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arasha

아케다, 로쉬 하샤나의 파라샤

아케다(עקדה)는 binding, 묶음이라는 뜻이다.

어느 날 아브라함은 브엘세바에서 삼 일 길을 걸어올라와 모리야 산이라 알려진 곳에서 여호와께 제사를 지내기로 한다. 천진하기는 하지만 결코 어리지만은 않았던 아들 이삭이 묻는다 (미쉬나는 30-40세 사이로 추정한다). 

"아버지, 우리의 제물은 어디 있나요?"  

이 대목에서 성경은 호러물로 바뀐다.

바로 너란다.  

 

Dura-Europos Synagogue 벽화 중 헤롯 성전. 성전 휘장과 메노라와 제사장 복장 

 

유프라테스 강가에 두라-유로포스라는 도시가 있었다. 고대 앗수르 제국을 시작으로 셀 수 없는 침략과 전쟁의 배경이었던 이 도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제국의 지배를 받았고, 기원전 4세기부터 헬레니즘 문명의 중심지가 된다. 다양한 종교가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유대교도 그중 하나였다. 헬레니즘은 (167 BCE 예루살렘 유대교 성전을 더럽히는) 에피파네스가 괴상할 만큼 모든 종교에 관대했다.

 

1932년 이곳이 발굴되는데 유대교 회당이 나왔다. 이곳이 기원후 244년 세워졌다는 아람어 비문도 발견됐다. 256년 이란의 사사니안 왕조가 이곳을 침략하는데 그때 해를 피하기 위해 공간을 흙으로 막았던 것 같다. 온전히 보존된 가장 오래된 유대교 회당일 뻔했으나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생사를 알 수 없다. 1700년 간 보존돼 온 인류의 유산을 30년 만에 자기 맘에 안 든다고 파괴하고 있다. 그분들이.     

 

회당의 큰 홀에는 전체 7미터나 되는 높이로 3단계에 걸쳐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동시대 그레코 로만 스타일의 프레스코화 같았지만 석고에 TEMPERA를 섞은 것이었다. 오늘날 유화가 기름을 섞어서 색깔을 영구히 보존하듯 고대 시대에도 나름의 재료가 가미됐는데 템페라는 대개 달걀을 섞었다. 비잔틴 시대의 아이콘들은 템페라가 많다.

 

그러니까 기원후 3세기 현재 시리아 땅에서 다양한 종교 생활을 하던 공동체 안에서 유대인들도 자신들만의 종교생활을 했다는 거다. 한 가지가 걸린다. 인물화.

 

하나님이 모세에게 주신 일계명이 아무 형상도 만들지 말라는 것이고, 그에 따라 유대인은 사람 모양 인형도 집에 두지 않는다. 그런데 회당 벽화에 사람이 그려져 있다니. 처음 발굴한 프랑스 학자들 역시 이 그림들 때문에 유대인 회당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지금이야 복원이 돼서 인식이 되지만 먼지 구덩이 속에서 희미하게 나타난 윤곽만 보고 당연히 헬라식 템플인 줄 알았던 것이다.  

 

순서대로 아브라함, 모세, 에즈라, 로 알고 있었다. 에즈라를 여호수아로 보는 견해도 있다. Jewish Art에서 꼭 거쳐야 하는 Cecil Roth라는 학자가 있는데 그가 이와 관련해 기념비적인 책을 남겼다.  

 

메노라와 성전과 아케다 사건이 나란히 묘사돼 있다. 성전 지성소 천정에 조개 모양이 있는 건 로마의 영향이다. 비잔틴 시대 교회의 아이콘에는 마리아가 저 조개 아래 서 있다. 마치 보티첼리의 비너스처럼. 그렇게 색달라진 성전 곁에 아케다 장면이 있다. 뒷모습을 보이며 제단에 오르는 아브라함의 오른손에는 칼이 있다. 단 위에는 머리 부분이 뭉개졌지만 이삭이 누워 있다. 그리고 하늘에 나타난 손. 저 손을 한참 보았다. 숨어 있는 양만큼이나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종교적으로 고도화된 인간은 하나님의 도움의 손 같은 것을 더 이상 저렇게 표현하지 않는다. 나 역시 하나님이 어떤 식으로 우리 인간을 도와주시는지 비주얼적으로는 막막하다. 그럴 때 이 손을 떠올린다. 주후 3세기 사람들은 하나님을 어떻게 이해했기에 저 손을 그려넣었을까 하고.

 

로쉬 하샤나에 유대교는 아케다를 읽는다. 아브라함에게 할례를 명하시며 맹세하셨던 언약, 네 자손이 끊어지지 아니하리라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아브라함이 칼을 들고 아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건, 하나님이 그의 자손을 보호하시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는 해석이다. 하나님은 왜 일을 시켰다가 그 일을 말리고 이제 됐다고 하시는 걸까. 매년 돌아오는 시간, 반복되는 삶의 의혹 가운데에서 아케다를 떠올린다. 

 

 

*두라 유로포스 회당의 벽화는 후기 유대교 미술과 초기 기독교 미술 간 연관성 연구에 결정적인 작품이다. 현재 텔아비브 대학교 안에 있는 ANU 박물관에 축소 복원 전시돼 있다. 벽화의 원본은 National Museum of Damascus 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누가 잘 있는지 확인 좀 해줬으면.    

'Parash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욤 키푸르 파라샤, 요나  (2) 2022.10.04
샤밧 슈바  (0) 2022.10.01
Sos Asis, 헵시바라는 새 이름  (2) 2022.09.24
Kumi Ori 이사야 60  (4) 2022.09.16
Rani Akara 이사야 54  (0) 2022.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