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치 않을 수도 있지만, 이 비극의 한복판에서 이 민족에게 비상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이 짧은 시간에 자신들의 고통을 노래로, 그림으로, 영상으로, 거의 폭발시키다시피 하고 있다. 강철은 어떻게든 단련되긴 한다.
어제 니르 오즈의 9명 어린이와 2명 어머니가 풀려났다. 400명 거주민 가운데 70명이 납치된 키부츠다. 아이들도 유독 어려서, 9개월 된 크피르부터 3살 쌍둥이까지, 그 상처가 너무 깊게 느껴지던 곳이다. 야길(12)은 이슬람 지하드의 선동 영상에 등장했을 때 살이 많이 내리고 이미 고통의 흔적이 엿보여 많은 우려를 낳았었다. 그때 엄마가 이스라엘 미디어와 인터뷰를 했는데 걱정을 늘어놓는 기자에게 담담한 태도로 말하는 게 참 인상적이었다. 야길은 가자 국경 곁에 있는 키부츠의 아이라 약하지 않고, 지금 자신이 얼마나 유명해져 있을지 짐작하고 흐뭇해 할 거라고. 야길은 테러리스트에게 잡혀갈 때, 나는 너무 어리니까 데려가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무슨 아이가 벌써 이렇게 똑똑한 건지.
야길과 오르 형제의 엄마 라나나도 보통 인물이 아니라 요니 굿맨("바쉬르와 왈츠를"의 작화가)을 찾아가 아들들의 이야기를 단편으로 완성했다. 요니 굿맨도 라나나의 엄청난 멘탈 파워에 감동했다고 전했다. 최고 애니메이션 팀이 자원해 10일 만에 탄생된 작품이다. 이제 야길은 소원대로 완전 스타다. 이런 고난을 겪고 살아남았으니 분명 큰 인물이 될 것이다. 세상과 사람을 따뜻하고 정의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인물.
야아콥 형제의 애니메이션 때문에 이 노래에 꽂혔다. 건조한 기타 울림이 오래 남는다. 힐라 루아흐는 부산 국제 록페스티벌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 Hila Ruach를 한국어는 루아치라고 표기한다. 영어 표기를 따르기 때문이다. 어린이 그림책 작가 하노흐 피벤도 하노치라고 해놨다. 아니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영어병 걸린 나라라 참.
에밀리 핸드(9)의 아버지 톰이 인터뷰를 통해 에밀리의 근황을 전했다. 마음아프게도 에밀리는 계속 속삭인다고 한다. 위로받는 것을 잊어버린 것처럼 혼자 침대 밑에 숨어 운다고 한다. 얼마나 가자에 갇혀 있었던 것 같냐니까 1년이라고 대답했나면서, 무엇보다 아빠가 죽거나 납치됐을 거라고 여겼단다. 아이들에게 가해진 이 깊은 상처와 응어리가 오래도록 가족들을 괴롭힐 것이다. 남자 아이들은 확실히 거칠게 다뤄져서 육체적으로 폭행을 당했고, 총부리를 겨누거나 강요의 증거도 많다. 폭력에 굴복하지 않기를, 그 힘을 다스리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기를. 그나저나 에밀리와 함께 있었던 힐라가 K-pop 오빠들을 좋아하고 한국에도 이미 가보았다는데 무슨 선물이라도 전달해주고 싶다.
13:00 카타르 전용기가 다시 나트바그에 착륙했다. 뭐가 잘 안 돌아가는지 다시 중재하기 위해서겠지. 모사드 수장은 카타르에서 CIA 국장을 만나고 있고, 하마스는 군인 포로 교환을 더 비싼 값으로 응하겠다고 말했다. 블링켄이 세 번째 방문을 한단다. 가자 휴전으로 미국 방침이 굳어지는 모양이다.
