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오전 일정을 마치고 녹초가 되었다. 어젯밤 석방된 팔레스타인 죄수들이 라말라에 모여 축하 행사를 가졌다.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안다면 PA는 간담이 서늘해야 맞는데, 절래절래. 하마스가 이스라엘 감옥에 갇혀 있는 팔레스타인 죄수들을 위해 가자를 통째로 희생시키고 무슨 보람이 있을까? PA의 붕괴를 재촉하고 하마스가 부상하는 것만으로도 절묘한 전략인가. PA 수도 한복판에서 하마스를 연호하고 있다. 아부마젠과 PA 정부는 정신 못 차렸다.
이 사진을 오래 보았다. 오마르 아트샨이 감옥에서 나와 어머니를 포옹하고 있다. 아들을 샤히드로 키운 어머니의 명예도 살아있는 아들을 보는 기쁨에 비할 수 없겠지. 그러나 아들은 다시 샤히드의 제단으로 달려갈 텐데. 루이비통 스카프를 두른 어머니는 그때는 아들을 땅에 묻어야 할 수도 있다.
85세 할머니가 50일 동안 인질 생활에서 풀려나와 기다리던 손자를 안고 있다. 둘의 처지가 반대였어도 가슴 찡할 일 아닌가. 수단 방법 가리지 않은 하마스의 범죄를 '진공상태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면서 정당화하는 이들은 두 사진의 차이가 눈에 안 들어오겠지. 영어권 뉴스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재상봉의 기쁨에 빠졌다는 넋빠진 소리를 한다.
스카이뉴스 앵커가 이스라엘 인질 1명 당 팔레스타인 수감자 3명을 거래하는 게 이스라엘 사람보다 팔레스타인 사람이 덜 귀중하다는 뜻이냐고 묻고 있다. 영국 같은 나라에서 살면 그런 발상이 가능한가.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은 그저 더 많은 수감자들이 석방되면 그만이지 이 비례가 진정 무슨 뜻인지 외면한다. 테러 범죄로 무고한 어린아이들이 납치되었고 그들을 돌려받기 위해 이스라엘은 유죄 판결을 받은 수감자들조차 석방하려는 것이다. 그 거래가 1:1이 아닌 이유로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게 말이 되나. 런던에서 태어나 옥스퍼드에서 공부한 Eylon Levi더러 왜 영어를 그렇게 잘하냐는 질문은 미국 뉴스였나.
내가 다 자랑스럽다. 여성 기갑 부대라니. 모의 훈련까지 마친 하마스 테러 공격은 가자 국경 중부에 해당하는 크파르 아자와 브에리에 집중됐지만 가장 남쪽에 있는 케렘샬롬으로도 쏟아져 들어 왔다. 인구 100명 정도의 케렘샬롬을 휩쓸고 난 테러리스트들이 두 번째 키부츠 홀리트로 향할 때 탱크가 등장한 것이다. 그 결과 홀리트 동쪽과 남쪽의 키부츠들을 지킬 수 있었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훨씬 더 큰 희생이었을 것이다.
10:00 일란 머스크가 이스라엘에 왔다. 굳은 날씨에 황폐해진 크파르 가자를 투어했다. 아비가일의 집도 방문했다. 아비가일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핫한 아기니까, 허참.
남한테 우산 받치게 하는 인품이 비슷하구나.
엘마 아브라함(84)의 상태가 여전히 위독하다. 인질로 잡히지 않았다면 적당한 의약품으로 몇 년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상태였다. 국제 적십자사처럼 분쟁 지역에서 운영되는 구조기관이, 하마스 같은 조직에 맞설 수 없다면 무슨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인질을 방문하고 그들을 돌보는 게 이 조직의 존재 이유다. 미국 행정부가 다시 이 문제를 언급한다. 소용이 없는 걸 길라드 샬리트 때 이미 경험했다. 이스라엘 군인이 6년이나 포로로 잡혀 있는데 손 놓고 있던 거.
마지막 날 11명의 인질이 석방될 예정인데 명단을 두고 양측이 싸우고 있다. 9명의 어린이가 석방되는데 어머니들과 떨어뜨리려 하기 때문이다. 둘째 날 석방된 13살 힐라의 어머니가 명단에 없었는데 하마스는 라야 로템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힐라의 말로는 이틀 전까지 함께 있다가 석방 전에 엄마와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라야 로템의 남편 역시 인질로 잡혀 있기 때문에 힐라는 사실상 고아 상태가 됐다. 하마스가 어머니들을 떨어뜨리는 이유는 나중에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다. 결국 어머니를 되찾기 위해 이스라엘이 희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처음 협상부터 어린이와 어머니를 함께 석방하는 것을 원칙으로 못 박았다. 하마스는 휴전을 연장하고 싶기는 한 모양인데 오늘 밤부터 난항이다. 아무튼 석방된다면 9명의 어린이와 2명의 여성은 가장 피해가 컸던 니르 오즈 키부츠 주민들이다.
