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밧을 준비하던 2월 10일 오후, 1번 고속도로가 예루살렘 북부로 뻗어가는 곳에 자리한 라마 교차로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앞에 한 차량이 접근했고 보행자들에게 돌진한 것이다. 무장도 하지 않은 테러리스트는 후세인 카라카,라는 이름이었고, 동예루살렘 이싸위야 출신이었다.
테러가 일어났다는 뉴스는 그로부터 몇 분 후에 내게도 알려졌는데, 그렇구나 하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지진과 폭우로 집이 난장판이었고 가스가 떨어진 걸 이제 알게 돼서 분통을 삼키며 주문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샤밧의 고요함 좋아하네, 하루 쉬자고 그 전날 전쟁같은 나날을 보내는 게 무슨 머저리 같은 삶인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 테러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 각인되었다. 이스라엘의 일상은 기묘하게 왜곡돼 있다.
이스라엘이 만든 가장 성공한 TV 시리즈가 Fauda이다. 난장판을 뜻하는 아랍어이고 이스라엘에 워낙 적들이 다양하다 보니 매번 상상을 초월하는 놀라운 스토리로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몇 년 전 1-2 시리즈를 볼 때만 해도 재미있다고 느꼈다. 남의 일이니까. 이번에 공개된 4번째 시리즈는 확실히 달랐다. 이 나라의 여전히 끔찍한 현실에 그저 피로했다.
터키와 시리아에 발생한 지진에 전 세계가 마음을 모으며 인류애 충전된 사연을 전달하는 마당에, 예루살렘은 유례없는 진영 대립과 극심한 반정부 데모로 시끄럽다. 거기에, 날 빼놓으면 안 되지 하는 것처럼 테러까지 보태진 것이다. Fauda란 단어가 이보다 적합할 수가 없다. 동예루살렘 시민이 저지른 단독 범행은 또 다른 공포를 안겨준다. 이스라엘 보안 당국은 전혀 그를 몰랐다고 한다.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는 뜻이다. 조직이 아닌 개인을 어떻게 통제하나. 테러로 살해된 이들은 6살짜리 남자애와 20살 청년이었다. 남자애의 아버지 역시 현재 사경을 헤매고 있다. 살해된 20살 청년은 네 달 전에 결혼한 예쉬바 학생인데, 함께 있던 그의 아내는 다행히 살았지만, 앞으로 평생 이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야 한다.
세상은 불행한 일이 너무 많고, 그 일들에 일일이 신경을 쓰다간 버텨내기 어려울 것이다. 샤밧에 들어가는 일몰을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예레미야의 우울증이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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