욤키푸르가 끝나면, 일단 밥을 먹어야 한다. 과식을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다면 이미 늦었다. 너무 배가 부르다. 기분만 그렇지 하루 굶었으니 살은 안 찐다. 암튼 그래서 수카를 만들기로 한다. 사람 사는 거 똑같다. 욤키푸르가 지나고 그날 밤부터 이스라엘 사람들이 수카를 짓는 건 이런 맥락이 아닐까.
뼈대, 구조
일 년 동안 보관해 온 수카 도구를 꺼낸다. 수카를 수카로 만드는 것은 지붕에 덮는 스하하(나무 가지들)이기 때문에 그것만 매년 교체하고 뼈대는 그대로 사용한다. 기둥들로 네 벽을 세우고 천을 두르는 것이다. 건물의 한 쪽 면을 사용해서 세 벽만 세우는 경우도 많지만, 그럼 멋이 덜하다. 물론 종교인들은 멋을 따져서 코셔 수카를 세우는 건 아니다. 수카를 지어야 하는 이유는 레위기 23장에 나온다. בַּסֻּכֹּת תֵּשְׁבוּ, שִׁבְעַת יָמִים 칠 일 간 수카에서 거하라. 유대교에서 손님을 초대해 수카를 공유하는 것은 미츠바, 즉 계명이다. 세속인들은 기념 삼아 구색만 맞추는 것이다. 수카에서 밥 차려 먹고 치우는 노동은 누구 몫이겠나.
현실적으로 수카를 지으려면 정원이 커야 한다. 아파트 구조라면 베란다를 수카로 개조하는데, 하늘이 막혀 있으면 안 된다. 그래서 이스라엘 종교인 마을 아파트들은 베란다가 지그재그이다. 도시 생활에 익숙해지면 수카를 텐트같이 여길 텐데 최소 사이즈가 1미터 미만이어도 된다. 거기서 식사를 어떻게 하나. 인형놀이도 아니고. 식구 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얼마나 커도 되는지는 규제가 없다. 이스라엘 대통령 집에 마련되는 수카는 행사를 위한 것이라 상당히 크다. 여기에서 초막절 기간 온갖 행사가 열린다.
나만 초대를 못 받았나. 대통령 수카를 방문하는 사람들. 보안 요원들을 위한 하얀 천막도 수카다.
지붕 덮개 סככה
수카의 지붕을 Sechacha로 덮어야 한다. 스하하가 중요한 이유는 그늘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늘이 있다고 해도 한낮에 수카에 앉아 있으면 탈수 온다.) 일반적으로 대나무 기둥, 상록수 가지, 갈대, 옥수수 줄기, 길쭉한 나뭇가지 같은 식물성 재료를 사용하는데, 요즘은 매트(?) 형태로 간편하게 나오기도 한다. 이게 은근 가격이 비싸다. 정원에 종려나무가 있으면 거기서 가지 한두 개 슬쩍 하고 싶기도 한데 살아 있는 나무의 가지를 스하하로 사용하면 안 된다. 스하하 제작 업체가 만들어낸 조항은 아니다. 쿰란의 성경 지명이 스하하(우리말 스가가, 수15:61)이다.
장식
수카가 완성되면 조명을 설치한다. 이걸로 전기 사고 안 나는 거 신기하다. 어지간히 단련됐다. 천에는 집안 사람들의 사진이나 그림 등으로 특색있게 꾸민다. 그래서 초막절 기간 이스라엘 문구점은 갑분 크리스마스 분위기다. 장식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는 다 비슷한 거다. 반짝반짝 휘황찬란. 만약 아무 장식 없는 밋밋한 수카라면, 미츠바 자체가 아름다운 겁니다, 란 말을 들을 수 있다. 의자와 테이블을 넣는다. 플라스틱이어야 가볍겠지. 이것도 돈이다. 집안에 있는 나무 의자도 동원한다. 이스라엘 미디어는 수카 콘테스트도 연다. 유명한 사람들의 집에 마련된 수카를 방문하는 것이다.
힘들이지 않고 수카를 즐기려면 레스토랑에 가면 된다. 대부분 실내 테이블을 치우고 수카를 설치한 실외로 안내한다. 각오는 해야 한다. 많이 덥다. 그래도 수카 덕분에 예루살렘이 모처럼 아름답게 보인다.
예루살렘 경전철 Tram도 수카 장식을 한다.
미츠바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로 점거는 하지 말아야 할 텐데, 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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