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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플로데루스의 프로포즈

얼마 전 스웨덴-이란 간 포로 교환이 성사됐다. 오만이 중재했다나 보다. 에이드 알아드하, 희생절의 관례인 포로 석방 이벤트였다. 스웨덴이 2022년 종신형을 선고한 63세 이란인 범죄자 하미드 누리를 석방하는 대가로, 외교관 33세 요한 플로데루스와 사이드 아지지가 이란에서 석방된 것이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이스라엘에서 크게 다뤄진 이유는, 요한 플로데루스가 이란에서 체포된 혐의가 "이스라엘을 위한 정보 수집"이었기 때문이다. 스파이들의 오묘한 세계야 나는 모르지만, 이란과 이스라엘을 함께 방분하면 이런 혐의를 받기 쉽다. 그렇다고 외교관을 막 잡아가두는 이란은 도대체...   

애초에 스웨덴 정부는 요한 플로데루스가 스웨덴에 도착해 가족과 상봉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그걸로 여론이 누그러지지 않았나? 며칠이 지나 다시 한 장의 사진이 공개됐는데, 요한 플로데루스가 마중나온 파트너 앞에 무릎 꿇고 청혼하는 장면이었다. 남친은 예스 했고 둘은 키스하며 울고불고 했단다. 

 


남의 사랑을 깎아내리면 천벌받는다. 이란 같은 나라에서 스파이 혐의로 체포돼 2년간 갇힌 채 사형 선고가 내려질까 노심초사한 사람이 마침내 자유인이 됐는데, 결혼이 우선 하고 싶을 수 있지. 그럼 뭐 복수부터 하겠나. 스웨덴 같은 LGBT 천국에 살다가 이란 감옥에서 짐승 취급을 받았으니, 고국의 자유가 더더욱 값지게 느껴졌을 테지. 그래도, 허참, 콧바람이 새나온다. 어쩔 수 없이 포로 교환에는 양가감정이 따른다.

 

스웨덴 정부는 오만의 중재를 통해 요한과 사이드를 구출해 왔지만, 이란 감옥에는 여전히 Ahmadreza Djalali 박사가 2017년부터 2,973일째 사형수로 복역중이다. 왜 스웨덴 정부는 잘랄리 박사의 석방을 위해 협상할 수 없었을까. 잘랄리 박사야말로 곧 사형 집행이 이뤄질지도 모르는데? 이란이 잘랄리 박사의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았단다. 포로 협상을 참 젠틀하게도 하시네. 애초에 남의 나라 시민을 인질로 붙들고 있는 비열한 나라에 왜 끌려가나?    


하디드 누리가 누군가? 1988년 이란 교도소에서 이뤄진 정치범 대량 학살의 핵심 인물이다. 당시 감옥에서 학살된 이란의 지식인은 3만 명에 이른다. 저항의 씨앗조차 남기지 않기 위해 저지른 이슬람 공화국의 조직적인 범죄행위였다. 스웨덴에 망명한 이란인들은 하디드 누리의 사면을 반대하며 스웨덴 정부를 비난했다. 당시 검찰총장 겪이었던 라이시가 헬리콥터 사고로 죽고, 이제 권력 재편을 해야 하는 이란에 스웨덴이 큰 선물을 안겨준 셈이다. 이란이 서방측 인사를 체포한 것 자체가 하디드 누리의 석방을 위한 일이었다. 앞으로 이란은 더 많은 인질들을 확보해 자기 범죄자를 석방시키려 애쓰지 않겠나. 요한 플로데루스의 행복으로 아무리 위로를 삼은들, 테헤란에 도착한 하디드 누리의 기세등등함에 속이 뒤집힌다.  

 

 

가자 지구에 잡혀 있는 116명의 인질들을 되찾아오려면, 이스라엘은 많은 걸 내주어야 한다. 그걸 생각하면 토할 것 같다. 오늘 길을 걷다가 인질 생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을 단 사람들이 찾기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 인질들의 생환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들 목숨의 경중으로 따지는 잔인한 산수가 발동하기 때문이다. 생명을 구하는 게 정의라고, 성경도, 꾸란도, 주장한다. 당분간 하디드 누리는 잊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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