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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해도 될까요?

 

이스라엘다움, 이란 무엇일까, 질문을 받으면 거의 예외없이 이 프로그램이 떠오른다. 직역하면 "이런 질문해서 죄송합니다"란 제목이다. 주제와 관련된 인물들을 초청해서 보통 에둘러서도 하지 못할 어려운 질문들을 직격탄으로 던지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후츠파, 솔직함 등이 잘 드러난다. 기억에 남는 많은 주제들이 있었지만, 특이 이 주제가 또렷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질문한 것이다. 

 

정신분석학의 거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유대인이고,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압도적인 유대인 숫자도 이들이 겪고 있는 심상치 않은 정신적 고뇌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이스라엘에는 세속인 종교인을 가리지 않고 정신상담을 받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제대로, 멀쩡히 살기 어려운 환경이다. 나 역시 1년 넘게 상담을 받았는데, 학업 스트레스가 큰 외국인 학생을 위한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참 사려도 깊지. 그때는 뭐 이런 것까지 하나, 싶었지만, 돌이켜 보면 그로 인한 유익이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느낀 점은 많이 달랐다. 우리나라야 부모 자식 간의 단절감 같은 걸 강조하는 경향이 있고 죄책감을 덜어내는 데 주목한다. 이스라엘은 이 사안에 대해 병리학적 입장이 확고하고, 가족의 죄책감보다는 이를 겪고도 살아나가야 할 삶에 더 집중하는 편이다.

 

첫째 질문은, 자녀가 어떤 아이였는지 회고한다. 고인에 대한 자기 진술은 치유의 시작점과도 같다. 이 인터뷰 전체가 전문가들에 의해 잘 기획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질문은, 그 징후에 대한 것이다. 어떻게 눈치를 못 챘냐는 직격탄이다. 징후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전혀 없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스라엘도 학원 폭력이 심상치 않기 때문에 거기 해당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어머니는 자녀가 겪는 고통을 전혀 모르다 장례식을 치르고서야 알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셋째 질문은, 자녀가 몇 명이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하냐는 것이다. 즉 자녀 중 사망자가 있음을 알리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다.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물러나는 것이라고 한다. 어려운 문제에 접근하고 싶지 않으니. 

 

넷째 질문은, 누가 먼저 시신을 발견했는가이다. 가족 안에서 이런 비극이 발생했을 때, 그것이 얼마나 큰 트라우마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다섯째 질문은, 이걸 막을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이다. 놀랍게도 거의 모든 유가족이 미리 알았다면 막을 수 있었다고 믿는다. 전문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부모로서 이들의 죄책감은 당연하다. 우리나라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놀라운 대목이다. 놀랍게도 세계 자살률 1위인 우리나라는 원인이 너무나 다양하다. 사회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불행이기 때문이다. 대개 죄책감을 느끼는 부모와 가족은 어쩔 수 없는 사회구조적 모순의 희생자이기 마련이다. 

 

여섯째 질문은, 그가 유서를 남겼는가,이다. 남기지 않은 경우는 이들이 그 순간 충동에 사로잡혀 행동에 옮긴 거지, 계획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남긴 경우, 삶을 계속하는 게 피곤하다는 내용이었다. 

 

일곱째 질문은, 치유와 관련돼 중요한 질문이다. 그에게 화가 나는가, 이다. 대부분 고인의 고통을 헤아리고 이해하기 때문에 화는 나지 않는다고 답하고 있지만, 부모의 삶에서 떨쳐낼 수 없는 감정일 것이다. 특히 하나님에 대한 분노를 언급한 경우도 있다. 인터뷰에 참석한 이들은 이미 상당 기간 치유 상담을 진행해 왔기 때문에 성숙한 답변을 들려준다. 하지만 정제된 시간이 없었다면 이에 대한 답은 사뭇 달랐을 것이다. 

 

여덟째 질문은, 어떻게 살아냈느냐, 이다. 대부분 다른 가족 구성원을 위해 삶을 계속해야 한다는 답이다. 

 

1년 전에 올라온 영상은 여전히 채팅이 가능하다. 리뷰 숫자도 계속 상승중이다. 요즘 이스라엘에 디프레션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삶은 계속되고 그 노력은 의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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