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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와 노래 양귀비 꽃밭(פרג אגסני)이라길래, 몹쓸 생각을 했다. 다행히 그냥 잡초였다. 아네모네(칼라니트)와 비슷해 보이지만, 이스라엘에서 PaRaG는 보호작물이 아니다. 알러지를 유발하고 냄새도 희한해서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시궁창 근처에서 자주 발견된다. 그래도 빨간 꽃은 어딘지 강렬하다. 이곳도 조만간 싹 다 갈아엎고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다. 빨간 양귀비를 배경으로 헬미트חלמית의 보랏빛이 앙큼하다. 아랍어로 후베자 خُبَّيْزَة, 작은 빵 한 덩어리라는 뜻이다. 별 모양으로 달리는 열매를 먹을 수 있어서다. 세상에, 저 작은 게 빵 한 덩어리 몫을 한다니, 이만저만 고마운 식물이 아니다. 우리말로는 아욱에 가깝다. 저 잎을 따서 아욱국을 끓여 먹는다는 한인들이 있다. 다시 말하지만, 헬미트.. 더보기
네게브의 베두인 디모나에 갈 일이 생겼다. 안 가려고 기를 썼다. 최선을 다해 저항해도 결국 할 수밖에 없을 때, 이상한 열정이 생긴다. 아마도 자신을 보호하려는 갸륵한 뇌활동의 일환이 아닐까. 새벽부터 희한한 콧노래까지 부르며 출발했다. 하지만 근거없는 열정은 브엘세바를 끝으로 증발했다. 브엘세바에서 디모나를 연결하는 25번 고속도로에 들어섰을 때, 나는 사이렌 울리는 가자 근처보다 더 힘겨운 거부감을 느꼈다. 이 즈음에서 사진 자료를 첨부하면 좋겠지만, 그럴 기회도 없었다. 차를 세울 수 없었던 것이다. 속도 제한이 100일 텐데, 120 넘게 달렸다. 이걸 근거로 경찰이 나를 체포한다면, 나도 할 말이 있다. 이스라엘 공권력이 미치는 고속도로에서 왜 불안함을 느껴야 하느냐고.  마지막으로 25번 고속도로에 들어섰던.. 더보기
슈테프 베르트하이머 2006년 9월 테펜의 Iscar Metalworking을 방문한 워렌 버핏과 슈테프 베르트하이머 2025년 3월 26일, Zeev Steph Wertheimer가 향년 98세 나이로 사망했다. 이스라엘 산업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워렌 버핏이 2006년과 2011년 차례로 인수한 Iscar-IMC Group의 창립자이다. 총 자산은 약 63억 달러로 평가된다. 1977년 Democratic Movement for Change(Dash Party)를 창설해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평생 공로로 Israel Prize를 수상했다. 1926년 독일 키펜하임에서 태어나 1937년 가족과 함께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나하리야 근처의 이민자 수용소에서 살았다. 1943년 영국 공병으로 입대해 바레인에 있는.. 더보기
세계 행복 지수 2025 매년 3월 20일은 국제 행복의 날이란다. 그래서 매년 World Happiness Report를 발표한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보다, 가장 불행한 나라가 궁금해 명단의 가장 아래쪽으로 서둘러 내려가 보았다. 50국가밖에 없다. 다양한 이유로 불행한 나라들을 일일이 조명할 수가 없는 모양이다. 50개 행복한 나라 명단에 우리나라가 없다는 게 전혀 놀랍지 않다. 1-5 Finland Denmark Iceland Sweden Netherlands 6-10 CostaRica Norway Israel Luxembourg Mexico 11-15 Australia NewZealand Switzerland Belgium Ireland 16-20 Lithuania Austria Canada Slovenia Cze.. 더보기
엘리 샤라비, UN 안보리 연설 2025년 3월 20일 풀려난 인질 엘리 샤라비가 뉴욕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연설했다. 이렇게 단순한 문장으로도 엄청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전문을 기록으로 남기기로 한다. My name is Eli Sharabi. I am 53 years old. I’ve come back from hell. I’ve returned to tell my story. I used to live in Kibbutz Be’eri with my British-born wife, Lianne, and my daughters, Noiya and Yahel. It was a beautiful community. We were all passionate about creating the best life for.. 더보기
2025 트리플 푸림 2025년 푸림을 앞두고 인질 가족들이 광장에 모여 메길라 에스더를 읽는다. 이번 전쟁이 유대 민족을 자기 하나님께 더 인도한 것이 사실이다. 24명의 살아 있는 인질들의 생환을 위해 모두를 이어줄 강력한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에스더 여왕의 역할이었던 것처럼.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인질 교환도 없이 열흘 넘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이유는 3월 31일 때문이다. 그날까지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네탄야후 총리가 너무 바빠서다. 대신 이스라엘은 가자에 공급하는 전기를 끊었는데, 아마 그 때문에 인질들은 엄청난 고초를 당하고 있을 거다. 인질 가족들은 인권 법정에 이스라엘 정부의 조처를 고발했다.    2025년은 이른바 트리플 푸림 פורים משולש이다. 원래 이틀에 걸친 푸림을 삼 일.. 더보기
라마트 트럼프, 골란 고원 인생은 짧고 고통만이 선택지도 아니다. 일상이 고달프게 느껴지면 여행이 답이다. 비행기 타지 않아도 숨통이 틔이는 곳, 골란 고원으로 간다. 지평선이 하늘과 닿아 있는 풍경은 의외로 평화롭다. 전쟁이 시작되고 나서 내게 골란고원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였는지 새롭게 깨달았다. 북부 레바논 전선 때문에 금지됐던 북부 여행이 재개되자마자 집을 나섰는데, 길에서 나와 비슷한 상태의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증상은 한마디로 호흡 곤란이었고, 골란 고원만이 그들의 허파를 구원해 줄 대안이었다.     텔단과 바니야스에서 헤르몬 산 쪽으로 내려와 마사다나 부카라에서 호무스와 팔라펠을 먹으면, 더는 할 일이 없다. 도시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당황할 수도 있는데, 골란 고원은 목표 없이 그냥 아무데나 흘러다닐 수 있다. .. 더보기
מה שמואר צומח 빛을 받으면 자라게 되어 있다.천지창조 이야기에서 하나님의 첫 일성은 "빛이 있으라"다. 그것이 우주와 생명의 시작이다. 시작으로서 '빛'이 품고 있는 원시성에 주목한 철학이 카발라다. 유대교와 기독교의 차이가 뭐냐에 대한 내 답이기도 하다. 유대교 카발라의 빛이 기독교 예수가 되었으니까. 빛의 가장 큰 능력은 자라게 하는 데 있다. 나는 이 표현을 정말 좋아하는데, 별 관심 없는 사람들이 그렇죠, 성의없이 맞장구치는 게 야속하지만, 설명할 도리가 없다. 모든 자라는 것만이 생명임을 입증한다. 그리고 생명은 빛이 없다면 자랄 수 없다.   햇빛이든 달빛이든 인간이 빛에 끌리는 것은 그것이 생명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뜨거운 중동에서 태양에 노출돼 있자면 피부암에 걸릴 것이고, 달빛을 감상하자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