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야드바쉠 기념관 관장 다니 다얀을 해임하고 연정 친화적 인물 케렌 바락으로 대체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형식적으로야 교육부장관인 요아브 키쉬가 나서고 있지만 네탄야후 총리의 부인 사라 네탄야후가 다니 다얀의 교체를 원한다는 설이다. 이 나라 총리가 부인의 의중대로 움직인다는 "가짜 뉴스"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국가 수반의 여성 배우자가 국정에 영향을 미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구설수가 난다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거다. 우리나라만 해도 네, 뭐. 미셸 오바마는 영부인 시절 그렇게나 많은 일들에 개입했지만 남편 휘둘러 멋대로 한다는 말 없었다.
사라 네탄야후가 주요 공직 임명까지 좌지우지 한다는 말은 심심치 않게 나왔다. 이번 사태는 야드바쉠 관장직의 상징성 때문에 더 큰 논란이 되고 있다. 홀로코스트 기념관이다. 이 기관이 사실 왜곡 내지는 부정에 연루될 가능성이라도 발견된다면 홀로코스트의 도덕성과 진실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그래서 야드바쉠 관장직은 독립적이고 무당파적일 필요가 있고, 이제까지 그래 왔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홀로코스트 문제를 담당하는 국무부 특사 Ellen Germain조차 X(트위터 이름이 이렇게 바뀌었다네)에 다니 다얀을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
다니 다얀은 아무리 뜯어봐도 우파 인물이다. 웨스트뱅크 정착민을 위한 대표까지 지낸 처지라 뉴욕 주재 이스라엘 총영사로 임명됐을 때 물의가 있었을 정도다. 그런 다얀이 네탄야후의 눈총을 산 건, 리쿠드를 나간 기드온 사르의 정당에 합류했고, 이전 정부인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에 의해 야드바셈 수장으로 임명되었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4월 홀로코스트 기념식에서 가수 케렌 펠레스의 공연이라는 소문이다. 케렌 펠레스는 정부의 사법개혁안 반대 시위에 참여한 바 있고, 이날 공연에서 여성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homemaid's tale 복장을 해서 사라 네탄야후를 격분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총리실은 그런 일 없다고 했다.
야드바쉠의 상징성 때문인지 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전 세계 홀로코스트 기관들이 차례로 성명을 발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네탄야후는 9월 3일 키프로스로 떠나는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소문이 무성한 것 같으니 사라가 직접 얘기를 하겠단다. "케렌 펠레스가 반정부 시위를 했어요? 난 몰랐네". 너무 어색해서 오싹할 지경이다.
"내가 누군가를 꾸짖었다는 건 모두 근거가 없어요. 오히려 식이 끝나고 나는 케렌 펠레스에게 악수를 청하며 칭찬해 주었어요. 펠레스가 시위에 참여했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펠레스의 감동적인 노래는 나를 포함해 우리 모두를 감동시켰고, 그 사실이 기뻤습니다."
눈으로 욕하는 것 같은데.
다음날 이스라엘 그리스 키프로스의 세 정상들이 모여 회담하는 동안, 바깥에서는 이스라엘 시민들이 반정부 시위를 열었다.
네탄야후 총리는 지난 5개월 동안 꼼짝 못하다가 오랜만에 해외 방문길에 나섰다. 이렇게 쫓아다니며 반대 데모를 하기 때문이다. 가까운 키프로스는 비행기도 200불이면 족하다. 키프로스 대통령도 어지간한 게, 시위대가 저런 잠부라나 사이렌을 사용할 수 있게 내버려뒀다. 모르긴 몰라도 회담이 이뤄지는 동안 저 소음이 그대로 들렸을 거다. 네탄야후 총리가 방문한 동안 이스라엘 시민 다섯 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영국 관광객을 강간한 혐의다. 외교 참 잘 되고 있다. 한때 이스라엘 총리는 어딜 가나 크게 대접받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키프로스에서도 찬밥 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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