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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ed

초막절, 예루살렘 행진

스가랴 선지자는 말한다.

וְהָיָה, כָּל-הַנּוֹתָר מִכָּל-הַגּוֹיִם, הַבָּאִים, עַל-יְרוּשָׁלִָם; וְעָלוּ מִדֵּי שָׁנָה בְשָׁנָה, לְהִשְׁתַּחֲוֺת לְמֶלֶךְ יְהוָה צְבָאוֹת, וְלָחֹג, אֶת-חַג הַסֻּכּוֹת

예루살렘에 왔던 이방인 중 남은 자가 있어 모두, 만군의 여호와 왕께 절하러, 초막절을 기념하기 위하여, 해마다 올라올 것이다. 

בַּיּוֹם הַהוּא, יִהְיֶה עַל-מְצִלּוֹת הַסּוּס, קֹדֶשׁ, לַיהוָה

그날에 말의 메찔롯에도 HOLY UNTO THE LORD가 있을 것이다. 

 

말? 갑자기? 메찔라의 복수형 메찔롯은 심벌즈처럼 두 짝이 맞춰지며 소리를 내는 악기를 가리킨다. 소리가 나니까 bell이라고도 하고 그래서 우리말은 말방울이라는 표현이 된 것이다. 원래 크리스마스 징글벨은 말의 목에 걸려 있는 벨소리다. 아무튼 말은 인간의 욕망과 관련된 동물이다. 나는 이스라엘에서 처음 승마를 해보았는데, 공부 스트레스로 반사회적 인간이 될까 염려한 학교가 권했기 때문이다. 승마를 권한 이유는 명백했다. 살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그것도 강하고 열정적으로 힘있게 살고 싶어진다. 인간의 근원적인 에너지이자, 통제되지 않으면 타락으로 이어질 요소이다. 그조차 여호와를 향해 거룩해질 수 있는 것이 초막절이다.

 

왜 초막절인가? 조화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어느 것 하나 튀어서 균형을 깨지 않는다. 삶의 열정이 솟을 때, 그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까지 생각될 때, 긍정적인 에너지가 쏟아지는 법이다. 이 풍성한 시간을 즐거워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초막절은 8일간이고 그중 명절로 지켜야 할 앞뒤 이틀을 제외한 나머지는, 홀하모에드, 즉 모에드 중에 세속적인 날로. 명절 기간이지만 평일처럼 노동이 가능한 날이다. 이 기간이 길면 4일인데 각종 행사가 배치돼 있다. 가장 크고 중요한 이벤트는 보통 목요일에 열리는 예루살렘 행진צעדת ירושלים이다.   

 

행진은 두 종류다. 오전에 예루살렘의 주요 씬들을 통과하며 걷는다. 체력과 동반자 상태에 따라 12km, 9km, 4km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어린이가 포함된 가족 단위는 짧은 거리를 선호하지만, 의외로 고령층은 직장별로 옷을 맞춰입고 노래 부르며 최장거리에 도전한다. 1967년 이스라엘 품으로 돌아온 예루살렘을 멀리서부터 행진해 들어오는 추억은 이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오전 6시 30분. 문 열어줄 시청 직원도 도착을 안 했는데 벌써 줄 서는 어르신들. 1967년 6일 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예루살렘 전투가 벌어진 장소에서 출발한다. 예루살렘 외곽에 있는 사타프 산에서 출발하는 17km 루트가 정말 장관인데 낙상 사고가 나는 바람에 취소됐다. 할 수 없이 여기로 간다. 

 

6월 6일 밤 동예루살렘 탈환 선발대의 루트를 따라간다. 아우구스타 빅토리아(독일교회가 예수님 승천 위치로 여기는 감람산)에서 내려다본 유다 산지이다. 선발대는 이쯤에서 길을 잃어 감람산으로 돌아가는 대신, 기드론 계곡으로 내려가고 말았다. 

