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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휴전 3일, 인질들의 석방

 

지난 밤 13명의 이스라엘 인질이 4명의 태국 노동자와 함께 석방됐다. 진을 빼는 시간 끌기였다. 이스라엘이 조금이라도 희망에 들떠 있는 걸 꼴보기도 싫었겠지. 7시간 시간 끌기 끝에 12시가 넘어서야 이스라엘 영토에 도착했다. 8명 어린이, 4명의 어머니, 그리고 카테고리를 벗어난 21세 여성 마야 레게브가 석방됐다. 다리 부상 때문이었다. 음악 축제 참석자들이 숨어 있는 곳에 테러리스트가 수류탄을 던져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경우가 많다. 마야 레게브는 10월 7일 당일 아버지에게 전화해 테러범들이 자신과 남동생을 총으로 쏘고 있다는 말을 남겼었다. 아버지는 당장 차를 끌고 남부로 내려가 며칠이나 두 자녀를 찾아다녔었다. 딱 봐도 심각해 보이는데 수술을 통해 잘 회복되었으면. 

 

에밀리 핸드의 아버지 톰은 CNN과 인터뷰에서 전날밤 친구 집에서 자다가 실종된 에밀리가 죽었다는 게 현재로서 최고의 뉴스라는 말을 했었다. 가자로 납치 당해 겪게 될 고초가 얼마나 클지 알기에 다들 그 말에 공감하기도 했다. 에밀리가 살아서 가자에 잡혀 있다고 전해지고 나서, 아일랜드 국적자인 톰은 반이스라엘로 유명한 아일랜드 총리를 만나 구출을 호소했었다. 아일랜드 시민이니 구출할 의무가 있기는 하다. 에밀리가 구출되고 나서 아일랜드 총리는 "잃어버린 어린이가 발견돼 돌아왔다"는 말을 해서 이스라엘을 격분시켰다. 에밀리는 누가 잃어버린 게 아니라, 하마스 테러범들이 쳐들어와서 납치해갔기 때문이다. 하마스는 촬영중인 카메라 앞에서 인질들을 극진히 대하는 쇼를 벌이기도 했는데, 애초에 이들을 납치하고 이들의 가족을 죽인 이들이 인도주의를 흉내내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다. 인질들도 이들의 친절에 고마움을 표현했다. 스톨홀름 신드롬을 생눈으로 목격 중이다.

 

휴전 협정 3일째다. 히브리어로 하푸가, 아랍어로 후드나, 허약하기 짝이 없는 협정이다. 오늘은 하마스가 친구 푸틴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러시아 국적자 한 명을 별도로 석방한단다. 눈물 겨운 우정이다. 전체 8명 중에 달랑 한 명, 아무튼 이를 포함해 14명이 석방될 예정이다. 태국 노동자는 3명인 것 같다. 이 점이 트럼프를 격발시켰는지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아직까지 미국 국적자가 한 명도 풀려나지 않았다고 저격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한 마디 안 할 수가 없어 오늘 미국 시민권자가 풀려날 거라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성명이 나왔다. 아마도 4살 아비가일일 거다. 바이든 대통령도 언급했었고, 부모가 모두 살해되고 고아가 된 경우라 다들 극진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국제적십자사가 이스라엘 인질들을 방문할 거고, 휴전은 이틀 더 연장될 거라고 본인 일인 양 발표한다. 

 

일론 머스크가 내일 이스라엘에 도착한단다. 전쟁 구경하러 오나? 핫한 것에 관심 많으신 분이라. 이 와중에 대통령과 총리를 만난다. 최고 VIP만 받는 대접이다. 돈 많은 장사치를 왜 이렇게까지 우대하는지. 하긴 우리나라도 빌 게이츠가 방문하면 대통령 만나긴 한다.   

 

16:20 IDF 공군기가 시리아 공항을 폭격했단다. 휴전 중에도 할 건 다 한다. 

 

18:00 런던은 데모를 일요일에 하는 전통이 있나. 반유대주의에 반대하는 행진이 있었다. 수십만 명이 친팔레스타인, 반이스라엘 구호를 외쳤지만 반유대주의 반대 집회에는 달랑 수천 명 참석했다. 보리스 존슨이 참석했다. 영국의 미래는 결판이 났다고 봐야겠지.   

 

18:20 오늘은 순조롭게 절차가 진행돼 이스라엘 인질들이 IDF에게 인계됐다. 진작 연락은 받았지만 어제 같은 일이 있을까봐 마음 졸이던 가족들이 대기하고 있다.  9명 어린이와 2 어머니, 2여성, 1 남성 러시아 국적자다. 

 

오늘 네탄야후 총리가 가자를 방문했는데 하마스는 이에 대한 반응으로 이스라엘 인질들을 칸 유니스가 아닌 가자 시티에서 국제 적십자사에 인계했다. 하마스가 통제력을 잃었다고 믿어지는 곳이다. 인질의 의료 상황도 변수였다. 84세 알마 아브라함의 상태가 좋지 않아 IDF는 가자에서 헬기를 통해 브엘셰바 소로카 병원으로 이송했다. 위중 상태라고 한다. 나머지 인질도 원래의 경로가 아닌 IDF 특수부대의 에스코트를 받아 키부츠 브에리(더 가까운 이스라엘 지역) 쪽으로 들어왔다. 가까운 오파킴 주민들이 즉흥적으로 길에 나와 이들을 환영했다.

