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TV에도 드라마가 있다. 연중내내 정세가 급박하긴 하지만, 그나마 한갓진 겨울철에 방영된다. 챙겨본 적은 없다. 너무나 지루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사법 개혁안 때문에 나라 전체가 시끄러워서 밤 늦게까지 TV 앞에 있었던 날이 많은데, 덕분에 보게 됐다.
모르는 사람에게야 배우1, 배우2겠지만, 명실공히 이스라엘 최고 스타들이다. 예후다 레비와 로템 셀라. 하지만 나만 해도 이들이 연기도 하는 배우라는 걸 깜빡 했다. 워낙 광고에 자주 나오고, 장기간 쇼프로그램 진행자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는 배우들이 이미지 관리를 안 한다. 연기를 하실려면 맨날 화면에 나오면 안 된다고 한마디 해 주고 싶다. 게다가 예후다 레비는 영화 대표작이 게이 역할이었는데, 아직도 커밍아웃을 못하고 이중생활을 하는 것 같은 어설픈 느낌이 든다. 쟁쟁한 여성들과 연애하고 매번 시끄러웠는데도 그렇다. 아무튼 극중에서 두 사람이 부부인데, 결국 아내쪽이 딴 남자를 만난다. 남편이 아니고? 그게 제일 납득이 안 간달까.
그런데 이 부부 사이에서 폭풍을 일으키는 제삼자가 하필이면...
Fauda의 리오르 라즈이다. 꽤 멋진 작가 역할인데, 제작에도 참가한 리오르 라즈의 희망사항이 많이 반영된 모양이다. 사랑에 빠진 눈빛이, 왜 그래요? 연미복 입는 세련된 파티에 왔는데, 금방 뒤집고 아랍어 하면서 총을 갈길까 봐 내가 다 조마조마했다.
아무튼 이 의문의 캐스팅과 더불어, 드라마는 대리모의 문제를 다룬다. 드라마 제목인 "제3자"는 리오르 라즈보다, 대리모 역할을 하는 갈 말카일 수도 있다. 유대인에게 자녀 출산은 막중한 사명이다. 자녀를 낳고자 하는 커플의 절박함은 대리모로 소비되는 여성의 인권 문제를 넘어선다. 아니 넘어서도 된다고 여겨진다. 적어도 유대인이 제3세계에 속하지는 않으니까. 한때 페미니즘이 1세계 백인 상류층 여성과 3세계 식민지 빈곤층 여성의 연대를 가능하게 한다고 착각했는데, 경제적 지위가 다른 사람들의 연대는 쉽지 않은 법이다.
아무튼 이게 8회에 걸친 시즌제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그런데 3월 24일까지 열린 프랑스의 세리 마니아 페스티벌에서 로템 셀라와 갈 말카가 공동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래서 다음 시즌이 확정됐단다. 그라믄 안대가 절로 나온다. 다음 시즌에서 리오르 라즈가 더 치명적인 척할까 봐 아주 우려스럽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시청률 면에서 아주 성공적이었다는 걸 언급하는 게 공정할 것이다. 하레딤을 제외한 유대인 인구가 500만 명인 나라에서 집회 때마다 50만 명이 모였다. 이 나라를 휘몰아치는 거대 담론에 비해, 드라마의 폭풍은 너무나 소박하고 개인적이어서는 아니었을까.
포스터가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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