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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 바르질라이, 하티크바

2023년 8월 19일, 이스라엘 사법개혁안에 반대하는 33번째 카플란 시위는 침해당하고 있는 여성의 권리에 주목했다. 지난 주 15살짜리 소녀들이 바닷가에서 버스를 탔는데 운전수가 뒷자리로 가서 몸을 가리라고 요구했다. 버스에 탄 엄마와 딸들도 뒷자리로 가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래서 표어가 이렇다. 니가 가라, 버스 뒷자리! תשב אתה מאחור 

 

터키에서 그랬던 것처럼 종교가 개입된 권력의 개편 과정에서 가장 먼저 침해당하는 것은 여성의 권리이다. 유구한 역사니 새삼 놀랄 일은 아니다.  

 

 

 

The Handmaid's tale

이스라엘에서 사법개정안에 관한 데모가 이어지면서 한 드라마가 뒤늦게 조명을 받고 있다. 한 시녀 이야기, 1985년 캐나다 작가 Margaret Atwood의 소설을 2016년 Bruce Miller가 만든 미국 드라마다.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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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권리를 주제로 한 시위인 만큼 연사들은 모두 여성이었다. 먼저 2018년 유로비전 우승자인 네타 바르질라이가 이스라엘 국가 하티크바를 불렀다. 이날 낮에 하와라에서 테러로 2명이 희생됐기 때문에 이를 추모하느라 노래 공연은 생략했다. 바르질라이는 자기 부모님도 매주 이 자리에 나와 시위를 하고 있다며, 인간의 존엄성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도록 키워주신 부모님을 실망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이면서 성소수자인 네타 바르질라이만큼 이날 주제에 적합한 인물도 없을 것이다. 
      

네타가 무대 의상을 입고 나오지 않을 줄은 알았지만, 흰 티셔츠에 청색 진을 입은 걸 보고 놀랐다. 이 여전사의 진심이 느껴졌달까. 카홀blue 라반white은 이스라엘의 상징 색깔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존재 자체를 곱게 보지 않는 인구가 이 나라 절반이나 되는 직업 가수가 이런 자리에서 소신을 밝히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עם ישראל אהוב שלי, אנחנו עוברים ימים לא קלים. שני ישראלים נרצחו היום בחווארה ואני רוצה לשלוח אהבה למשפחות ותנחומים. אבא שלי ואמא שלי הולכים לפה כל שבת. ההורים שלי חינכו אותי לאהבת הארץ, כבוד האדם וחופש הביטוי. ואין סיכוי שאני משאירה אותם לבד ומאכזבת אותם. אנחנו שומעים יום-יום על מקרה אלימות והדרה של נשים, על מקרה אלימות כנגד להט"בים. לא ייתכן שניסע אחורה, לא ייתכן שירמסו פה זכויות אדם. אני רוצה להצדיע לכם שאתם נלחמים על הדמוקרטיה היקרה הזו. ג'ימי הנדריקס אמר פעם שכשכוח האהבה יגבר על אהבה לכוח יהיה לנו שקט. תודה רבה

내가 사랑하는 이스라엘 여러분, 우리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오늘 하와라에서 두 명의 이스라엘인이 살해당했는데, 그 가족들에게 사랑과 애도를 표하고 싶습니다. 제 아버지와 어머니는 토요일마다 여기 오십니다. 부모님은 저를 이 나라를 사랑하고 인간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도록 키우셨습니다. 이제 제가 그분들을 저버리고 실망시킬 길이 없습니다. 매일매일 우리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에 대해 듣습니다. 우리는 뒤로 물러설 수 없습니다. 이곳에서 인권이 유린될 수 없습니다. 이 소중한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여러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지미 헨드릭스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랑의 힘이 힘에 대한 사랑을 이길 때 이 세상이 평화를 알게 된다고요(When the power of love overcomes the love of power, the world will know peace). 감사합니다.

언제나처럼 쉬크마 브레슬레르의 연설은 대단했지만 이날은 특히 문장 하나하나가 그저 폭발적이었다.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이분 소신을 지지하지만, 이런 분이 정치를 하지 않는 것도 이 나라에 안 된 일이다. 뭐 물리학 박사도 아무나 하는 건 아니지만. 

 

 

 

쉬크마 브레슬레르

이스라엘 같은 나라에서 살자니 피로감이 극심하다. 이래서 다들 정신없이 외국으로 빠져나갔던 거구나 실감한다. 이제 유월절을 시작으로 이 나라의 태생과 맞닿아 있는 하이 시즌을 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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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통 약자다. 자동차를 마음껏 타고 다니며 기름값을 감당할 사회경제적 지위가 아니다. 게다가 예루살렘은 운전을 뭣같이 하는 분들이 인구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쉠과 알라를 너무 믿어서 그런지 무서운 줄 모르고 질주한다. 빈약한 운전자보험을 비롯한 많은 상황들이 나로 하여금 버스의 장점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일방통행 많은 도시의 도로 이름에 익숙해지는 데 버스만큼 좋은 기회도 없다. 맨날 다니는 길로만 가니까. 

