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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dma Winery

유월절이다. 올해도 외국인을 버려두지 않으려는 의로운 유대인들의 초대를 받았는데, 도무지 거절하기 어려워 또 먼 걸음을 해야 한다. 걸음만 먼 게 아니다. 선물을 사가야 하는데, 요즘 이스라엘 물가가 미쳤다. 음식을 해 갈 수도 있지만, 그건 내가 하기 싫고, 가장 손쉬운 와인을 사기로 했다. 아무거나 살 수는 없어 카드마에 갔다. 이런 것도 따지고 보면 명절 스트레스다.

 

이런 풍경을 보고, 뭐가 아름다운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딱하다. 카드마 와이너리가 위치한 이곳은 유다 산지, 히브리어로 크파르 우리야다. 아랍어로 근방의 지명이 카프루리야였는데, 비슷한 발음을 가져온 것이다. 아랍어가 지켜온 지명은 크피르, 아리야, 모두 사자라는 뜻이다. 이 지역은 맨 손으로 사자를 잡은 삼손과 관련된 곳이다. 

 

보통 이런 잔해를 보면 십자군과 연관시키고 싶지만, 아무리 봐도 그건 아니다. 오토만 시절일 것이다. 지금은 야드 레바님, 전쟁과 테러 희생자들을 기념하는 공간이다. 2023년 10월 7일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깃발이 있다. 

 

카드마, 스펠랑 자체가 아람어다. 동쪽, 그래서 고대 시대를 뜻하는 단어다.

 

이 와이너리의 특징이 고대 방식을 결합했다는 건데, 그래서 oak barrel 옆으로 유대 전통의 amphora 토기들이 놓여 있다. 

pergola 스타일의 지붕 디자인이다. 구름 많이 낀 기온 낮은 날이라 좋아 보이지, 한여름엔 절래절래. 그래서 운치 있는 봄에만 간다. 120좌석인데 벌써 전부 예약이다. 

고대와 현대의 생산법을 접목시킨 와인의 탄생은 조지아 덕분이다. 카드마의 매니저 리나 슬루츠킨이 조지아 출신이다. 와인의 발생지로 알려진 곳이고, 성경에서 와인의 창시자 노아가 머물렀던 아라랏 산에서 멀지 않다. 조지아 와인은 Qvevri라는 점토 항아리를 땅에 묻어 와인을 숙성시키는데, 이 기술이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 문화 유산이다. 이스라엘은 워낙 덥고 건조해서 암포라를 땅에 묻는 대신 서늘한 곳에 둔다고 한다. 암포라는 open fireplace에서 직접 손으로 만드는데, 처음 구워 아직 뜨거울 때 beeswax 레이어를 바른다. 이 밀랍층이 흡수되면서 토기를 마감해주니, 화학용품을 사용하지 않고도, 미생물의 유입을 막을 수 있는 거다.

 


카드마의 레드 와인은 lira, copia 같은 고대 아이템을 이름으로 삼는다. 와인 병 디자인이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직접 손으로 붙이기 때문에 저렇게 높낮이가 제각각이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는 포도 품종에 천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포도밭에다 등급을 매기고, 수십 년 동안 카베르네 쇼비뇽, 메를로 같은 단일 품종에 승부를 건다. 카드마에서는  natural wine답게 전부 섞는다. 오히려 다른 곳에서는 블렌딩용으로 쓸 Petit Verdot 100%가 나오긴 했다. 산도가 높고 향이 무거운데, 특이해서 선물로는 좋다. 세일인데 100셰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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