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르 코헨은 이스라엘 중부 지역 라마트 간에서 파트너 사샤와 함께 살았다. 두 사람 모두 하이테크 분야에서 일하는, 전도유망한 완벽한 커플이다. 2023년 10월 7일 명절 마지막날, 사샤의 부모가 살고 있는 브에리 키부츠에 함께 방문했다. 사샤는 이 방문을 주저했는데, 기다리고 있는 어머니를 실망시킬 수 없어 마지못해 갔다고 한다. 그리고 다름 아닌 사피르가 이런 선택을 권했다. 삶은 때로 참 잔인해서, 만약 사샤가 살아돌아오지 못한다면 사피르는 그때 주저했던 사샤에 대한 기억 속에서 평생 고통스러울 것이다. 키부츠 브에리에서 10분 거리인 니르 오즈의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던 두 사람은 7일 아침 사이렌 소리에 놀라 깨어났고, 그곳에서 납치됐다.
인질들의 경험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그들이 가자에 도착했을 때, 그들을 둘러싸고 환호하던 가자인들에 대한 증언이다. 대체 가자인들은 어떤 종류의 삶을 살기에, 유대인을 살해하고 납치한 데 대해 기쁨을 터트릴 수 있었을까. 왜 그것이 더 큰 재앙의 씨앗이라는 약간의 상식마저 잃어버린 것일까. 아마도 이 전쟁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투쟁 역사에서 갖는 의미가 있다면, 서로에 대한 완전한 절망, 더 이상의 가능성을 차단해 버린 단절일 것이다. 유대인들이 가자인 전부 테러리스트와 동격이라고 여기는 데 대해 반론의 여지가 없다. 하마스를 보호하느라 스스로 인간 방패 역을 자인하는 가자인들은, 자기 아들을 성스러운 지하드에서 순교자로 바치는 데 자부심을 비치던 팔레스타인 어머니들 만큼이나 충격이다.
한편 인질 생활에서 돌아온 사람들은 여전히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지 못했기에, 사피르 코헨의 적극적인 행보가 놀랍고 걱정스러울 정도다. 아마도 여전히 인질로 잡혀 있는 남편 사샤로 인해 힘을 내는 걸 거다. 또 여기에는 사피르의 종교적 체험 탓도 있는데, 신을 만난 사피르의 경험이 이런 시국에 많은 종교인들에게 환영받는 요인이다.
사피르의 연설 중에 현실을 호도할 가능성도 분명 있다. 인질들을 위한 광장에 하레딤, 종교인은 없다. 이스라엘 백성은 인질 석방 안에 있어서 한마음이 아니다. 이 현실을 통해 민족이 하나되는 방법을 궁구한다면, 글쎄, 과장과 호도보다는 현실에 대한 바른 직면과 도전이 낫지 않을까.
사샤의 아버지는 10월 7일 살해됐고, 어머니와 할머니는 납치됐다가 사피르처럼 포로 교환을 통해 석방됐다. 사샤는 여전히 가자에 인질로 잡혀 있다. 사샤는 러시아어로 빛이란 뜻이다. 한때 하마스가 푸틴을 위해 러시아 시민들을 석방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그 약속은 공수표가 됐다.
사피르는 하나님이 자신을 선택해 준비시키셨고, 이 고난을 이길 특별한 힘을 주셨고, 그래서 포로 생활 내내 다른 이들을 돌보며 의미를 찾을 수 있었고, 포로 교환으로 풀려나고서도 남편 사샤를 위해 열심히 선포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람은 의미를 찾지 못하면 희망도 갖지 못한다. 빅터 프랭크의 홀로코스트 수용소의 기록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지금은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버틸 수 있는 모든 용기와 지혜를 짜내어 제각각 이 지독한 현실에서 벗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사피르 코헨과 남편 사샤를 위해 기도한다. 인질들 모두 생환할 수 있기를. 저들의 간절한 소망을 이스라엘과 이 세상이 저버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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