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ed

티샤베아브, 성전 멸망일

아브 월의 아홉째 날, 올해 7월 26일 일몰부터 금식이 시작된다. 유대교는 이날 두 번의 성전이 파괴됐다고 믿기 때문에 깊은 애도를 표하기 위해 금식을 한다. 어떻게 성전이 두 번이나 같은 날 무너졌을까? 고대 사회에서 전쟁은 대개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고, 멸망의 과정도 상당 기간이 걸렸기 때문에 기념할 날짜를 하나로 맞췄다고 보면 된다. 왜 맞추었을까? 곱배기는 언제나 효과적이다. 금식을 두 번 하기도 힘들고. 

 

1차 성전, 즉 솔로몬의 성전이 무너진 날짜는 성경에 나온다. 바벨론 느부갓네살이 왕이 된 지 19년째, 바벨론이 유다의 왕으로 삼은 시드기야 11년째, 다섯째 달인 아브 월 7일이다(왕하 25:8). 기독교력으로 주전 586년이다. 진작부터 이 멸망을 예고한 선지자 예레미야는 39장에서 성벽의 붕괴를, 52장에서 불타는 성전을 묘사하는데, 그게 아브 월의 10일이라고 적고 있다. 어느 쪽도 아브 월 9일은 아닌데?


예루살렘 성은 산꼭대기에 세워진 천혜의 요새이고 성벽이 둘러싸 정복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대제국 바벨론 군대조차 포위만 1년 반 걸렸다. 지금처럼 폭파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직접 손으로 허물어야 하는 파괴 공사였다. 성전 파괴를 두고 성경에 다양한 날짜가 등장하는 까닭은 예루살렘 성의 파괴 시점이 단계별로 다양하기 때문이다. 즉 바벨론 군대가 넷째 달 9일에 예루살렘 성을 뚫었고, 다섯째 달 7일에 성전에 접근, 8일에 에워쌌고, 9일에 불을 놓았으며, 10일에 성전이 완전히 불탔다는 것이다. 성경 진술의 다양성은 오류가 아니라, 해석의 영역이다.


솔로몬 성전이 무너지고 유다인들은 약 70년 동안 바벨론에서 포로 생활을 한 다음, 메시아급 이방 왕 덕분에 예루살렘으로 돌아온다. 고레스 왕의 칙령이 주전 539년이다. 유다인들을 이끌고 다시 성전을 재건한 인물은 유다의 나씨נשיא 스룹바벨이었다. 그래서 2차 성전은 스룹바벨 성전이라고도 불린다.

 

이두매 출신 개종자 아버지와 나바티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헤롯이 주전 37년 로마의 후원을 받아 유다의 왕이 된다. 주로 건축을 통해 자기 존재를 증명하기 원했던 헤롯은 주전 20년 성전을 완전히 새롭게 짓기 시작한다. 이 성전의 완공은 주후 60년이고 그로부터 10년 후 무너진다. 예수님의 생애가 이 성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휘황찬란한 헤롯의 성전은 당대 로마 제국 전역에서도 손꼽히는 건축물이었다. 그렇다면 3차 성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텐데, 헤롯에게 그런 영광을 줄 수는 없으니 2차 성전의 재건 정도로 양해된다. 헤롯의 손자 아그리파를 마지막으로 로마는 유다를 직접 통치하고, 유다인이 그에 맞서 하메레브 하가돌, 대반란을 일으키는데 주후 66년부터 73년에 걸친 사건이다. 이 내용을 기록하고 있는 책이 요세푸스의 <유대전쟁사>다.

 

요세푸스는 2차 재건 성전이 아브 월 10일에 무너졌다고 기록한다. 주후 70년 7월 29일에서 30일, 즉 아브 월 9일과 10일 사이였다.

 

 

 

하지만 유대인이 나라를 세웠을 뿐 아니라 자기 식대로 종교의 자유도 누리고 있는 현재, 왜 과거 무너진 성전 때문에 곡기를 끊어야 할까.   

 

티샤베아브의 각종 특이한 관습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닥친 다섯 가지 비극이 굳이 이날로 함께 묶였기 때문이다. 두 성전의 파괴 이외에도, 모세가 보낸 열두 정탐꾼이 약속의 땅을 거부한 사건, 주후 135년 바르 코흐바 반란의 마지막 베이타르의 함락, 그후 로마 사령관 Rufus가 성전 자리에 로마 도시를 세우기 위해 쟁기질한 날이 모두 티샤베아브다.

다섯 가지 비극인 만큼 다섯 가지가 금지된다. 먹거나 마시기, 씻거나 목욕하기, 크림이나 기름 바르기, 가죽 신발 착용, 성관계다. 애도의 관습도 있는데, 장례 후 추모 기간인 쉬바 때 하는 것처럼 의자 대신 바닥에 앉고, "샬롬" 인사를 하지 않고, 베개 없이 자거나, 형광등을 끄고 촛불로 애가를 읽거나, 필수적이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티샤베아브가 다가오면 미리 정원을 다듬느라 동네가 시끄럽다. 

 

 

25시간의 금식을 면제받는 사람은 누구일까. 

  • 의사가 금식을 금지한 환자는 금식해서는 안 된다.
  • 금식하면서 약을 먹어야 하는 사람은 약을 삼키기 위해 물을 소량으로 섭취한다.
  • 출산 후 30일 이내 여성은 금식이 면제된다. 젖을 먹여야 하기 때문이다.
  • 출산 후 24개월 이내 여성으로 허약한 경우는 금식하지 않는다.
  • 임산부가 환자는 아니지만, 금식은 해롭다. 면제된다. 
  • 바르 미츠바, 즉 성인식을 치르지 않은 어린이는 금식할 필요가 없다. 부모는 어린이들의 밥을 차려주고 금식해야 한다.

 

티샤베아브 금식은 욤키푸르 금식과 비슷한다. 하지만 욤키푸르는 성경에 나오고 티샤베아브는 현자들의 가르침일 뿐이다. 제3성전을 지어야겠다는 사람들이 권력을 잡으면서 티샤베아브 금식도 더 유난스러워진다. 금식은 원래 티내지 말아야 하는 건데. 금식 이후로 엘룰 월까지 종교기관들은 방학이다. 종교인들이 절반이나 되는 국회도 쉰다. 종교인에게는 일년 중 가장 긴 3주간의 방학이라 이스라엘의 산과 들이 이들로 넘쳐난다.

'Moed'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 IDF 신병 소집  (0) 2023.08.11
투베아브, 사랑의 날  (1) 2023.08.02
6월의 결혼식  (0) 2023.07.07
탐무즈 월의 힐룰라  (0) 2023.07.04
2023 오순절  (0) 2023.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