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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1 자파, 플로렌틴

하마스 전쟁은 106일째지만 날씨는 1월인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푸근했다. 자파에 갔다. 아불라피야에 가서 아침부터 먹는데, 내가 여길 이 시간에 가는 이유는 아랍어를 하기 위해서다. 자파는 아랍 인구가 많고, 아불라피야는 특히 가족끼리 아침 먹으러 오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한테 말 걸면 오래 연습할 수 있다. 대체 아랍어는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주문을 해 본다. 우리드....말도 안 나갔는데 토스트 빵에 토핑이 마구 얹어진다. 라, 라, 라, 속 터져. 

 

이 분야의 선구자로서 용납이 안 되는 토스트다. 주문을 잘 못해서 이 지경이다. 언제쯤 완벽한 토스트를 먹을 수 있을까. 이게 35NIS다. 유대인 레스토랑에서는 50NIS 줘야 한다. 아불라피야는 자파를 대표하는 아랍 빵집이다. 

 

커피를 마시려면 플로렌틴으로 들어간다. 자파 옆의 빈민촌이었는데, 젠트리피케이션을 겪고 있는 곳이다.   

 

예전 같은 활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연 곳은 열고, 사람들 모인 곳은 모인다.

커피방 옆이 빨래방이다.  

 

새로워진 그라피티 구경도 했다. 

 

 

얼마 만에 모쩨이 샤밧 나들이인지 모르겠다. 샤밧이 지난 토요일 밤, 이스라엘 사람들은 친구들끼리 약속을 잡는다. 다음날 일하는데 왜 이러나 싶은데, 모든 게 균형이다. 금요일 밤 샤밧은 가족과 식사, 토요일 밤은 친구와의 친밀한 시간이다. 우리나라의 은근히 폐쇄적인 문화에서는 다소 버거울 수도 있는데, 금요일 가족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그 다음날은 공동체의 안부를 묻는 행위 같다. 이렇게 해서 모든 비밀이 공유되는 거지만. 대개 아지트를 정해 한 집에서만 모이곤 하는데, 갑자기 이사하게 된 집이라 선물을 장만했다. 이스라엘은 우리나라처럼 매번 눈치껏 해야 하는 선물 문화는 없지만, 새 집의 하누카 개념이 있어서 집들이 선물은 꼭 한다. 가벼운 케잌이나 쿠키 같은 걸 할 수도 있지만, 이 집에 최근 우환이 좀 많아서 꽃을 사기로 했다. 덴드로비움은 오키드 종 치고도 꽃이 예쁘기로 유명하다. 덴드론이 나무, 비우스가 생명이니까 생명나무다. 

꽃을 보는 즐거움은 화분이라고 딱히 적은 건 아닌데, 나는 화분에 감탄할수록 자연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얘기하는 동안 라디오를 켜놓았는데, 마침 에레츠이스라엘에 관한 노래들이 쏟아진다. 그동안 전자 테크노 같은 골 울리는 노래로 점령됐던 이스라엘 음악계가 다시 좀 차분해진 편이다. 가사가 심오하고 이 땅에 대한 사랑을 담고 있는 노래들이 참 듣기 좋다. 같은 시간 텔아비브 광장에는 수천 명이 모여, 인질들의 생환을 위한 집회가 있었다. 저들의 피로와 슬픔에 잠시 압도된다. 오늘같은 따뜻함이 너무 좋았다고,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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