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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하마스 전쟁 79

이스라엘에서 비 피해라는 말을 처음 듣는다. 무슨 비가 피해를 입힐 지경까지 내리나. 나사렛은 연 강우량이 이번 주말 3일 만에 내렸단다. 하이파는 배수시설이 안 좋은지 곳곳에서 침수다. 4번 고속도로로 들어가는 파즈 다리를 막을 정도였다. 뭐가 이리 극단적이지, 이 나라는. 

 

이번 주말에만 IDF 전사자가 14명이란다. 충격에 멍해진다. 한 가족당 7-8명 직계 가족이 있다고 치면 100명 넘는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유가족이 된 것이다. 욤리숀, 샤밧을 지나고 나자 장례식이 줄줄이 이어진다. IDF 전사자 숫자가 증가하는 것을 공중 폭격이 제한되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이를 미국의 요구에 굴복한 IDF의 전술 변화 때문이라며 비난하는 의견이 있다. 길 지나가는 아무개가 아니라 우파 정부 장관이 한 말이다. 벤그비르는 인질들을 살리기 위해 IDF 군인들의 목숨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그 인간다운 발언도 했다. IDF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는 정치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이제까지 삼가왔는데, 드디어 내각의 비난을 비판했다. 어떻게 험한 말을 안 하는지 군인의 절제력이란 참 본받을 만하다. 그냥 쌍 자음이 막 나와도 이해할 텐데.   

 

바이든 대통령이 네탄야후와 개인 통화를 45분이나 했단다. 근데 휴전하라고는 안 했단다. 그만 좀 하라는 걸 돌려 말하는 데 45분이나 필요한가. 네탄야후도 이스라엘이 주권 국가라 우리 뜻대로 한다고 선언은 했지만, 이스라엘 정치가나 IDF가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인 요구를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을 거다. 

 

지난 주 가자 지구의 가톨릭 교회에서 저격수에 의해 두 민간인 모녀가 살해된 일이 있었다. 교황까지 나서서 이스라엘 행위라며 비난했는데, 정작 이스라엘은 부인했다. 이스라엘이 거짓말했겠지, 할 수 있지만, IDF가 거짓말하는 게 쉽지 않다. 기록이 다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도 조사중인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가톨릭 교회의 수호자로 자임하고 싶은 모양이다. 피자발라 예루살렘 주교에게 “성지에 있는 모든 기독교인에게 평화와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고 프랑스가 그들 곁에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 달라”고 했단다. 사탕이라도 하나 보내주면서 말하지. 

 

메이드 인 차이나 TikTok이 이스라엘 납치자 가족들의 유료 광고 캠페인을 거부했다.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광고가 “너무 정치적”이란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는 같은 캠페인이 진행됐다. TikTok이 친팔레스타인인 것보다 이들의 거절 사유가 '정치적'이라는 게 코미디다. 그쪽이야말로 정치와 일심동체 아닌가. 

 

 

독일도 참.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챈슬러 무덤에 스와스티카로 칠해졌다. 슈미트가 나치라는 건가, 나치를 옹호했다는 건가, 애매하다. 아무튼 슈미츠 총리가 이런 대접을 받을 정도로 독일이 한 여론으로 몰리고 있다. 마침 독일 좋다고 이민간 이스라엘 사람들도 많은데 그들의 앞날이 참 암울하겠다. 네탄야후 총리 부인의 과거 염원대로 누군가 그냥 이 나라 전부를 불싸지르고 있다. 그 이익을 얻는 자들이 범인이겠지. 

