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상 4-6장은 언약궤가 사람마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남긴 족적을 들려준다.
먼저 이스라엘은 에벤에셀에, 블레셋은 아벡에 진을 치고 있었다. 오늘날 지명으로 로쉬 아인이라는 곳이다. 이스라엘은 졌다. 장로들은 실로에 있는 언약궤를 진영으로 옮기자는 '꾀'를 낸다. 이 구절이 정말 좋은데,
וַיְהִי, כְּבוֹא אֲרוֹן בְּרִית-יְהוָה אֶל-הַמַּחֲנֶה, וַיָּרִעוּ כָל-יִשְׂרָאֵל, תְּרוּעָה גְדוֹלָה; וַתֵּהֹם, הָאָרֶץ
여호와의 언약궤가 진영으로 들어올때, 온 이스라엘이 큰 소리를 소리치니, 온 땅이 울었다.
루아라는 단어에 맞추어 리듬감을 살렸다. 바야르우 테루아. 하나님을 보는 심정이었겠지. 블레셋조차 하나님의 언약궤가 진영에 들어온 걸 눈치채고 떨었다. 하지만 이 두려움 덕분에 죽기살기로 싸웠는지 오히려 승리했고, 이스라엘은 또 다시 패배하고 언약궤를 심지어 빼앗겼다.
언약궤를 지키는 게 사명인 엘리 집안에는 큰 재앙이 연속된다. 그러거나 말거나, 언약궤는 스스로 능력을 발휘한다.
에벤에셀, 언약궤 탈취
아스돗 (Ashdot, 현재 항구), 다곤 신전 박살
가드 (Tel es Safi), 독한 종기
에그론(Tel Mikna), 인수 거부ㅋㅋ
에그론 사람들은 현명했다. 앞선 블레셋 도시들의 참상을 지켜보고 언약궤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언약궤는 에그론에 들어가지 못하고 블레셋 '지방'에 일곱 달을 머물게 된다. 히브리어는 블레셋 '들판'(שדה)이다.
텔 미크네, 성경의 블레셋 도시 중 하나 에그론으로 여겨진다. 1993년 발굴에서 블레셋 인들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무기와 보물들을 발견했다. 요즘은 그냥 동네 베두인 꼬마들의 놀이터이다.
블레셋의 제사장과 점치는 자들이 언약궤를 어떻게 처리할지 의논한다. 이스라엘 신에게 제사를 지내기로 하고 자신들을 대표하는 금 독종 다섯과 금 쥐 다섯 마리로 제사를 지낸다. 쥐는 블레셋이 머물렀던 이집트에서 불멸의 신으로 여겨지던 동물이다. 이스라엘 땅에서도 많이 발견돼 이스라엘 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다.
그런데? 금 독종? 독종에 모양이 있나? צַלְמֵי עפליכם 아팔림의 형상, 아팔림이 뭘까? 마소라 본문은 아팔림 옆에 괄호를 열고 טְחֹרֵיכֶם 트호레헴이라고 읽으라고 한다. 마소라 본문에서 케레 how to read와 크티브 how to write가 구분되는 경우는 해석을 가미했기 때문이거나, 그저 clean language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마소라 본문이 남녀의 동침을 '알다'(ידע)라는 동사로 쓴다고, 아 심오한지고, 하는데, 적나라한 단어를 쓸 수 없기 때문에 은유로 표현한 것이다 (물론 '알다'로 은유한 건 대단하다). 유대교는 남녀의 신체 관련 용어를 언급조차 해서는 안 된다. 배가 부른 여성을 보고 임신했냐고 묻는 것도 금지다. 절대로 말로 하면 안 된다.
한마디로 말해서 거룩한 본문에 담기에는 아팔림이라는 단어가 거슬렸다는 것이다. 그럼 트호림은 뭘까? 치질이다.ㅋㅋ 자, 고대 사회에서 치질에 어떤 맥락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대단히 에둘러 말했는데도 치질일 정도로, 아팔림은 어마어마한 단어라는 뜻이다.
히브리어 아팔, 혹은 오팔은 높은 곳이라는 뜻이다. 예루살렘에는 모리아 산에 성전이 마련되면서 높은 성전과 낮은 다윗성 사이에 공간이 생기는데 저지대 사람들이 올라가는 곳이기 때문에 오펠이라고 불렀다. 지금도 그렇게 부른다. 2021년 작고한 에일랏 마자르 교수가 마지막까지 매달린 곳이 이 오펠 발굴이었다. 그러니까 아팔림이란 단어는 높은 것, 세워진 것과 관련된 것이다. 나는 여기서 눈치를 챘는데, 이 단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했다. 아, 교수님, 진짜 의기양양.
phalluses_photo_ophalim_article.jpg (2400×1800) (wordpress.com)
고대 블레셋 도시 가드(골리앗은 가드 사람이다)로 추정되는 Tel es Safi에서 나온 제의 도구이다. 남자의 성기 모양이다. 현재 이스라엘 학계에서는 아팔림이 이를 의미한다고 대체적으로 합의됐다. 다윗을 찾아 헤매던 이스라엘 고고학계는 블레셋으로 방향을 전환한 면이 있는데, 블레셋 연구를 하다가 그 어딘가에서 다윗과 조우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고대 문서 자료를 해석하는 한계를 고고학 유물의 존재가 보충해 준다는 점에서 이런 연구가 반갑기는 하다. 이걸 몰랐을 때는 뭐하러 더운데 땅 파고 있나 했었다.
1990년에 아슈돗에 세워진 블레셋 문화 박물관 Museum of Philistine Culture이다. 최근 블레셋 관련 고고학 발굴 사이트에서 성과가 적지 않아 펀드를 꽤 받았다고 들었다. 답사중에 들렀는데,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어 두었다. 저기서 제일 흥분하신 분이 옥서더스 랍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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