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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유발 하라리 <넥서스>

하마스 전쟁 이후, 몇 편의 칼럼만 남기고 침묵하던 유발 하라리가 새 책을 내놓았다. 영어본과 동시 출간이다. 기타 다른 언어가 나왔을 수도 있다. 한국 어느 출판사에서도 누군가 정신없이 일하고 있겠지. AI에 관해 유발 하라리 정도 되는 사람이 한마디 할 때가 된 것이다. 부제목이, 석기 시대부터 인공 지능까지 정보의 역사 요약이다. 제목 넥서스가, 어느 정도는 이 책의 요점을 내비치고 있다. 비둘기는, 허참. 아마도 저자의 안목 같은데 통신 매개이자 평화의 상징이란다. 표지 디자인의 미진한 완성도가 예고한 대로, 출간과 동시에 비판이 적지 않다. 말랑한 에세이 쓰던 사람도 아니고, 역사학자로서 인류사를 쓰던 사람이, 이런 외도를 왜 했을까. 

 

언뜻 책은 정보와 정치의 관계에 대한 역사를 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정보로서 종교나 믿음체계가 사람들을 지배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 같기도 하다. 미래 인간성에 대한 염려는 저자의 전매특허다. 호모 사피엔스가 현재 겪고 있는 정보 혁명은 자기 파괴적이라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원래 인간이 권력을 얻기 위한 방식이 정보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었고, 대개 이를 위해 허위나 환상, 망상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21세기 AI라는 새로운 망상 네트워크를 건설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무슨 논의를 해야 할까. 

 

저자는 현학적인 책을 쓰고도,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희한한 능력이 있다. 부럽다. 혈연과 가족애가 폭발하는 전쟁통에 대리모로 자녀를 낳는 건가 했더니, 새 책을 낳았다. 이스라엘 학자에게 보이콧의 불똥이 튀지 않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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