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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in Israel

바느질 가게

우리말 반짓고리는 반짇과 고리의 결합으로, 바느질을 위한 도구를 담는 상자라는 뜻이다. 일본어는 사이호바코, 재봉상자다(그들다운 수준의 어휘다). 이 단어를 히브리어로 옮기기 위해 무진장 고생했다. 바늘은 마하트, 실은 후트니까 마하트와 후트가 들어 있는 상자라고 옮겨 보았는데 아니었다. 히브리어는 에즈라 쉬니아, second aid이다. 바늘과 실 외에도 단추나 핀이 들어 있다.  

 

아끼는 바짓단이 헐어서 수선을 맡겨야 했다. 누가 봐도 건물주인 이 세탁소의 주인은 늦게 문을 열고 칼퇴근을 한다. 새벽같이 출근해서 밤늦게 돌아오는 외노자에게 서비스를 의뢰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게다가 러시아에서 이민한 종교인 주인은 매사에 고압적인 태도라, 세탁을 맡길 때도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이때 룻기를 읽고 있을 때였다. 두 여성이 밤 늦게까지 일하고 있는 모습에 찡했다. 저녁 7시가 넘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지만 손님들의 성화가 그치지 않았다. 보통 바짓단을 맡기면 3-4일이 걸리는 게 이스라엘이다. 내 바지를 채가더니 금방 가위질을 하고 재봉틀로 드르륵 박아준다. 가격도 다른 곳보다 월등히 싸다. 

이스라엘도 여성 노동이 더 싸고 홀대를 받는다. 이들의 성실함이, 전문성이 제대로 평가받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바느질은 히브리어로 트피라, 바느질 가게는 베이트 트피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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