15:30 가자 북부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IDF와 하마스가 서로가 휴전 협정을 위반했다고 고발한다. IDF 군인들이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10명의 인질이 풀려날 거고, 가족은 이미 통보도 받았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17:30 의식이 없었던 엘마 아브라함이 소로코 병원에서 의식을 찾았다고 한다. IDF는 10월 7일 실종된 군인 세 명의 사망 선고를 했다. 이들의 시신은 하마스 손에 있다는 뜻이다. 유대인은 시신을 되찾기 위해서도 협상해야 한다. 이로써 IDF 전사자는 395명이 되었다. 이 모든 상황에도 이스라엘 총리실은 오늘밤 10명의 인질 석방이 진행될 거라고 말했다. 오늘은 하마스가 인질을 넘겨주며 어떤 쇼를 벌일지. 인질들이 왜 그렇게 어색하게 손을 흔드나 했더니, 영상에서 인질들에게 keep waving 명령하는 게 잡혔다. 미소도 지으라고 강요했을 것이다. 다니엘라 엘라니에게는 하마스와 보낸 50일이 얼마나 즐거운 시간이었는지 감사 편지를 쓰게 했다. 다니엘라는 자신과 딸이 가자에서 왕비 대접을 받았다고 썼다. 이런 짓을 벌이면 좋겠다고 공모한 두뇌들은 누구일까.
올해의 사진 쯤에 뽑히지 않을까.
이스라엘은 인질 협상의 대가로 150명의 수감자를 석방했는데, 이틀 간의 휴전 연장으로 여성 수감자 50명 명단을 제공했다. 하마스는 이들이 풀려나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자기네 인기를 위한 조처다. 여기에는 그 유명한 아헤디 타미미가 포함돼 있다.
무슬림인 타미미는 왜 히잡을 안 할까. 이슬람 국가에서 페미니즘을 논의할 때 히잡의 착용 여부가 초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데 동감한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성을 이용해 파워를 얻으려는 시도 역시 터치할 영역이 아니다. 야망과 노망의 조합을 누가 말리나. 타미미의 성적 인종적 어필은 그런 점에서 씁쓸함을 안겨준다. 유대인을 백인으로, 팔레스타인 사람을 중동 아시아인으로 착각하는 무지한 유럽인들에게 타미미는 훌륭한 선동의 징표가 된다. 유럽인과 다르지 않은 하얀 피부, 불타는 금발, 푸른 눈 등으로 자신을 어필하는 것이다. 타미미 가족 대부분이 유명한 테러리스트다. 아버지도 그렇지만 특히 삼촌은 2001년 예루살렘 시내에 있는 피자 식당의 자살 테러의 동조자였다. 16명이 살해되고 130명이 부상당한 테러다. 타미미는 11살 때 IDF 군인에게 주먹질을 한 사진으로 아랍권에서 찬사를 받았고 10월 9일 테러 이후, 나치 히틀러가 농담이란 걸 알려주겠다며 유대인의 피를 마시고 두개골을 먹을 거라고 썼다가 체포됐다. 22살이면 스스로의 탐구만으로도 세상에서 증오로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 텐데.
18:30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휴전을 어겼다고 믿지만, 이틀 간의 휴전을 지키기로 했다. 베니 간츠는 휴전이 끝나면 전쟁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블링켄의 세 번째 중동 방문길이 험난해 보인다.
19:00 이스라엘 인질 10명을 맞기 위한 국제적십자의 절차가 시작됐고 빠르면 한 시간 안에 이스라엘 영토로 들어올 것이라고 한다. 1명의 소녀와 그 엄마, 6명의 노인과 2명의 여성이라고 한다. 카테고리에 들지 않는 2명의 젊은 여성은 마야 레게브처럼 치료가 긴급한 이들일 수도 있다. 하마스가 남부 가자에서 전투가 재개될 것에 대비해 인간방패로 삼기 위해 다른 테러 단체로 넘긴 것으로 여겨지는 비바스 형제는 오늘 명단에 없다. 카타르에서는 모사드, CIA, 이집트 정보부장, 카타르 총리가 모여 회의를 할 예정이다. 이스라엘 인질 모두를 대신해 팔레스타인 수감자 전부의 석방, 그리고 휴전이다. 그럼 하마스를 가자에서 제거하겠다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목적은 이룰 수 없다.
2명의 태국 노동자도 석방됐다는데,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아직 태국 노동자 13명이 인질로 남아 있다.
비바스 형제 외에 5명의 유대인, 2명의 베두윈 남매가 여전히 인질로 잡혀 있다. 베두윈 남매는 정말 걱정된다. 갈리는 내일 마지막 인질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갈리의 엄마 레우마가 잘린 풀잎처럼 부스럭거리며 딸의 사진을 나눠주던 게 기억난다. 갈리는 오빠 리오르와 아빠 일리야와 함께 숨어 있다가 창문을 통해 도망쳤지만 오빠는 살해됐고 아빠는 잡히지 않았는데 갈리는 납치됐다. 갈리의 개 모카도 죽었다. 갈리의 아빠는 갈리가 돌아온 뒤에도 살아가기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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