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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in Israel

어느 금요일

요즘 친구들 만날 시간이 없다. 나도 바쁘지만 저들도 10주가 넘게 샤밧마다 데모에 가기 때문이다. IT쪽에서 일하면서 돈 많이 버는 친구들이 이번 데모의 선봉이다. 재미있는 나라다. 암튼 모처럼 시간이 난 금요일, 하루에 미팅을 세 군데에서 가졌다. 

 

뭘 먹고 먹지 말아야 할지 굳이 고민해야 한다면 그 기준은 돈 정도일 것이다. 가성비를 따지느라 먹고 싶은 욕구를 참는 식이다. 그런데 이 나라는 한 가지를 더 고민해야 하는데, 음식 정결법 코셔이다. 물론 내 집에서 혼자 먹을 때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모처럼 여유롭게 호사를 누리는 금요일 오전, 음식점에서 사람들 시선을 받으며 뭔가를 먹어야 할 때, 갑자기 용기가 필요할 수 있다. 파스트라마와 닭고기를 넣은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왜냐하면 나는 커피도 주문했기 때문이다.

      

이 두 음식을 함께 섭취하는 것은 유대교의 음식정결법에 위배된다. 정확히 말하면 카푸치노의 우유와 샌드위치의 고기를 함께 먹어선 안 된다. 10년 전만 해도 이런 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이스라엘은 매우 오른쪽으로 쳐돌았고 길거리에서 이방인을 대하는 종교인들의 시선은 칼날 같다. 물론 이 두 음식을 함께 판 가게가 더 큰 문제지만 그들은 세속인 유대인으로서 신념을 위해 싸우는 중이다. 나는 왜 이 싸움에 끼어야 하는가. 건너편 코셔 베이커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짐승을 보는 것과 흡사하다. 내 앞에 앉아서 역시나 로스트비프 샌드위치에 카푸치노를 마시고 있던 유대인 친구는 그런 나의 난처함에 조금의 공감도 하지 않는다. 무시해 버려. 

 

두 시간 후에 헤르쩰리아 몰에서 다른 친구를 만났다. 생일이라 옷을 사 주겠다고 고집해서다. 이스라엘 쇼핑몰이 얼마나 소박한지 최고 부촌 쇼핑몰에 입점한 옷가게 수준이 저 정도다.  

 

그에 비해 음식 값은 얼마나 비싼지, 치즈 케이크에 쉐이크 정도 먹었는데 옷 값과 맞먹는다. 

 

샤밧이 들어가기 전 마지막 만남을 위해 텔아비브로 돌아왔다. 뭐? 어디라고? 나더로 이리 오라는데 도무지 이름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왓츠업에 적어봐. 글자로 변한 것도 읽기가 어려웠다. 두두 우트마즈긴? 하누카 때 도넛 하나에 100셰켈짜리를 만들어 팔던 쉐프의 베이커리다. 헝가리 디저트에 꽂힌 돈 많은 친구가 최고의 제르보를 사주었다.

 

두두 우트마즈긴은 이런 인물이다.     

 

 

 

대개 유럽 디저트를 만드는 성공한 파티쉐리들이 미즈라힘 출신이라는 것도 재밌다. 미세라티를 몰고 안경 브랜드 erroca의 광고 모델이다. 긴 하루였다. 돈 많이 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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