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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pe

로마의 하루

알폰소 쿠아론이 만든 Roma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 제목이 로마여서 영화 보는 내내 심적 갈등을 겪었다. 모든 유형의 폭력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던 1970년대 멕시코가 감독에게 '로마'였던 것이다. 신약 성경은 거대한 폭력과 무도한 인간의 죄악상을 '로마'로 차용한다. Children of Men에서도 쿠아론은 종교에 대한 매서운 성찰을 보여준다. 쿠아론의 미스트 속에 있는 로마는 오드리 헵번이 하루를 보낸 로마와는 전혀 달라 보인다. 비가 오는 로마에서 그 차이를 '생각'해 보았다. 생각인 만큼 오만 가지가 떠올랐다.  

 

로마 건물에서 Cloister를 만나면 수도원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곳 국립 로마 연구소도 7-8세기에는 유서 깊은 수녀원이었다. 로지아에는 중세 비문들이 즐비하다. 저 정도는 박물관 보낼 필요도 없는 나라인 것이다.   

 

테베레 (Tiber) 강은 고립무원의 언덕배기가 될 수도 있었던 로마를 구원했지만 수시로 범람했다. 로마인은 우물과 분수와 저수조를 세워 치수를 시도했다. 이 나라 역시 물을 통치하는 게 제국의 번영에 핵심이었던 것이다. 도시 인구가 폭발하고 테베레 강에만 의지할 수 없게 되자, 로마의 엔지니어링은 수로의 건설로 이어진다. Aqua Appia가 최초이다.

 

테베레 강에 생각이 미치자 이 강으로 이름을 삼은 Tiberius황제가 떠오른다. 그 황제의 이름으로 불리는 Tiberias라는 갈릴리 바다 곁 도시도 있다. 예수님은 디베랴를 지나실 때 로마의 강과 황제를 떠올리셨을까?

Trevi 분수는 three 삼차로에 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그래서 동전도 3개를 던져야 한다. 하나는 로마로의 귀환, 또 하나는 로맨스의 성사, 또또 하나는 결혼의 성사란다. 프랑크 시나트라가 Three Coins in the Fountain이라는 영화에서 동명의 노래를 부른다. 노래는 좋다. 

트레비 때문에 갑자기 트레스 타베르네가 떠오른다. 사도 바울이 로마에 도착하자 소식을 들은 유대인들은 Via Appia에 있는 트레스 타베르네, three taverns '세 여관'까지 마중을 나왔다. 

 

이런 날도 젤라또 가게는 문을 열까? 오드리 헵번은 무슨 돈으로 젤라또를 사 먹은 거지? 머리는 어떻게 잘랐고? 그 영화는 모든 게 참, 허술했다. 

로마에서 오벨리스크를 만날 때마다 기록했던 것 같다. 로마는 오벨리스크마다 십자가를 박아 두었다. 그리고 대개는 두 첨탑으로 대칭을 완성하는 교회들 사이에 그걸 두었다.   

 

Piazza del Popolo, 포폴로 광장이다. 같은 뜻인데 '인민 광장'은 느낌이 썩 달라진다. Via Flaminia의 시작점으로,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소유였고, 베스파시아누스와 트라얀이 보수했고, Chi Ro의 꿈을 꾸고 밀비우스 다리를 건넌 콘스탄티누스도 이 길로 들어섰다. 포로 로마노까지 직선로이다. 아우구스투스가 태양의 도시 헬리오폴리스에서 가져온 오벨리스크도 비가 오니 초라해 보인다.

이집트는 참 신기한 나라다. 문명의 시작이고 로마부터 유럽까지 거의 모든 제국의 통치를 받았지만 한번도 자신을 잃어본 적이 없다. 헬리오폴리스에 서 있는 오벨리스크를 보고 약간 충격을 받았었는데, 그렇게 뺏기고도 아직도 남은 게 있다는 데 대한 찬탄이었다.  

   

하드리아누스가 세운 판테온에도 비가 내린다. 로툰다를 보니 예루살렘 성묘교회 홀리 세퓰카가 떠오른다. 저기로 비가 들어오는 게 몹시 극적이다. 판테온의 앱스와 그 아래 있는 채플이다. 일곱 촛대 메노라의 신약적 변형이다. 

팔라틴 언덕에 올라가 테베레 강 너머로 바티칸을 한참 내려다보았다. 

 

티투스의 아치. 아치 안쪽에 70년 예루살렘 성전을 약탈하고 메노라를 가져오는 장면이 새겨져 있다. 플라비우스 왕조가 오래 갔다면 로마는 어떻게 됐을까. 넷플릭스는 서둘러 티투스와 헤롯 가문 공주 Berenice의 치정 드라마를 기획하면 좋겠다. 도미티아누스와 베니게가 손잡고 티투스를 죽이는 스토리도 봐줄 만할 것 같다.  

 

베스파시아누스가 세운 콜로새움 옆에 Septimus Severus의 아치가 있다. 로마 제국의 알파와 오메가인가. 세베루스 가문은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의 자손으로 시리아 제사장 가문에서 배우자를 맞았다. 로마를 말아먹을 노하우가 짱짱했다는 뜻이다. 이후 군부 무정부주의 시대 50년 동안 황제가 25명이 오가는 활극이 펼쳐진다. 

  

Via Sacra 옆으로 비너스와 로마의 신전 칼럼이다. 하드리아누스는 예루살렘을 파괴하고 아엘리아 카피톨리나로 바꾸면서 성전 자리에는 제우스 신전을, 카르도 옆에는 아프로디테 신전을 지었다. 아프로디테=비너스 신전이 현재 성묘교회 홀리 세퓰카 자리이다. 포로 로마노는 기원후 1세기 이스라엘 역사의 요약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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