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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ed

투베아브, 사랑의 날

이스라엘 지파연합은 내전을 겪었다. 사사기 19장, 왕이 없을 때 일어난 사건이다. 여성 인권은 개념도 없던 성경 시대지만 충분히 참혹한 일이었다. 배경이 되는 베들레헴과 예루살렘 근처 기브아가 의미심장하다. 베들레헴은 다윗의 고향이고, 기브아는 사울의 집이다. 이스라엘은 미스바에 모여 베냐민에 대한 복수를 결의하고, 벧엘에서 진을 친다. 군대의 규모는 40만 명 대 26,000명이었다. 최종 전투에서 베냐민 용사 600명이 살아남아 광야로 도망친다. 

 

이스라엘은 절대로 자기 딸들을 베냐민에게 주지 않겠다고 서원한다. 동시에 그로 인해 지파 하나가 끊어지게 된 현실을 회개한다. 마침 이스라엘 온 지파의 총회에 야베스 길르앗이 오지 않았다 (왕 사울의 시신을 거둔 이들이다). 이들을 헤렘으로 바치고 처녀 400명을 얻는다. 이 처녀들을 광야 림몬 바위에 숨은 베냐민 600명에게 준다. 그래도 부족하다. 

 

실로에는 매년 여호와의 명절이 있는데, 실로의 여인들이 춤추러 나온다. 베냐민은 근처 포도원에 숨어 있다가 춤추러 나온 실로 여인들을 납치해 자기 성읍으로 돌아간다. 이 일은 왕이 없으므로 모든 백성이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한 일의 대표 사례이다.  

 

레보나와 실로 사이의 고대길, 오토만이 세웠고 영국군이 초소로 사용했던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미쉬나의 명절 챕터에 이런 대목이 있다. "לא היו ימים טובים לישראל כחמישה-עשר באב וכיום הכיפורים" 이스라엘에 투베아브와 욤키푸르 같은 좋은 날이 없다. 투베아브가 그래서 뭐하는 날인지 미쉬나스러운 각종 해설이 이어지는데, 성경과 관련해서는 "멸절될 뻔한 베냐민 지파가 이스라엘 회중으로 돌아온 날"이다. 

 

실로는 369년 동안 여호와의 성소 המקום 역할을 했던 곳이다. 세 번의 방문, שלוש רגלים 페사흐, 샤부옷, 숙콧도 당연히 실로를 향해 올랐다. 페사흐는 보리, 샤부옷은 밀, 숙콧은 올리브 수확 기간이다. 가나안 땅의 곡식과 포도와 기름의 수확 중에 포도가 빠졌다. 그래서 포도 열매를 가지고 여호와의 성소를 방문하는 네 번째 방문이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포도의 수확, 바찌르 기간의 축제가 투베아브라고 본다. 

 

 

 

실로, 여호와가 택하실 그곳

이스라엘의 역사와 고고학은 텔아비브 대학교와 히브리 대학교의 입장으로 양분된다. 미니멀리즘 대 맥시멀리즘의 대결이다. 히브리 대학교는 기원전 10세기 다윗으로 거슬러 올라가 기원전 13

jy4kids.tistory.com

 

투베아브는 나무를 심을 수 있는 한 해의 마지막 날로도 여겨진다. 나무가 땅에 뿌리를 내리는 기간이 2주인데, 투베아브가 신년 첫날인 로쉬 하샤나로부터 2주 전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서 식목일이 투비슈밧인데, 투베아브와 천문학적으로 반대되는 날이다. 나무를 심는 건 가정을 세우는 것의 상징이므로 이 기간은 한 해의 마지막 결혼 시즌이기도 하다. 

 

이 정도만 돼도 투베아브는 좋은 때 돌아오는 적당한 명절로 기억할 만하다. 유대교는 어떤 면에서 완성되지 않은 종교인데, 현자들이 쓴 탈무드가 해석의 영역인 것과 관련돼 있다. 해석은 콘텍스트에 따라 달라진다. 현 상황을 기준으로 지금도 해석을 확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점이 이 종교의 역동성일 수도 있지만, 위험성이기도 하다. 해석의 권한, 토론, 합의 방식에 대해 알려진 바 없기 때문이다. 

 

아가서에는 이런 말씀이 있다. צְאֶנָה וּרְאֶינָה בְּנוֹת צִיּוֹן, בַּמֶּלֶךְ שְׁלֹמֹה--בָּעֲטָרָה, שֶׁעִטְּרָה-לּוֹ אִמּוֹ בְּיוֹם חֲתֻנָּתוֹ, וּבְיוֹם, שִׂמְחַת לִבּוֹ 솔로몬 왕의 기쁨이 가득한 날, 그날은 바로 그의 혼인 날이고, 그날 그의 머리에 왕관이 씌이게 된다. 이 구절을 근거로 유대교의 3차성전이 투베아브에 건설된다는 전설이 있다. 피차 증오שנאת חינם로 망한 나라가 이제 서로의 사랑אהבת חינם으로 회복된다는 종교적 포부이다. 

 

티샤베아브에서 엿새 후가 투베아브이다. 아브 월의 15번째 날, 올해는 8월 2일이다. 나라가 둘로 쪼개지고 반대편이 싫다는 일을 밀어부치고, 그 상실과 좌절감에 조롱까지 보태며 승리를 과시하는 이들이 이제 투베아브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상점마다 선물용 사탕이 즐비하다. 실로에서는 투베아브를 기념하는 여성 댄스 축제도 열린다. 사랑이 회복을 핑계로 폭력과 수치를 덮는 허울인가.  투베아브 독서로 고린도전서 13장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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