 

 

대부분이 크파르 가자 주민이고, 자매인 다프나와 엘라가 나할 오즈에 살고 있는 아버지를 방문했다가 납치됐다. 특히 다프나는 나할 오즈의 선샤인이라 불리던 소녀로, 두 자매의 석방에 온 키부츠가 흐느끼고 있다. 자매의 아버지는 다프나가 보고 있는 가운데 살해됐다.    

 

아비가일이 돌아왔다. 이 아기에게 이토록 극진한 마음인 것은 저 사진 이유도 크다. 어쩜 저렇게 아기 같은지. 11월 24일에 4살 생일을 맞았다. 아버지 로이 이단은 Ynet의 사진기자였다. 크파르 가자에 살지도 않는데 초막절 명절을 많아 이 대가족에게 큰 행사가 있었다. 100여 명 이상이 모이는 뜻깊은 자리였다. 로이는 이 행사에서 세심한 사진을 찍어 유작으로 남겼다. 10월 7일 공습이 시작되자, 사진기자인 로이는 그 와중에 키부츠 상공에서 행글라이더를 타고 침입하는 하마스 테러리스트를 찍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곧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닫고 집으로 왔는데, 이미 테러리스트들이 아내 스마다르를 죽인 상태였다. 세 자녀인 미하엘(9), 아말리야(6), 아비가일(3)은 밖으로 나와 아버지에게 갔다가, 테러리스트들이 다가오자 마이클과 아말리야는 다시 집 안으로, 아비가일은 이웃집으로 달려갔다. 로이는 테러리스트의 총에 맞아 중상을 입고 나중에 사망했다. 미하엘과 아말리야는 그 후 14시간 동안 집 옷장에 숨어 마겐다비드에 연락했고, 전화를 받은 연락원은 문을 잠그고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고 말했다. “좋은 사람들이 올 때까지.” 아비가일이 도망간 옆집에는 엄마인 하가르(40)가 오프리(10), 유발(9), 오리야(4)와 함께 숨었고, 아빠 아비하이는 테러리스트와 싸우기 위해 나갔다. 나중에 아비하이가 집에 돌아왔을 때 가족 모두와 아비가일은 사라졌다. 인구 400명의 작은 키부츠 크파르 아자는 100명이 죽거나 살해되고, 실종되었다. 아직도 실종자가 많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인질 석방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아비가일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까지 깊게 관여할 정도로 하마스의 절묘한 쇼가 절찬리에 진행중이다. 이 정도 능력이 있으니 이제껏 살아남은 거겠지. 이스라엘이 직면한 현실이 만만치 않음을 다시 실감한다. 

 

크파르 아자의 알모그 가정은 현 jewish agency의 의장인 도론 알모그의 확대 가족들이다. IDF 장군으로 발달장애자인 아들 에란을 추모하는 '나할랏 에란'의 창립자이다. 현 IDF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의 형이 이곳에서 지낸다. 무튼 알모그 가족 은 2003년 하이파 맥심 레스토랑 테러로 가족 5명을 잃었고, 20년 후 하마스 테러로 두 명을 잃었다. 그나마 가자로 납치된 네 명의 가족이 생환되어 다행이다.  

 

하마스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내는 우정의 증표는 로이 크리보이다. 25살의 음향 기술자로, 음악 축제의 스탭이었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하마스가 젊은 남성을 이렇게 쉽게 풀어주다니, 가족에 따르면 로이는 자동차 사고도 겪었고, 맨홀에 빠진 적도 있는데 그때마다 불사조처럼 살아났단다. 크게 될 인물인가. 

 

산수에 능한 사람은 13+13+13=39이고, 50이 되려면 11만 남았다는 것을 안다. 내일 11명이 돌아와도 150명 이상이 그대로 가자에 포로로 잡혀 있게 된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같은 테러조직이 아닌 민주주의 국가이고, 그 시민의 생명을 가치있게 보존하려 노력해야 한다. 하루 이틀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하마스를 믿고 신경이 끊어질 지경의 협상에 투자해도 좋을까. 이스라엘 내각이 회의중이다. 하마스를 징벌하는 것보다 납치된 이들을 되찾아와 삶을 돌려주는 게 이스라엘의 더 귀한 사명이다. 이들을 구출하는 활동을 통해 하마스를 이기게 될 것이다. 그게 선으로 악을 이기는 방법이다. 이스라엘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지만, 그 대가조차 충분히 고상하고 가치 있다.

 

하마스는 이제 땅굴에서 나와 자신이 무슨 짓을 벌였는지 제대로 인식한 것 같다. 월요일 이후 휴전을 연장하고 싶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드러냈다. 하루 휴전이 연장될 때마다 이스라엘 인질 10명씩 석방해야 한다. 하마스가 완전히 정신을 차리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신와르와 데프가 살아 있는 한. 아직도 하마스 소속의 전투요원은 2만 명 가량이 남아 있다.

 

가자 남부 전투를 준비하는 IDF에게 미국은 민간인들이 안전한 걸 확인하고 나서야 남부로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슨 뜨거운 아아 같은 소리인가. 칸 유니스는 가자 시티보다 더 큰 도시이고, 훨씬 많은 국제기구의 건물들이 있다. 하마스도 대거 대피해 있을 것이다. 휴전 후 더 치열한 전투가 기다리고 있다.   

 

오랫만에 저녁 운동을 했다. 힘차게 걸었다. 온몸이 건강하게 살고 싶다고 함성을 보낸다. 이 길을 내일도, 모레도 걸을 수 있었으면. 평화를 향한 이 단순한 소망이 이기적이고 한심한 환상으로 멸시받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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