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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하마스 전쟁 77

주위에 병에 걸렸음을 선포했다. 오늘 할 일에서 면제받기 위해서다. 그랬더니 더 귀찮아졌다. 돌아가면서 문병하기로 약속했는지 방문자가 끊임 없다. 결국 일어났다. 모처럼 철학에 심취해 있었는데. 인간의 몸이 이렇게 나약한 건, 병마에 무너진 그 미지의 영역을 위로와 애정으로 채우기를 바랐기 때문인가 보다. 관심 받으니 금방 낫는 것 같다.   

 

매주 금요일의 새로운 현실. UN 활동을 검토하는 것이다. 오늘, 금요일 오후 표결이 있을 예정이다. 미국도 동의하기로 사인을 주었다나 보다. 휴전 ceasefire에는 결사반대한다니, 적대 행위를 멈출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상태 조성하기 creating conditions for sustainable cessation of hostilities라는 문구를 넣는단다. 요즘 외교관들은 sustainable을 너무 좋아한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더 할 일이 없기를 바라는 무책임한 태도 같은데. 하마스는 인질 석방 협상도 하지 않겠다면서, 국제사회의 대이스라엘 압력에 기대고 있나 보다. UN이 가자 지구로 들어가는 구호물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는 제안은 결의안에 포함되지 않을 거란다. 가자 민간인들이 기근 상태라면서, 그렇게 많은 구호물자가 어디로 증발하는지는 알고 싶지 않다? 이스라엘은 이 결의안을 일방적으로 무장해제 시키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이스라엘 인질의 석방도 촉구하는데 피차 무시하고 말겠지. 

 

간밤에도 레바논 국경에 어마어마한 물량의 폭탄이 쏟아져 아침부터 전투기들이 날고 있다. 레바논 총리가 이스라엘이 분쟁 지역에서 떠나면 헤즈볼라도 무장 해제하는 유엔 결의안 1701호를 이행할 준비가 됐단다. 리타니 강이 어딘지 모르나. 그 아래로 내려오면 안 되세요.

 

요즘 새롭게 깨달은 이스라엘 사람의 특징은, 대출로 자금 조달 받는 것을 겁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은행업을 창조한 민족의 저력이라고 해야 하나. 어떻게 그러지? 나같으면 주위 사람들한테 '변통'을 먼저 하면 했지, 은행을 찾는 것은 마지막이 될 것 같다. 이걸 깨달은 이유는, 주위에 돈 얘기 하는 사람이 없어서다. 이스라엘은 금융 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단기간에 갑작스런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 중부 지방에서 자영업자들은 세 달째 수입이 형편없다. 이스라엘 노동자 45%가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배우자들이 예비군으로 가고 자녀교육과 집안살림을 독박쓰게 된 많은 여성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예비군에게 지급되는 월급은 시간외 수당을 제외한 기본급이라 거의 모든 가정이 수입이 줄었다.전체 경제 인구의 20퍼센트가 수입이 줄었단다. 물가도 올랐다. 일단 네게브 농가들이 수확을 하지 못해 농산물 가격이 크게 뛰었다. 하다 못해 아이들 과자값도 올랐다. 그런데 돈 얘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 문화다. 아무리 돈에 익숙해도, 어쩌면 돈에 익숙하기 때문에 돈을 언급하는 법이 없다. 나는 한국 사람이라, 푼돈을 빌리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돌려주면 되니까. 그러면 이 사람들은 그냥 준단다. 아니, 빌려 달라니까? 아니, 준댄다. 금방 돌려준다니까. 아니, 그냥 가지랜다. 이걸 이해하는 데 10년 걸렸다. 

