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미디어는 정기적으로 저런 제목으로 여론조사를 한다. "이스라엘에서 살고 있는 O가지 이유"라는 제목도 심심치않게 발견된다. 이들에게는 '국가' 역시 선택 사항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중국적이 인정되지 않는 우리나라로서는 낯선 정서이다. 이 문제 많은 나라에서 아직도 살고 있는 데 대해 진지한 견해를 펼치는 사람도 있지만, 재기 넘치는 펀치라인도 적지 않다.
1. Soup Nuts (שקדי מרק)
직역하면 스프에 들어가는 아몬드이다. 히브리어와 상관 없는 미국에서는 Mandlah라는 용어가 알려져 있다. 뉴욕 같은 유대인 코셔 식당 많은 곳에서 흔하고, 유대인 캐릭터가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언급된다. mandel이 독일어로 아몬드라는 뜻이다. 이디쉬를 사용하는 유대인들이 미국에 가서 퍼트린 용어인 것이다.
아무튼 스프에 넣어 먹는 빵껍질 같은 건데, 이스라엘은 이걸 가공식품으로 자체 개발했다. 외국으로 이민 떠난 유대인들이 가장 그리워하는 이스라엘 식품 1위에 오른 적도 있다.
몸에 치명적이지는 않아도 장기적으로 해가 될 것 같은 가공식품이라 처음 몇 년 간은 손도 대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떨어지기 무섭게 사들이고 있다.
기름으로 일단 볶은 것이기 때문에 열량이 엄청나고 살이 찌는 일차적인 원인인데, 그래서 끊기가 어렵다. 너무 맛있는 짭짤한 과자 맛이다. 이스라엘 과자들이 맛이 없기 때문에 그 대용으로 여기 맛들이면 답도 없다.
2. 아풀라의 껍질 까 먹는 씨 (גרעיני עפולה)
나사렛 근처에 있는 유대인 도시 아풀라는 피쭈힘(פיצוחים)으로 유명하다. 껍질을 쪼개 그 안에 든 씨들을 먹는 crackables을 말하는데 값비싼 넛츠가 아니라 해바라기씨, 호박씨, 수박씨 같은 싼 것들을 기름과 소금에 볶아서 판다. 중국 사람들이 시도때도 없이 먹으며 길거리를 지저분하게 만드는 그거 맞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축구나 농구 볼 때 이걸 먹는다. 팝콘이 너무 느끼하다나 보다. 미즈라힘 문화다. 공공장소에서 때를 가리지 않고 씨앗 쪼개는 소리가 들리는 게 유쾌하지는 않다. 게다가 쓰레기 처리도 내 기준에는 못 미친다. 우리나라에서 인기 없는 이유가 있다.
그나저나 왜 이게 아풀라의 대표 상품이 된 걸까. 아풀라는 히브리어 오펠, 즉 높은 곳이라는 뜻이다. 높다 보니 덥다. 해바라기들이 땡볕을 받고 잘 자란다. 내가 아는 건 거기까지다. 뭐 더 알고 싶지 않기도...
3. Bamba(במבה)와 Bissli (ביסלי)
이스라엘 학부모들은 고충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아이들 먹거리 걱정을 좀 할 필요가 있다. 과자 자체가 아이들 건강에 좋을 리 없지만 그래도 건강한 과자 개발을 위해 투자 좀 했으면 싶다. 그나마 밤바가 유아용이라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열량은 무쟈게 많다. 피넛 버터 베이스이기 때문이다. 밤바의 상징인 Bamba Baby도 이스라엘에서 워낙 유명하다. 파란 색 기저귀를 차고 있는 아기인데, 런던 올림픽 때 이스라엘 대표팀이 마스코트로 결정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아무리 그래도 한 국가가 상업용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를 채택하긴 어려우니까. 미국에 사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장 그리워하는 맛 1위에 오른 적도 있다.
요즘은 딸기맛까지 나온다.
Bissli비슬리는 언어 조합이 너무나 이스라엘스럽다. Biss + Li '나한테 한 입만' 이란 뜻이다. 모양도 파스타 형태라 딱 한 입 집어먹기 좋다. 건강을 위해 과자는 거의 먹지 않는데, 그걸 깨닫게 해준 게 비슬리다.
4. 코티지 치즈
이스라엘에서 가장 사랑받는 치즈다. 싸기 때문이다. 맛도 이 더운 날씨에 맞게 가볍다고 해야 하나. 신선한 야채와 함께 한 끼 식사로 샐러드를 먹기에 가장 좋은 치즈다.
5. 베이트알파 오이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시작이 오이였다는 설이 있다. 왜냐하면 이스라엘 오이는 1920년대 베이트알파 지역에서 재배되기 시작해 지금까지 이 나라를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왜 이스라엘 오이가 이렇게 작아야 하나, 했는데 아침 저녁 샐러드에 빠지지 않게 된 이유를 깨달았다. 맛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물 대신 오이를 갖고 다니며 먹기도 한다. 베이트알파 오이가 좋은 이유는 수정 없이 열매가 맺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3월 말에 씨를 뿌려 놓으면 5월쯤 오이가 맺히기 시작한다. 생전에 오이를 심어 열매로 따 먹는 일을 경험하게 된 건 순전히 이스라엘 덕분이다. 오이 꽃이 노랗다는 것도 알게 됐고.
우리나라 대비 이스라엘 오이의 특이점. 겉이 반질반질하다는 것?
6. 샤밧의 할라 빵
할라 빵은 이스트가 들어가기 때문에 만드는 게 힘들진 않아도 하루 종일 걸리는 빵이다. 이런 노동이 힘겨운 사람에게 금요일 오전 거의 모든 수퍼에서 판매하는 할라 빵은 축복이다. 나 역시 한국에 돌아가면 할라 빵이 가장 아쉬울 것 같다. 계란 많이 들어간 꿀 바른 할라 빵만큼 맛있는 빵이 또 있을까. 대신 살은 좀 찐다.
참깨와 함께 포피 씨 פרג를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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