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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중매 문화

이스라엘의 명절 역시 부부간, 커플간 위기가 고조되는 시기이다. 가사 노동의 부담은 엄청나고 여기서 탈출할 기회는 없으니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가정 폭력 역시 증가한다. 가정문제 상담가들도 명절 후 몰려드는 상담 예약에 정신을 못 차리겠다고 호소한다.

 

이스라엘의 이혼율은 얼마나 될까. 35%에 육박하는 유럽보다는 낮은 27%이다. 이스라엘은 이 안에서 다시 표본조사를 해야 한다. 유대인, 무슬림, 크리스천, 드루즈 순서로 다시 살핀다. 유대인이 압도적이다. 유대인은 다시 세속인 종교인 하레딤 LGBT 순으로 다시 살핀다. 물론 세속인이 많지만 하레딤의 이혼율도 꽤 높다. 

 

이혼율이 높다는 게 결혼을 기피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나라 문제는 높은 이혼율보다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율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이스라엘, 특히 유대인에게 있어서 이혼을 감수하고서라도 결혼은 해야 하는 일이다. 자녀가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슬픔이기 때문이다. 

 

성경에 아카라(불임) 여성의 출산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하나님이 인간을 선택하시고 생육하고 번성하는 축복을 주셨다는 게 이들의 믿음이다. 그런데 불임이라면, 그게 어떻게 축복인가. 아카라를 회복하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오직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기에 믿음의 시험이고 반전의 계기이다. 전 세계에서 난임 치료가 가장 발전한 나라, 정자은행 난자은행이 가장 활발한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그런데 이 나라의 인구 15퍼센트는 자유 연애 결혼이 금지돼 있다. 하레딤은 결혼 관계가 아니면 이성끼리 손도 잡아서는 안 된다(שמירת נגיעה). 이 문제는 다른 기회에 다루기로 하고. 하레딤 여성이 대략 17세부터 결혼을 추진하는데 그 전에 데이트를 했다가 걸리기라도 하면 아마 인생의 종말을 맞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자유 연애가 안 되는데 어떻게 결혼을 하나. 맞선을 본다. 

 

하지만 짝을 찾는 게 어려운 사람이 하레딤만은 아니다. 최근에는 세속인들이 중매쟁이를 찾는 비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아무리 데이트를 많이 해도 결혼으로 이어지지가 않기 때문에 중매쟁이가 필요하단다. 맞선을 히브리어로 쉬두흐라고 하고, matchmaker는 샤드한, 샤드하니트라고 한다. 물론 여성이 압도적으로 능하지만 남성 중매쟁이도 적지 않다. 이스라엘에는 전설적인 샤드하닛, 최초의 여성 중매쟁이가 있었다. 헬레나 암람, 2020년 말에 사망해서 과거형이다. 본인이 스무살 때 남의 중매를 성사시켰고 1970년대 'Twin'이라는 데이트 회사를 설립했다.

 

 

 

 

80년대에 미국 뉴욕으로 이전한 후로 전 세계에 수십 개의 지사를 설립했다. 유대인이 전 세계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1989년 보고한 바에 따르면 헬레나 암람의 연간 소득은 1600만 달러였다. 하지만 고객들의 불만이 폭주해서 소송에 시달렸고 본인은 사기 혐의로 고발당했다. 90년대에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와 중매 회사를 차렸지만 다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여기에서 지면서 전 사업체를 폐쇄했다. 2000년대는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를 설립했다. 시대가 달라져도 맞선에 대한 인간의 갈망이 그치지 않는다는 걸 어쩌면 헬레나 암람이 증명한 것일 수도 있다. 

 

이스라엘 리얼리티 예능 중에 "첫눈에 결혼(חתונה ממבט אחת)"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역시나 미국 방송 예능을 가져온 건데, 심리학자 결혼전문가 등이 후보자를 인터뷰하고 나서 여러 조건에 맞게 짝을 지어주면 결혼식을 하는 것이다. 그 결혼식에서 신랑신부는 처음 보게 된다. 신혼여행도 다녀오고 이후 같은 집에서 살면서 앞으로 계속 커플로 살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포맷이다. 이 프로그램에 쏟아지는 찬반 의견은 어느 쪽이든 이스라엘 사회와 결혼 문화에 대한 손색없는 비평서가 될 만하다. 최근에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결혼에 이른 커플이 곧 아기가 태어난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수천 년 이어온 유대교 전통에서 여성의 역할은 지대하다. 여성의 희생이 없다면 가능하지 않을 관습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유대교는 자신들을 위태롭게 만드는 요인들에 민감하다. 그래서 현대 여성들이 왜 결혼을 원치 않는지, 그들에게 결혼의 매력을 어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그 결과 다른 종교, 특히 기독교에 비해 해결책을 찾아낼 가능성도 큰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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