 

친구가 파일을 보냈다. Oren의 대출 서류다. 학교 사무실에 언제 월급 들어오는지 묻는 사람은 나밖에 없단다. 이 사람들은 이런 일이 닥치면 으레 대출부터 받는다. 은행을 통한 공식 대출도 있지만, 각종 단체들이 긴급 구호 자금을 제공한다. 이자율이 3.25%다. 내가 경제활동을 한 이래 우리나라 은행 대출 이자가 4% 이하였던 적은 없었다. 100,000셰켈, 우리 돈 3500만원까지 빌려준다. '급한 불'을 끄는 데 넉넉한 자금이다. 가까운 친구인데 돈 좀 빌려줘도 되지 않나? 안 된다. 돈이 관계를 망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모르는 우리만의 비밀도 있다. 이 정도 돈은 꿍쳐두고 있다. 이 종잣돈을 안 쓰려고 돈을 빌리는 것이다. 아닌가?

 

 

비바스 가족에게 미국 가정이 토라 스크롤을 기증했다. 자그만치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토라 스크롤이란다. 석방된 일질 가운데 쉬리와 아리엘과 크피르를 목격한 사람이 있다고 한다. 부디 살아 있기를. 생후 10개월 된 아이를 날마다 씻길 물도 없는 곳에서 엄마 쉬리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국제적십자위원회가 내년 4월 임기를 마치는 사무총장 자리에 피에르 크레헨뷜을 지명했다. UNRWA 사무총장 시절 경영 부실과 윤리 남용 혐의를 받다가 사임했던 인물이다. 국제기구에서 자진 사임할 정도면 이만저만 구린 게 아닌데. 그후 혐의는 벗었다. 스위스 사람 앙리 뒤낭이 만든 스위스 민간기구가 어쩌다 전 세계 분쟁 지역을 대변하는 국제 기구의 권위를 갖게 됐을까. 노벨 평화상이 도왔을 것이다. 앙리 뒤낭 외에도 세 번이나 받았으니까. 냉전과 지역 국지전들을 겪으며 ICRC는 수많은 희생을 치렀다. 그들의 공을 무효화하는 건 부당하겠지. 그래도 팔레스타인 분쟁에서 유독 편파적이라는 구설, 팔레스타인 난민 기관들과의 유착 관계, 자금 운영의 불투명성은 이 조직이 자신을 돌아볼 충분한 이유다. 유독 이쪽 동네에서만 그런 것도 아니지 않나.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3년 임기고 현재 31대 회장은 김철수라는 분이란다. 회장 되신 분도 회비 안 내던 그 조직이다. 

 

19:00 UNSC가 가자 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확대하기로 결의했다. 러시아 대표가 가자의 휴전을 제안했고 미국은 비토했다. 러시아는 2년 가량 우크라이나를 계속 공격하고 있지 않나. 

 

하버드 총장 클로딘 게이가 물러나지 않자 탈탈 털기로 한 모양이다. 1997년 하버드 박사 학위 논문에서 표절 혐의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구린 게 많다면 더 많은 걸 잃게 될 수도 있다. 사퇴할 타이밍도 놓쳐서 일단 계속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학 박사가 이걸 예상 못했을까.   

 

전 세계 힘있고 구린 사람을 찾아 돈 대주는 걸로 유명한 카타르 왕국이 이스라엘 정치가 중에 네탄야후와 아빅도르 리베르만에게 선거 자금을 댔단다. 문서도 갖고 있단다. 리베르만은 부인했다. 네탄야후는 어쨌나 모르겠네. 

 

이스라엘의 겨울을 상징하는 이루스 사르겔אירוס הסרגל 야생 붓꽃이다. 이스라엘에서만 피는 다년생 구근식물geophyte이다. 나사렛 병원에서 일하면서 영국성공회 Christ Church에서 사역했던 아르메니안 인 바르탄 박사가 발견했다 해서 Iris Vartanii라고 불린다. 히브리어는 꼭대기 부분이 반듯해서 자ruler를 뜻하는 사르겔이 됐다. 겨울에 나사렛에 가면 크리스마스 성탄절 분위기를 만끽하며 Christ Church에 들러 이 꽃을 소개하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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