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금식 경험이 있을 것이다. 금식을 해야겠다고 결심할 때 그냥 하는 거지, 그게 내 몸에 미칠 영양학적 피해를 고려해 본 적은 없다. 그런데 이스라엘에서 금식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데 공감하게 됐다. 이 덥고 건조한 나라에서 물까지 끊는 금식이 건강에 영향을 안 미칠 수가 없는 것이다.
금식 전의 주의사항
- 금식 시작 24시간 전부터 물을 정말 많이 마신다. 2리터는 마시는 것 같다.
- 평소 잘 안 먹는 탄수화물, 빵, 파스타, 고구마를 많이 먹는다. 체내에 글리코겐을 채워야 한다.
- 맵고 짜고 튀긴 음식은 안 된다. 갈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 콩, 무,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같은 채소류는 복부 팽만감을 유발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 탄산음료는 팽만감을 주기 때문에 안 된다.
금식을 끝낼 때 주의사항
- 실온 음료, 잼 한 숟가락에 빵 한 조각으로 금식을 멈춘다.
- 1시간 후 일반 식사를 한다. 치즈(?), 참치(?), 계란(?), 닭고기 스프(?)를 먹는다. 하루 금식 했다고 영양실조 걸린 것처럼 수선스럽다 싶긴 하다.
- 적당히, 그러나 상당히 많은 물을 마신다.
이런 정보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이유는 환자들도 금식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병이 있는 사람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다양한 정보를 매체에서 알려준다. 아니, 아픈 사람은 금식하지 말라고 의사가 처방을 하면 간단하지 않나. 그런데 욤키푸르가 그 정도로 심각한 날이다. 세속인들도 성인은 대부분 금식한다. 욤키푸르에 예루살렘 같은 도시에서는 종교인들이 차량에 돌을 던지는 등 사보타주 행위가 우려되기 때문에 의료차량도 통행이 쉽지 않다. 안 아프고 넘기는 수밖에 없다.
타브쉰페이김멜, 유대력으로 5783년 욤 키푸르의 금식은 예루살렘 기준 10월 4일 일몰 18:21부터 10월 5일 일몰 19:19까지이다. 10월 4일 17:30쯤 가족들이 전부 모여 금식 전 저녁식사(!)를 한다. 아니 이게 무슨 금식이야, 이른 저녁 식사지. 그러하다.
그후에는 종교인은 회당에 가고 (다음날 금식하며 하루종일 회당에서 지낸다), 세속인은 자전거를 끌고 나가는 아이들을 간수해야 한다. 날도 덥고 해서 다들 길거리에 나와 떠든다.
세속인은 한 가지가 더 있다. 금식이 시작되는 날 오전, 서점에 가서 신문을 산다. 읽을 게 필요한데 책보다 신문을 선호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되도록 끄지만 안 끄는 경우도 많다. 많은 세속인 부모들은 자녀들이 욤키푸르를 자전거 타는 날 정도로 여기는 걸 우려하긴 한다. 유대인의 뿌리와 관련된 날인데 종교인들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신을 믿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이날 세속인 중에 회당에 가는 경우도 많다. 욤키푸르가 시작될 때 피윳(찬양) '콜 니드레이'나 마칠 때 피윳 '아비누 말케이누'를 듣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욤키푸르가 끝난 걸 알리는 쇼파르의 트루아는 생명책을 마무리하는 인장과도 같다.
1973년 10월 6일 욤키푸르의 대낮, 모두가 금식하느라 (기운 없어서) 고요한 시간에 사이렌이 울렸다. 초반에 밀리면서 2800명 전사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은 욤키푸르 전쟁이다. 보통 욤키푸르 다음날 평일에 추모 기념식이 지역마다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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