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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하마스 전쟁 75

비록 이 나라는 전쟁을 하고 있지만, 지구상의 다른 나라들이라고 딱히 편한 것도 아닌가 보다. 어제 중국 간쑤, 칭하이, 신장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발표된 사망자 숫자가, 초반이라 쳐도 너무 작다. 실상은 어마어마할 거다. 작년 쓰추안에 이어 유라시아판, 인도판, 태평양판이 만나는 지역이다. 간쑤성은 1920년 대지진이 일어난 지역이다. 역시나 판 절단 지역인 이스라엘과 레반트에는 1927년 대지진이 있었다. 오싹한 상상이다. 

 

요즘 이스라엘 미디어계에서 유행하는 표현은 Gaza-lighting이다. 이스라엘이 무슨 주장을 하든, 하마스가 이를 부인한다고 말하면 그만이다. 한국 언론에서도 그런 조짐이 있다. 이스라엘이 거짓말을 하는 쪽이라고 믿어버린다. 언론의 자유라는 건 상대적인 레토릭일 뿐이긴 하지만 미디어는 참 희한한 유기체다.

 

이스마일 하니예가 초췌한 얼굴로 카이로에 도착했다. 이란 외무부가 제공한 사진이다. 일주일 휴전에 이스라엘 인질 40명의 석방을 논의할 예정이다. PA 파타와 향후 계획도 논의할 예정이란다. 재미나네. PA가 끼워주는 건 차치하고, 가자의 무장투쟁파는 아직 전쟁을 마칠 의사가 없을 텐데. 카타르 호텔에서 생활하는 정치국 고위 인사들은 어서 전쟁을 마치길 바란단다. 이번 협상도 아직 신와르는 모른다는가 보다. 여러 모로 열 받겠다. IDF 폭격이 이어지는 동안 신와르는 두 번이나 체포 위기를 넘기고 도망쳤단다. 이스라엘이 신와르를 죽이는 게 정말 어려운 걸까. 세계 최고라는 미군 특수부대가 빈라덴을 제거하는 데 10년 걸렸는데, 서두르지 않겠단다. 

 

레바논 북경에서 헤즈볼라의 드론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휴전 기간을 제외하고 10월 7일 이후 최초로 가자에서 로켓 발사가 24시간 이상 중단되고 있다. IDF는 오테프 가자의 주민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고 말했다나 보다. 전쟁은 안 끝났고, 끝낼 생각도 없다면서 어떻게 그 옆에 가서 살라는 건지. 그래도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대단하다. 크리스마스에 스데롯에서 파티를 하자는 사람들이 있다. 글쎄, 아직 각오가 더 필요한데.  


국경 근처의 키부츠들은 2023-24년 학기가 끝날 때까지, 그러니까 내년 6월 30일까지 다른 거주지를 구해야 한다. Nir Yitzhak 주민들은 키부츠 에일랏에 흡수된다. 450명 주민 가운데 6명이 사망하고 5명이 납치됐다. 이중에 150명이 18세 이하 청소년이다. 인구 구성이 참 이상적이라고 해야겠지. 상대적으로 어린 인구가 적은 키부츠 에일랏은 덕분에 단단한 학교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키부츠 에일랏의 유 스플래스 리조트에서 거주하게 된단다. 이만한 인구가 움직이는데 교육 문제만 해결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의료, 고용, 노인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재구성이 필요하다. 그래도 키부츠 내에서 함께 살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다행이다. 

대부분의 키부츠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도시 환경에서 살 수밖에 없다. Nir Oz는 카르메이 갓, Kibbutz Nirim은 브엘 세바 근처로 이동한다. 에일랏 호텔에 거주하던 3500여 명이 떠나면 이 관광 도시는 다시 썰렁해지겠다. 다시 관광객이 찾아오긴 할까.

 

 

이스라엘 친구가 까르보나라 맛집을 물어본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이상한 투지가 생긴다. 온갖 레스토랑을 떠올리며 까르보나라에 대한 기억을 쥐어짰다. 까르보나라가 뭐 대단한 요리는 아니지만, 유대교 나라에서는 베이컨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나라에서 맛있기가 어렵다. 이탈리아를 가야지. 왜 그러는데? 10월 9일 키수핌 전투에서 사망한 고 가이 베제크가 20살이 되기 전에 하고 싶은 일 목록을 남겼는데, 그중에 이스라엘에서 가장 맛있는 까르보나라 맛집 찾기가 있었단다. 그를 대신해 많은 사람들이 명단의 목록을 실행에 옮기는 중이었던 것이다. 가이의 가족들이 장례식 이후 쉬브아에 있을 때, 가이의 고등학교 선생님이 이 명단을 가져다 주었단다. "20살이 될 때까지 하고 싶은 20가지 일"이었다. 

키부츠 하오겐의 그라치아 

네탄야의 까사 미아 

지흐론 야아콥의 마누엘라 

텔아비브의 카페 이탈리아

이 정도가 내 명단이다. 사연이 알려지고 나서 텔아비브의 작은 맛집들 Kafara Mio, Amore Mio, Ernesto 90, Magzzino 같은 레스토랑도 알게 됐다. 가이의 가족에게도 따뜻하고 친절한 반응이 쏟아졌나 보다. 조만간 까르보나라 워크샵이 열릴 수도 있겠다. 이 사람들은 참, 스토리텔링에 무진장 재능 있는 민족이다.

 

북쪽 국경으로 여전히 많은 드론 공격이 진행되고 공습 경보가 울렸다. 미국은 지금이 인질 석방을 위한 결정적 시간이란다. 이번 주말, 부디 휴전이 합의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80일 만에 가족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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