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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페레스, 독일 의회 연설

나는 이스라엘을 터무니없이 동경하지 않고, 유대교를 막무가내로 애호하지 않는다. 그래도 요즘 이스라엘 시국을 걱정하며 우리나라가 민주주의에 한발 앞선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 멘트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민주주의의 정책과 제도는 시행된 연수에 정비례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탄생부터 민주주의를 자기 정체성으로 한 나라였다. 여기에서 팔레스타인을 언급하며 점령과 분할통치를 제기하는 것은 같은 범주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스라엘 정치사에서 시민들의 저항을 받고 사임한 국무총리는 벤구리온 이래 거의 모든 정치인이었다. 부패한 정치인이 다시 정치 무대로 돌아올 수 있는 이스라엘 정치판에는 한숨을 참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이 사회가 가망 없다고 보는 것은 오해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드디어 일본의 수장과 만났다. 정부는 과거 우리 영토를 강점하고 우리 국민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일본에게 자꾸 사과를 요구하는 게 실용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여기나 보다. 그럴 줄 알았기 때문인지 나는 크게 놀라지 않았고, 그렇다는 정부 입장에 핏대를 올리고 싶지도 않다. 그래도 2010년 1월 27일 홀로코스트 기념일에 독일 의회를 방문한 시몬 페레스 당시 이스라엘 대통령의 연설을 찾아보게 된다. 

 

 

연설 시작하고 2분 후에 그가 주머니에서 꺼내 쓰는 것이 유대인 장례식에서 사용하는 검정색 키파이다. 시몬 페레스는 그 키파를 쓰고 나치에 살해된 자기 할아버지를 비롯한 친지들을 위해 카디쉬, 즉 장례식 기도문을 읽었다. 물론 저 기도문을 듣고 전원 기립한 독일 의회의 수준은, 여전히 자기들은 잘못 한 게 없다고 주장하는 나라에 견줄 수 없다.   

 

2010년 기준으로 시몬 페레스는 전후 이스라엘이 성취한 모든 업적을 자랑스럽게 나열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번영이야말로 유대인을 멸절하려 한 나치의 시도에 대한 도덕적 역사적 응답이라고 말한다. 

 

카디쉬로 시작한 시몬 페레스의 연설은 이스라엘의 국가 하티크바로 끝난다. 1923년생이니 저 연설을 할 당시 시몬 페레스는 87세였다. 6년 후 93세 일기로 사망한다.

 

훌륭한 국가 지도자를 갖는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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