18:00 카타르가 협정이 2일 더 연장됐다고 발표했다. 하마스는 카타르와 이집트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20시에 발표하려나. 오늘 밤 11명이 석방되고 나서도 가자에 남은 인질이 172명이다. 이중에 어린이가 9명, 여성이 41명이다.
20:30 IDF 대변인이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단다. 9개월 아기 크피르가 왜 속히 풀려나오지 않나 했는데, 하마스가 비바스 일가를 다른 테러 단체에 넘겼다는 모양이다.
9개월 된 아기를 엄마와 함께 인질로 삼은 게 이번 하마스 테러의 상징이다. 어디서 속성반으로 미디어를 공부했나.
전쟁 중에도 정치는 분탕질을 계속한다. 현재 문제는 재량 자금discretionary fund 9억 세켈의 내역이다. 우파 재정부 장관은 이 돈을 사마리아 정착촌과 하레딤의 재량 자금으로 움켜쥐려고 한다. 자기 표밭이니까. 엄청난 피해를 당하고 삶의 기반이 완전히 무너진 키부츠를 재건할 예산은 줄여도 된다는 입장이다. 베니 간츠는 이 자금을 키부츠 재건을 포함한 전쟁 자금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예산안에 반대표를 던질 거라고 위협했다. 정부에서 탈퇴한다는 뜻이다.
국회 재정위원회 의장인 하레디 가프니는, 이스라엘 총재의 임기 연장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위기 시에는 금리 인하가 정답이라고 믿는 분이다. 특히 하레딤에게 부담 큰 모기지 금리 인하를 요구중이다. 전 세계 인플레 위기에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인물이 재정위 의장이라는 게 하마스 테러 외에도 이스라엘이 당면한 위기다. 이스라엘 은행은 다행히 이런 압력을 무시하고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아미르 야론 중앙은행 총재는 코로나에 이은 전쟁 시기 비상한 능력으로 이스라엘 경제를 안정시켰다고 인정받는 인물이다. 가프니의 비판에 대해 경제 기본을 이해하는 인물이 그 자리에 앉기를 바란다고 논평했다.
2023 맨부커 상은 아일랜드 작가 폴 린치의 Prophet Song에 돌아갔다. 누가 이런 책을 읽나 했던 그 책이다. 세상이 요지경이다. 문학이 제기능조차 잃는 것 같다.
21:00 하마스가 이스라엘 군인 인질들의 석방을 위해서 협상할 의사가 있단다. 시간을 더 벌어야겠지. 신와르가 지하 터널에 갇혀 있는 이스라엘 인질들을 방문해 훌륭한 히브리어로 걱정 말라고 했다나 보다. 하마스와 함께 있으면 안전하다고. 하마스가 장황한 의식으로 인질을 인계하고 다정하게 손인사를 남기느라 비디오 찍는 시간만 줄여도 인질들이 빨리 도착하겠구만.
21:30 하마스가 국제적십자에 인질들을 넘겼다는 게 2시간 전인데 드디어 사진이 풀렸다. 누가 풀려나는지 확정된 것이다. 하마스의 교란으로 충격이 커지지 않도록 이스라엘 미디어는 풀려나는 인질들 얼굴이 확인될 때까지 명단을 발표하지 않는다. 바이든이 휴전 협정이 2일 연장되는 걸 환영한다는데, 이스라엘은 아직 침묵하고 있다.
쿠니오 가정의 쌍둥이가 돌아왔다. 아버지는 여전히 인질로 잡혀 있다. 하마스 선동 비디오에 등장했던 야길도 돌아왔다.
예상대로 나이가 많은 청소년들이 협상 마지막까지 남게 됐다. 이 생명들이 그저 숫자로만 보여서 4일=50명이라는 공식을 만든 거겠지. 비바스 아기 형제는 정말 할 말이 없다. 다른 테러 단체에 이 가족을 넘긴 게 무슨 뜻일까. 하마스의 인질 쇼를 생중계하는 알자지라 방송은 오늘도 대활약이다. 커뮤니케이션 명문대학을 양성하려는 카타르 에미르의 큰 뜻이 이렇게 펼쳐지는 건지. 이스라엘을 비롯한 전 세계 방송이 저걸 사들여야 하고 속도 없이 몇 시간이나 넋을 놓고 봐야 하는 현실이 참담하다. 돈 많은 알자지라가 망할 일도 없으니 언론 자유 코스프레하는 짓을 오래도록 봐야겠지.
'News'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30 휴전 연장 2일 (1) | 2023.11.30 |
---|---|
1129 휴전 연장 1일 (2) | 2023.11.29 |
1126 휴전 3일, 인질들의 석방 (1) | 2023.11.27 |
1125 하마스 전쟁 50일 (2) | 2023.11.26 |
1124 인질 13명 석방 (1) | 2023.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