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근동 사회에서 전쟁은 여름에 벌어진다. 날이 길어서, 날이 더워서다. 겨울이 다가오면 메소포타미아 군대는 고국으로 돌아갔다. 특히 바벨론의 왕은 신년 축제 (니산 월)에서 자기 수호신의 뜻을 물어야 했다. 올해는 원수들을 네 손에 붙여주겠다는 신탁을 받으면, 다시 군대를 재정비해 불어난 유프라테스 강을 건너 레반트를 지나 이집트로 돌아오곤 했다.
현대에 들어서도 중동에서 겨울에 전쟁이 나는 법은 없다. 2008년 12월 하누카에 가자 작전이 있긴 했지만, 납치된 이스라엘 병사를 구출하기 위한 상당히 예외적인 사건이었다. 독립 전쟁, 6일 전쟁, 레바논 전쟁 등 이스라엘이 주도한 전쟁은 대개 6월에 발발했다. 수에즈 위기, 욤키푸르 전쟁처럼 아랍 국가들이 시작한 전쟁은 여름의 막바지 10월이다. 이스라엘에 한 집 건너 있다는 전사자들의 기일이 이 기간에 집중돼 있다. 히브리력의 여름이 10번째 달 탐무즈다.
- 탐무즈는 메소포타미아에서 다산의 신이다.
- 메소포타미아의 어머니 신 Inanna가 결혼할 때가 되자 농부와 목동이 동시에 구애를 하는데 결국 Dumu-zid라는 목동과 결혼하게 된다. 신의 은총을 두고 농부와 목동이 경쟁하다 목동이 우세하게 되는 이야기(카인과 아벨)의 원형이다. Dumu-zid는 악마의 계교로 살해당하고 지하세계로 끌려가는데, 이에 아내 Inanna는 남편을 돌려받기 위해 끈질기게 지하세계를 뒤진다. 결국 신들의 합의가 이뤄지는데, Dumu-zid가 일년의 절반은 지상에서 아내와 함께, 나머지 절반은 지하에서 보내는 것이다. Dumu-zid가 살아나 아내를 만나는 봄과 여름에는 자연 세계에 열매가 맺히고, 죽어 이별하는 겨울에는 황량함이 가득하다. 그래서 탐무즈는 다산의 신이 된 것이다.
- 성경에도 이 이방신이 언급되는데 에스겔서 8장이다. 여호와가 에스겔을 성전으로 이끌어 가증한 일을 보여주시는데, 성전 북문에 앉아 여자들이 담무스를 애곡하고, 태양 신을 섬겼다.
- 그리스 신화에서 탐무즈는 아도니스다. 일년의 절반은 아프로디테와, 나머지 절반은 페르세포네와 지하세계에서 보낸다.
- 아람어로 탐무즈는 heat이다.
탐무즈에 일어난 사건 중에 가장 의미심장한 것은 17일, 바벨론의 느부갓네살 군대가 예루살렘 성벽을 부수기 시작한 날이다. 제사가 중단되고 이방 군대에 의해 성전의 기물이 부정해졌다. 이날부터 3주 후인 아브 월 9일(=티샤 베아브)에 성전은 멸망한다. 탐무즈 17일에서 아브 9일까지 기간이 영어로는 three weeks, 히브리어로는 ימי בין המצרים 우리말로 '궁지에 몰린 날들'이다. 종교인들은 이 기간 몸을 씻지도 않고 수염이나 머리털도 깎지 않는다. 결혼식을 비롯한 즐거운 일들도 당연한 중단된다.
이스라엘 백성이 여호와를 저버린 기념비적인 사건들도 탐무즈 17일에 일어났다고 믿는데, 대표적인 게 모세가 보낸 열두 정탐꾼 가운데 열 명이 부정적인 견해로 백성을 두렵게 한 일이다 (민 13장). 약속의 땅에 들어서기도 전에, 그 땅에서 멸망을 예약한 것이다.
유대교는 위대한 조상들의 죽은 기일, 힐룰라를 기념하는 종교인데, 탐무즈의 힐룰라도 심상치 않다.
- 탐무즈 1일: 야곱의 아들 요셉의 힐룰라다. 대체 요셉이 이날 죽은 걸 어떻게 알까. 요셉이 의인이라 태어난 날 죽었다고 본다. 요셉이 탐무즈 1일에 태어났으니 그날 죽었다는 것이다. 아니, 태어난 날은 어떻게 아나? <희년서>에 나온다.
- 탐무즈 3일 : 류바비치 하바드 하시딤의 죽은 메시아 므나헴 멘델 슈니어슨 레베의 힐룰라다. 뉴욕 브룩클린에 있는 레베의 묘지에 간다.
- 탐무즈 6일 : 1976년 피랍된 에어 프랑스 승객들을 구출하기 위한 엔테베 작전이 있었다. 희생자는 네탄야후 총리의 형 요니 네탄야후, 당시 사령관 한 명이다.
헤르쩰 산에 있는 요니 네탄야후의 무덤. 두 동생 베냐민과 이도가 꽃을 놓고 있다. 나란히 놓여 있는 무덤들 때문에 각성하게 된 이스라엘 국립묘지의 특징이 있다. 장교와 병사의 묘를 구분하지 않는다. 모두 똑같은 모양이고 한자리에 섞여 있다.
- 탐무즈 15일 : 오르 하하임 (light of the life)으로 알려진 하임 이븐 아타르의 힐룰라이다. 바알쉠토브를 능가하는 하시딤 원조란다. 모로코 출신이다. 감람산에 묻혀 있어, 미즈라힘 하시딤들의 기묘한 힐룰라 기도를 목격할 수 있다.
미즈라힘과 하시딤의 결합, 허.
- 탐무즈 29일 : 시오니즘 수정주의자 제에브 자보틴스키의 기일이다. 리쿠드 정당은 자보틴스키를 계승한다. 1940년 뉴욕에서 사망했는데 바로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벤구리온은 그를 국립묘지에 묻는 걸 탐탁치 않아 했다. 1964년 레비 에슈콜 총리가 이장을 추진한다.
이스라엘이 사마리아 제닌 지역에서 군사 작전을 시작한 7월 3일은 탐무즈 월 14일이다. 군사 작전의 이름은 베이트 바간. 제닌이 아랍어로 정원이란 뜻이다. 유다 왕 아하시야가 북 이스라엘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에후에게 쫓겨 정원 정자 길로 도망치는데, 그 지역이다. 탐무즈 월을 기일로 삼는 또 다른 희생자들이 많이 생긴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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