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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1 나타프, 그린 라인

유발 하라리 교수가 메술랏 찌온에 살다가 카르메이 요세프로 이사를 갔단다. 텔 게제르가 한눈에 보이는 손꼽히는 부자 동네다. 대지와 건물까지 샀으면 거의 천만 셰켈쯤 들었을 거다. 대출 안 끼고 현찰로 샀겠지. 책 4권 판 인세가 얼마나 많이 들어왔으면 이스라엘 같은 나라에서 50도 되기 전에 집을 사나.  

 

내 집 장만의 꿈이 요원하다고 살고 싶은 집이 없는 건 아니다. 이스라엘 집 값이 점점 올라가면서 가능성은 더 희박해지고 있지만, 틈나는 대로 보아둔 집을 자주 보러 간다. 그린 라인 근처, 유다 산지의 아름다움이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67년까지 요르단과 국경 바로 옆이었다.

 

하르 루아흐, 바람(영혼)의 산을 정원처럼 내다보는 곳이다. 저 집 주인은 30대에 하이텍크 회사를 차려서 5두남이나 되는 부지를 사고, 자기 손으로 직접 집을 지었는데, 저길 팔고 텔아비브 같은 도시로 나갈 계획을 여러 번 세웠었단다. 애들 교육 때문에 그랬냐고 묻자, 왜 애들이 자기 삶의 변수가 되냐고 반문한다. 글쎄요. 나야 하이테크 회사 소유주가 아니니 모르지. 아무튼 바람의 산이라는 이름이 너무나 적절하게도 사방으로 베란다를 두고 시간별로 햇빛을 피해 나가 앉아 있을 수 있는데, 그 바람이 너무 시려오더란다. 또 여기로 들어오는 도로가 먹통이 되면 이 고즈넉한 장소 선정의 이점이라고는 느낄 수 없을 만큼 길거리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단다. 아무튼 내 꿈은 저 집 북쪽으로 비어 있는 1두남쯤 사들여 집을 짓는 거다. 그까짓것 나한테 팔아준다고 확답은 받았다. 내 집을 설계해 줄 건축사도 있다. 다 되는데 돈만 없다. 이런 비루한 인생. 

 

부업으로 양봉을 하신다. 이스라엘에서 벌꿀은 개 다음으로 인간 친화적 생명체다. 집에서 양봉장까지 골짜기를 따라 30분 산책하는 길이 기가 막히다. 하이델베르크 철학자의 길이 우습다. 

사람이 홀로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 이 자리에 앉아 보면 왜 사람이 홀로 있어도 충만할 수 있는지 이유를 알게 된다. 사람이 언어로만 대화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이스라엘 산림청은 귀신같이 트래킹 코스를 만들어 두었다. 국립공원인데 주변 동네 아랍인들이 많이 와서 즐긴다.   

 

48년 전쟁 당시 이곳에도 키부츠가 세워졌다. 마알레 하미샤, 다섯 명이 오른 언덕이란 뜻이다. 이곳이 국경이었으니 꽤 긴 시간을 편치 않은 안보 환경에서 버텨온 것이다. 키부츠 입구에 감시병들의 초소가 있다. 총을 맞아 뽕뽕 구멍이 뚫여 있다.  

또 다른 키부츠는 키리얏 아나빔, 포도 마을이란 뜻이다. 48년 예루살렘의 유대인은 10만 명이나 되었다. 이들을 먹여 살리는 것을, 당시 텔아비브에 자리한 유대인 기구 의장 벤구리온은 전쟁에서 이기는 길이라고 여겼다. 보급품을 실은 트럭에 쇠철갑을 두르고, 산 위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들이 총격을 가하고 있는 도로 위를 목숨을 걸고 달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길 위에서 죽었다. 죽은 이들을 가매장한 곳이 키리얏 아나빔이었고, 일단 매장하면 이장할 수 없는 유대인의 관습 때문에 이곳은 지금까지도 팔마흐 전사들의 묘지 역할을 한다. 

세 번째 키부츠는 네베 일란. 과감한 투자를 통해 호텔들을 세웠다. 유다 산지에서 밤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최근에 키리얏 여아림에 하레딤들이 이주하면서 조형학적으로 더할 나위 없었던 이곳이 민둥산처럼 깎여 나가고 있다. 회당과 예쉬바들은 한결같이 미학적으로 형편없는 그저 대형 건물들로 세워지고 있다.   

네 번째 키부츠가 야드 하슈모나. 여덟 명을 기념한다는 뜻이다. 이곳에 최초로 자리 잡은 핀란드 출신 기독교인이 8명이었다나 보다. 전통 목공 학교가 있다. 내 꿈이 목공 일을 배우는 건데 마침 가르쳐주는 곳도 근처에 자리하고 있으니, 이것은 천혜의 조건이다. 돈이 없을 뿐.   

야드 하슈모나의 와이너리 카스텔이다. 여기 레스토랑도 명물인데 금요일 점심 뷔페가 유명하다. 여기에서 출발해 산속길로 엠마오까지 걸어간다. 20킬로쯤 된다. 예수님이 두 제자와 함께 걸었던 그 길이라고 믿고 있다. 올해 부활절에 그 길을 걸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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