 

아부마젠과 하니예의 투샷은 2007년이 마지막이다. 두 사람 다 많이 젊었다. 두 사람이 정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카이로가 휴전 조약을 협상 테이블에 상정했다. 크게 3단계로 구성되는데, 2주간의 전투 중단 후 여성, 미성년자, 노인, 아픈 남성 등 인질 40명을 석방하며 3~4주까지 연장한다. 이스라엘은 같은 범주의 팔레스타인 수감자 120명을 석방한다. 이 기간 적대 행위 중단과 함께, 이스라엘 탱크를 철수하고, 인도주의 구호품을 가자 지구에 들여보낸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PA와 하마스 간의 정부 구성을 위한 회담이 열린다. 가자 지구의 재건을 감독하고 팔레스타인 의회와 대통령 선거를 위한 방법을 합의한다. 미리 초쳐서 미안하지만 절대 합의는 안 될 거다. 
마지막 단계가 포괄적인 휴전으로, 군인을 포함한 나머지 이스라엘 인질들의 석방이다. 그 대가로 이스라엘은 자국 감옥에 있는 모든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일부 석방한다. 이 숫자를 제시하지 못한 것은, 어차피 안 통할 걸 알기 때문에 간 보는 것인가? 10월 7일 테러로 체포돼 재판을 기다리는 하마스 테러리스트가 수백 명이다. 이스라엘이 이들의 무사 귀환을 보장한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하며 가자 사람들이 북부 가자에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스라엘이 자기 인질들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지, 하마스의 정치력이 얼마나 강력한지에 달려 있다. 문제는 이스라엘의 합의 당사자가 이렇게 양자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스마일 하니예는 어제 카이로에서 카타르로 돌아갔고, 오늘부터 카이로에서는 이슬람 지하드 대표단이 이집트와 회담을 시작한다.

 

아무튼 각자 따로 사는 길이 확고해지길 바란다. 그동안 더러웠고 다시 만날 일 없기를 피차 바라며 헤어지시라. 

 

하마스에 대한 가자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서부 라피아흐에서 특이한 사건이 있었다. 하마스 경찰이, 구호 트럭을 멈춰 세운 시민 가운데 한 명을 저격해 살해한 것이다. 마침 이 젊은이가 라피아흐의 큰 하물라(clan, tribe) 아부 부리카의 일원이라, 하물라 전체가 경찰서로 몰려가 살인한 하마스 경찰에게 보복하겠다며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가자에서 듣기 어려운 하마스에 대한 저주의 말들이 터져 나왔다. 가자 난민들이 얼마나 심각한 굶주림을 겪고 있는지 보여주는 일이긴 하다. 최근에 IDF가 공개한 녹음에서는 가자 주민들이 하마스의 통치에 대해 얼마나 심한 분노와 좌절감을 느끼는지 잘 보여준다. 멀리 해외에 머무르고 있는 하마스 지도부가 가자 주민을 파괴하고 있다는 표현도 있었다. 어쨌든 하마스 높은 분들은 도하의 7성급 호텔에서 블링 라이프를 살고 계시니까. 가자만 해도 수많은 하물라들의 이해가 얽히고 설켜 있는데, 웨스트뱅크와 나란히 "민주주의 정권 수립"이 가능할까. 2005년에 망한 일을 16년 후 더 극단적인 세계관을 가진 이들에게 맡겨야 하는 정당성도 과히 납득은 안 된다. 그래도 부디 잘해보시라. 

 

신기하게도 하마스 전쟁은 전 세계의 이목을 잡아 끈다. 우리나라만 해도 2023년 구글 검색어 해외 뉴스 1위가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의 전쟁이다. 싫어할 망정 무관심하지는 않은 것이다. 왜 그럴까. 이스라엘의 이 묘한 포지셔닝이 내년까지 이어질 전쟁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내일이 크리스마스인데, 그러니까 오늘밤이 silent night인데, 비내리는 춥고 어두운 밤하늘에 별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토록 깜깜한 밤에 무슨 희망을 내다볼 수 있을까. 이제 보니 내가 장만한 크리스마스 트리도 너무 추레하다. 

 

통큰 친구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 갔다. 유통기한이 1년이니 두고두고 먹으란다. 먹을 걸 보니, 그것도 한국 음식을 보니, 세계관이 바뀐다. 아직은 살 만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당 3600원이라는데 여기서는 약 6000원 꼴이다. 이스라엘은 원래도 이런 류의 가격이 비싼 편인데, 한국 컵 제품들이 들어오면서 가격이 마구 오르고 있다. 어쨌든 한국 라면이나 요리에 대한 인기를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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