기드론 계곡에 노출된 선발대는 올드시티 동쪽 성벽을 지키고 있던 요르단 군대의 대규모 사격으로 그 자리에서 5명이 전사한다. 기분이 그래서인지 이쯤에서 행진가는 비장하게 변하고 이내 침묵으로 바뀐다. 당시 공수부대 사령관 모타 구르 대령의 "발포 중지, 전군 발포 중지, 거룩한 곳 발포 중지, 성전산은 우리 손에 있다"가 들리기도 한다. 이제 예루살렘은 걷는 행위도 정치적이다. 그러고 보니 이 길이 예수님이 겟세마네에서 가야바의 집으로 체포돼 가시던 길이기도 하다. 이러나저러나 나는 이 침묵이 버겁다. 성전산을 바라보고 있는 압살롬 영묘 옆으로 브네이 하지르(하실 사람들)와 여호사밧의 무덤이다. 

 

엘악사 모스크 남쪽으로 들어와 로빈슨 아치를 통과한다. 여호와의 성전은 영역별로 입장 가능한 사람이 나눠져 있다. 남성들만, 제사장만, 무엇보다 대제사장만 들어갈 수 있는 지성소가 있다. 그래서 옥서더스 종교인은 자신이 밟아서는 안 되는 곳을 밟지 않도록 성전 산에 올라가서는 안 된다. 대신 이렇게 중립적인 곳에서 기도한다. 성전 산에 올라가는 유대인들은 다티 레우미라고 불리는 종교 시오니스트들이다. 종교와 정치가 결합한 결과다.  

 

어찌어찌 간사케르에 도착하면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들이 펼쳐진다. 아무나 어디서나 걸어도 되지만 시작 지점에서 입장료 30세켈을 냈으면 주최측으로부터 걸었다는 증서와 메달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이 행사에 동원된 공무원들이 많다. 테러 위협이 있는 곳은 군인과 경찰도 동원된다. 혹시라도 물이 떨어졌을까봐 물탱크차도 오고 구급차도 대기하고 있다. 예루살렘을 걷는 행사에 이렇게 마음을 쏟는 사람들이 많다. 모두를 위한 즐거움이 지켜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입장료를 낸다. 그래도 해마다 메달 디자인이 부실해지고 있다.  

 

2부 행사를 위해서 점심을 챙겨 먹는다. 가까운 마하네 예후다에 맛집들이 많지만 사람이 너무 많은 관계로 트램을 타고 나갔다 온다. 2시가 되면 간사케르가 다시 부산해진다. 이 순간을 기다려왔을 수많은 단체들이 행진을 준비한다. 

 

여기 사람들은 카메라도 마이크도 참 좋아한다. 오케츠 부대 개님은 오늘도 바쁘다.

 

 

행사 사회자가 있긴 있다. 행진 거리에 스피커가 연결돼 있다. 아무도 안 듣지만 그래도 진행은 한다. 저 쇼파르 소리 좀 들으려고 했는데, 끝내 소리가 안 나왔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때문에 당연히 이 흥겨움이 중단됐다. 드디어 올해 10월 13일 열릴 예정이다. 예루살렘 행진 없는 초막절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이스라엘 사람들도 많은 기독교인이 초막절에 예루살렘 행진에 참여한다는 것을 안다. 기독교 미션의 차원이라는 것도 이해한다. 기독교도 유대교에서 배운 거니까 괜찮다 여긴다.

 

국기를 좋아하는 이스라엘 어린이들은 참가자들이 흔드는 국기들을 챙겨가곤 한다. 적어도 며칠 동안은 그들 기억 속에서 이날이 남아 있을 것이다. 동쪽 끝에 있는 정많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정말 예쁜 국기와 기념품을 주고 갔다고.

 

 

 

 

 

 

초막절, 수카 만들기

욤키푸르가 끝나면, 일단 밥을 먹어야 한다. 과식을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다면 이미 늦었다. 너무 배가 부르다. 기분만 그렇지 하루 굶었으니 살은 안 찐다. 암튼 그래서 수카를 만들기로 한다.

jy4kid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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