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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ed

초막절, 네 가지 식물

아버지의 빡침이 느껴진다. 아들아, 말 좀 들어라ㅋ. 그래도 종교적으로 하자는 없다. 아들은 즐겁기 때문이다. 

 

유대인 종교인 남성은 수콧에 또 하나의 미츠바 규례가 있다. 네 식물을 들고 기뻐해야 한다. 레위기 23장에 나온다.

 וּלְקַחְתֶּם לָכֶם בַּיּוֹם הָרִאשׁוֹן, פְּרִי עֵץ הָדָר כַּפֹּת תְּמָרִים, וַעֲנַף עֵץ-עָבֹת, וְעַרְבֵי-נָחַל; וּשְׂמַחְתֶּם, לִפְנֵי יְהוָה אֱלֹהֵיכֶם--שִׁבְעַת יָמִים

첫날 가져와라: 근사한 나무 열매, 카폿 트마림=야자나무 가지, 두꺼운 나무 가지(?), 강가의 버들. 그리고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7일 간 기뻐하라. 

 

네 종류의 식물을 가져오는 것과 7일 간 기뻐하는 규례는 비등하다. 기쁨이 없는 수콧의 형식과 번거로움은 참된 미츠바가 아니다. 사연 많은 유대교 역사에서 수콧만큼 순전히 기쁘기만 한 명절은 유일하다. 금식할 필요도 없고, 누군가의 한많은 죽음을 기억할 필요도 없다. 마침 계절적으로도 완벽하다. 그러니 기뻐하기도 쉽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이스라엘 가정은 명절 기간에 많은 문제를 겪는다. 가정폭력으로 인한 살인사건이 가장 빈번한 시기이다. 물론 피해자는 여성이다. 가정문제 전문가들은 매체에 명절을 (폭력없이) 잘 보내는 비결을 당부하곤 한다. 모든 가정은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기 때문에 한두 마디 보탠다고 이 문제가 금방 사라질 건 아니다. 그러나 자그마치 성경조차 콕 집어서 기뻐하라고 명령한 이 초막절에 우리 가정에 기쁨이 없다면, 돌아보아야 한다.

 

초막절 수콧의 미덕은 균형에 있다.

네 종류의 작물은 향기와 맛에서 균형을 이룬다. 

 

  • 야자수 줄기(lulav)를 가운데 놓고 
  • 3개의 두꺼운 나뭇 (hadas)은 오른쪽
  • 2개의 버들가지 (arba)는 왼쪽이다. 이 세 종을 함께 묶어 룰라브라고 하고, 오른손으로 든다. 
  • 에트로그 열매는 왼손에 쥔다. 

 

네 식물을 손에 들고 축복의 기도문을 암송한 다음,

여섯 방향(동, 남, 서, 북, 위, 아래-주님이 우리 주변 어디에나 계시다는 ubiquity를 상징)을 흔든다.

 

프리 에츠 하다르 (에트로그 אתרוג): 직역하면 근사한 나무 열매이다. 히브리어 하다르는 Citros 계열의 나무 이름이기도 하지만 '근사하다'는 형용사이기도 하다. 이 열매가 에트로그라는 건 탈무드의 주장이다. 맛도 좋지만 어마어마한 향을 내뿜는 과일로, 이스라엘 땅에서는 자랄 리 없는 귀한 과일이다. 바벨론에서 발견한 거다. 하트 모양이라 심장을 상징하고 그래서 인간 행동의 원동력을 나타낸다.

이스라엘은 이 가을 에트로그를 확보하기 위해 주변국들에 꽤 아쉬운 편이다. 우리한테 있는 유자의 수출을 독려해 보고 싶은데 같은 계열 과일이 아니라고 한다. 말하자면 유자는 일본 사과이고, 에트로그는 페르시아 사과란다.

 

시트로스 과일은 크게 에트로그, 포멜로, 만다린, 파페다스(유자와 카피르라임이 여기 속한다)로 나뉜다. 에트로그는 레몬 계열과는 다른 것이다. 정결한 에트로그는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비싸고, 흠이 생기지 않도록 내부가 실크로 되어 있는 상자에 보관한다.

 

에트로그란 단어는 이스라엘 정치에서도 훌륭한 메타포를 갖는다. 2005년 2월 아리엘 샤론은 가자 철수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정책을 지지하는 언론인들이 샤론을 에트로그처럼 취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철수 계획이 실행된 후에 공격해도 된다는 것이다. 마치 에트로그를 애지중지 하다가 수콧이 끝나면 내버리는 것과 같다. 

카폿 트마림 (룰라브 לולב): 야자나무의 길고 뻗뻗한 가다. 인간의 척추를 상징한다. 야자나무의 열매는 달콤하다. 그래서 카폿 트마림은 맛은 있지만 냄새가 좋지 않은 식물로, 율법에 대한 지식은 있으나 선행이 없는 사람을 상징한다. 에일랏 군처에 에일롯이라는 키부츠가 있는데 거기 식당 이름이 카폿 트마림이다. 

 

아나프 에츠 아보트 (하다스 הדס): 두꺼운 이다. 인간의 이다. 나무잎이 두껍다는 건 머리칼처럼 땋은 모양 잎사귀라는 뜻이다. 땋은 모양이니까 두껍고 엉켜 있는 것이다. 

탈무드는 이를 히브리어로 하다스הדס, 영어로 myrtle이라고 규정했다. 에스더의 히브리어 이름 하다사가 이와 관련된 이름이다.

 

하다스는 메소포타미아에서 대단히 유서 깊은 식물로, 아카드어로 asum, 아람어로 asa이다. 향이 좋기 때문에 죽은 자의 몸을 닦는 도구로 사용되고, 남성성을 상징해서 결혼식에 남성의 장식품으로 쓰이기도 한다.

샤밧이 끝나는 하브달라 의식에서도 사용된다.  맛은 없지만 향이 좋은 것은 토라에 대한 지식이 없지만 선행의 상태를 상징한다. 

 

아르베이 나할 (아르바 ערבה): 버드나무 가지는 맛도 냄새도 좋지 않다. 율법에 대한 지식도 선행도 없는 사람을 상징한다. 인간의 이다.

 

네 식물은 에레츠이스라엘, 즉 이 땅의 특징을 보여주기도 한다. 룰라브는 저지대 쉐펠라, 아라바는 물이 필요하니 해안가, 하다스는 식물의 성장이 기대되는 산지, 에트로그는 물을 끌어다 대는 관개 수역을 가리킨다. 네 식물을 단단히 묶는 것은 하나 됨을 가리킨다. 즉 수콧에 네 식물을 드는 것은 이 땅 전체의 비옥함을 간구한다는 의미이다. 

 

절기상 초막절이 끝나면 이 땅에는 비가 온다. 수콧은 비가 오기를 기원하는 명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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