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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37대, 네탄야후 6번째 정부

11월 1일 선거가 치러진 이후 7주간의 협상 기간을 거쳐 12월 29일 이스라엘 새 정부가 구성됐다. 1949년 3월 10일 첫 번째 정부가 세워진 이래 37번째 정부이자, 비냐민 네탄야후가 총리로 이끄는 6번째 정부이다. 

 

이 정부의 선서식에서 가장 역설적인 장면이 새 국회의장이 된 아미르 오하나의 가족이다. 새 정부의 탄생은 원래 축하할 일이라 새 정부 각료들의 가족들도 국회를 찾았는데, 새 총리 네탄야후 옆에 나란히 앉아 자녀들까지 메인 카메라 샷을 받은 건 오하나가 유일하다. 이 사진만 봐도 그가 이스라엘 좌파 정부들이 법적으로 추진했던 호모의 모든 특권을 누렸다는 걸 알 수 있다. 게이 파트너와 가정을 이룰 권리,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을 권리, 그 자녀에게 아버지와 아버지로 양육할 수 있는 권리를 전부 누리며, 이로써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었다고 말하는 그는, 이제 이스라엘 역사상 유례가 없는 LGBT 혐오 정부의 국회의장이 되는 것이다. 그가 자랑스럽게 자신의 게이 파트너를 소개할 때, 그의 정부 동료 상당수는 이런 가정이 더 이상 탄생해서는 안 된다고 여긴다는 사실을 그는 대수롭지 않은 척한다.   

LGBT로서 차별을 당한 사람이라면 그 공동체에 차별을 가하는 정부에 협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건 옷장에서 나오지 않은 것만큼이나 자신을 속이는 일이라고 보통은 생각한다. 그러나 모두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면 세상이 왜 이렇겠나. 오하나는 이스라엘에서 LGBT의 투쟁은 끝났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오하나가 오늘 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건, 네탄야후의 법무무 장관 시절 그에게 닥친 기소 위협을 모두 방어한 덕택일 것이다. 정치인이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 그가 사랑받기로 선택한 이들 덕분에, 그가 누리고 있는 행복에서 멀어진 이들이 있다는 걸 그는 알아야 한다. 

 

같은 시간 텔아비브에서는 새 정부에 반대하는 수천 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차별 법에 대한 반대하기 위해서이다. 차별법 논란은 국회의원 오리트 스트로크로부터 야기됐다. 앞으로 이스라엘 정계에 지저분한 논쟁을 야기할 가능성이 많은 장본인이다. 스트로크는 25일 발언에서 "종교인 의사가 샤밧에 할라하가 금하는 치료를 하도록 강요당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에서 종교인 의사가 샤밧에 치료를 해야 한다면 그건 비유대인 환자일 경우이다. 따라서 스트로크의 발언은 종교인 의사의 권리를 옹호한 게 아니라, 유대인의 할라하가 뭔지도 모르는 비유대인에게서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스트로크를 옹호하는 종교인들이 이 발언의 핵심이 따로 있다며 허다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문명인은 그런 인식과 태도를 '차별'이라 부르고, 이에 반대해 왔다는 걸 좀 알아줬으면 한다. 이게 그저 종교와 관습의 문제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그 작은 차별 끝에 다른 종류의 차별들이 따라올 것이라는 사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차별을 당했다는 유대인도 결국 권력을 잡으니 별수 없다는 걸 확인하는 결론이 아니었으면 한다. 그럼 너무 슬플 테니까. 

 

장관이 30명이나 된다. 그것도 로테이션으로 반반 나눈 경우도 허다하다. 예쉬바 공부를 핑계로 군대를 안 간 사람이 국방부 장관 로테이션을 얻었다. 세상 돌아가는 걸 알기는 하나 싶은 하레딤 장관들은 샤밧에는 일하지 않겠지. 범죄로 기소된 전적 때문에 장관직을 맡을 수 없는데 법을 고쳐서 저 자리에 오른 이도 있다. 최고법정 바가츠의 심리가 기다리고 있다. 저 많은 장관에서 여성은 다섯 명밖에 안 된다. 저런 장관이 왜 필요한가 싶은 하찮은 자리들만 골라서. 이전 정부를 배신하고 그 대가로 장관직을 얻은 이들도 눈에 띈다. 그동안 이 나라를 너무 과대평가했나 보다. 충격이 상당하다.   

 

전직 총리 올메르트가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새 정부는 '이스라엘 국가'에 반하고 있다고. 새 정부의 성공을 기원할 수 없으니 새 정부가 성공하면 이스라엘 좌파들이, 이스라엘 대중이, 아랍인들이, LGBT 공동체가 실패할 것이기 때문이란다. 올메르트가 잔뜩 뇌물을 받아 총리직에서 사임할 수밖에 없었던 2008년 선거로 비냐민 네탄야후가 부활했다는 점은 나만 신경 쓰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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