 치유에서 선구자가 될 것 같다. 날마다 의사가 나와서 돌아온 인질들을 만나본 소감과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심리학의 대가가 되는 길도 보통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오늘밤 이스라엘 인질 10명이 풀려날 거란다. 8명에 2명의 러시아 시민권자를 보탠 모양이다. 세 구의 시신도 휴전이 연장된다면 넘겨준단다. 하마스가 전투 재개를 두려워하는 건 알겠다. 블링켄도 남부 가자에서 전투가 격화되면 안 된다고 한참 설득했을 것이다. 그럼 20만 명 피난민은 가자와 레바논 국경으로 돌아가 살 수 있는 건가? 네탄야후 총리가 이 압력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일을 해낼 용기가 있나? 다음주 네탄야후의 부패 재판이 속개된단다. 전쟁 중에 얼른 마무리할 수 있겠네.
하누카가 다가오고 있다. 다음주 목요일 7일 저녁이 첫째 밤이다. 벌써 12월이라니 소름.
17:00 오늘 석방되는 인질들은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 국제적십자사에 인계된다고 한다. 노바 축제에서 납치됐던 미아가 크파르 아자에서 납치된 아미트와 함께 가자 시티에서 국제 적십자사에 인계됐다. 어제처럼 수많은 남자 군중들이 둘러싸고 소리를 지르는 가운데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미트는 사피르 졸업생으로 변호사다. 3주가 지나서야 납치가 확정됐었다. 미아는 전쟁 초반에 하마스 선동 비디오에 나왔었는데, 3시간 동안 팔을 수술했다며 이스라엘로 돌려보내 달라고 말했다. 프랑스 시민권을 가진 어머니가 인질을 구해 달라고 기자회견을 했었다. 마크롱이 프랑스 시민의 석방에 기쁘다고 트윗했다. 키부츠 레임의 노바 축제에 참여한 천여 명 가운데 364명이 사망하고 35명이 인질로 잡혔다. 사람들은 이날의 비극을 단지 적에 의한 사람의 학살일 뿐 아니라, 음악과 자유와 더 큰 뭔가의 학살로 여긴다.
18:50 키신저 때문인지, 미국 국무부장관의 존재감이 너무 없다. 예루살렘에 테러가 일어난 날 마침 이곳을 방문중인 미국 국무부장관한테 아무도 관심이 없다. 아부마젠과는 오전에 만났다나 보다. 아부마젠은 가자 지구에서 휴전을 달성하고 민간인을 폭격으로부터 보호하고 인도주의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단다. 국제기구가 팔레스타인에 쏟아붓는 원조금이 아프리카 전대륙보다 많다. 그게 다 어디 갔는지 궁금한데 말이지. 아부마젠의 꿈은 웨스트뱅크, 동예루살렘, 가자지구를 하나로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설립하고 유엔에 정식 가입하는 것이다. 본인이 그 나라의 대통령이 될 거라고 믿고 있으려나.
19:20 네티봇 방향에서 폭발이 있었다. 명백한 휴전 위반인데 어떻게 될지. 8명 포로가 오늘밤 풀려나리라 기다리고 있다. 무사히 돌아와야 할 텐데.
21:15 IDF 대변인이 이스라엘은 어린이, 엄마, 노인, 여성 인질 석방이 휴전의 전제였고, 이들을 돌려보낸다면 휴전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이 프레임에 해당하는 여성이 아직 13명이나 된다. 비바스 형제는 말할 것도 없고. 하마스는 비바스 가족이 죽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줌 회의가 한창인데 다들 산란하다. 이렇게 집중이 안 되는데 그만하자는 말이 안 나온다.
21:40 하마스가 어제 푸틴을 위해 보냈다는 두 명을 오늘과 합해 10명을 채우겠단다. 미아와 아미트가 석방됐으니 6명만 더 기다리란다. 12시까지 인질을 인계하긴 할 건가.
23:15 6명 인질들을 국제적십자에 인계하기 시작했다.
아이샤와 빌랄 베두윈 남매가 돌아왔다. 미아의 팔 수술을 수의사가 했다고 한다. 닐리 마르갈리트는 소로카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인데 니르 오즈 집에서 납치됐다. 닐리의 납치 여부는 확증이 안 되다가 먼저 석방된 요헤벳 리프쉬츠가 함께 있었다고 증언해 주어 확인됐다. 일라나는 14년 전 멕시코에서 이민했고, 뒤이어 여동생과 어머니도 이민했다. 니르 오즈에 함께 살던 마탄과 함께 납치됐다. 사피르는 애인인 사샤와 함께 텔아비브에 살지만 명절에 사샤의 가족을 방문했다가 납치됐다. 사샤는 어제 러시아에 대한 호의로 석방된 레나의 아들이다. 러시아 시민권자이니 젊은 남성이지만 이른 석방 가능성이 있다. 샤니 고렌은 니르 오즈의 돌봄이로 일하는데 아이들이 납치되는 비디오에 함께 비춰져 납치가 확증됐었다. 12살 에이탄은 납치된 처음 16일을 혼자 독방에 갇혀 있다가 나중에 사람들과 합류했는데 거기서 유모였던 샤니와 재회한 게 가장 기뻤다고 말했다. 샤니가 에이탄을 돌봐주었다고 한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전투를 재개한다면 이를 지지하겠지만, 휴전을 확장하기를 바란다는 속내도 밝혔다. 블링켄도 가자 지구의 희생자가 더 많아지면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딜레마는, 그런 소원을 이루면서 이스라엘 인질을 구하고, 하마스를 제거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거겠지. 하마스는 전투 재개를 원치 않는다면 내일 오전까지 석방자 명단을 넘기면 된다. 밤새 또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논의가 있을 것이다. 단지 인질들 당사자만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까지 영향은 지대하다. 부디 자기 가족인 것처럼 결정할 수 있기를. 71명을 구출해 냈지만 여전히 150명이 갇혀 있다는 걸 기억한다. 가자 사람들은 지금 저 달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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