 

예루살렘에는 종교인 동네가 반드시 통과해야 할 중심부에 있다. 그래서 종종 이상한 일을 겪었다. 버스 앞문으로 타게 되어 있는 이스라엘 버스 앞자리에 종교인 남자들이 가득한 것이다. 나는 히브리대 종점에서 타기 때문에 대개 버스 기사 뒷자리에 앉아 있는데, 내려야 할 때는 종교인 남자들을 뚫고 나가야 했다. 이분들은 여성과 실수로라도 신체가 닿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내가 지나가면 홍해만큼이나 기이하게 공간이 비워졌다. 외모부터 현격한 차이가 나는 나라에 살 때 이런 경험을 하면 주눅이 든다. 

 

한번은 앞자리에 앉아 있는데 나이 많은 종교인 남자분이 탔다. 다른 종교인 남자가 나한테 일어나 뒤로 가라는 표현을 했다. 이걸 내가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모르겠는데, 말없이 이래이래 손가락질을 했었다. 불쾌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내가 히브리어를 모른다고 생각했겠지 했다. 원래 이해심을 발휘해야 하는 건 약자들이니까. 아무튼 내가 일어난 자리에 앉은 분은 나이 많으신 분이고 이스라엘 버스는 토라의 계명을 앞자리에 써놓고 있다. 백발(센 머리) 앞에서 일어나라. 토라에서도 가장 거룩한 삶을 강조하는 레위기 19장에 나오는 표현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내 불쾌한 느낌이 맞았다. 남녀가 구분돼야 한다고 여기는 종교인들은 버스를 앞뒤로 나누어 여자들을 뒤로 보낸다. 구분하는 건 자유라 쳐도 왜 여자가 뒤쪽인가. 남자가 여자를 보지 않기 위해서다. 여자를 보는 것만도 남자의 경건함은 방해를 받는다고 여기는 것이다. 종교마다 여자의 머리카락이나 맨살의 노출을 반대하는 희한한 핑계들을 갖다 대지만 결론은 대략 이런 게 아닐까: 여자의 존재는 남자에게 성가시다. 여자의 용도는 따로 있으니 그렇게만 이용하겠다. 그러니 평소 남자의 거룩한 삶에는 걸리적거리지 마라. 

 

이란과 사우디 같은 데서는 나라 전체가 이런 입장이라, 그곳 여성들은 나름의 이유를 찾아 적응한 모양이다. 노출을 안 하면 존중을 받는다는 식이다. 하지만 남성의 권리를 우선시 해 여성에게 차별을 가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용납되지 않는다. 존중 받으려면 노출하지 말라는 주장은 민주주의적 사유가 아니다. 여기에 각주가 필요한 사회라면, 그게 이란과 사우디 계열이라는 뜻이다. 유대교는 자신들은 그들과 다르다고 강조해 왔다. 

 

유대 종교인들은 여성 모델이 여성복을 광고하고 있는 것조차 용납할 수 없다며 저런 짓을 한다. 그렇다면 여성 정치인이 발언하는 건 두고 볼 수 있나? 그래서 하레딤 사회에는 여성 대표가 없다. 에즈라트 나쉼, 여성의 공간을 따로 둔다. 모든 중요한 일은 남성들이 결정해서 통보한다. 그래도 가정을 좌지우지하는 건 유대인 어머니라면서 여성이 충분히 존중받는다고 주장한다. 그러시겠지.   

 

하레딤들이 버스에 부착되는 광고물 속 여성의 사진을 더는 못 참겠다며 버스 타이어를 펑크내고 낙서를 했다. '공공의 공간'이란 자기 맘에 안 들어도 어쩔 수 없는 공익이 우선되는 장소란 뜻이다. 하레딤도 이를 무시하면 감옥에 가야 한다. 두고 보면 알겠지. 이스라엘 정부가 이들을 처벌할 깜냥이 되는지.

 

 

צמיגי 4 אוטובוסים נוקבו בירושלים בגלל פרסומות עם נשים: "די לתמונות שקץ"

חרדים קיצוניים ניקבו את צמיגיהם של ארבעה אוטובוסים של אגד ברחוב יחזקאל - במחאה על פרסומות עם תמונות נשים שנתלו עליהם. התמונות נתלשו. דובר אגד

www.ynet.co.il

 

여자만 보면 난리법석을 부리며 눈을 가려야 한다고 믿는 하레딤은 토라를 어떻게 읽은 것인가. 자기 눈을 가려야 안전하다고 믿는 믿음이 진리 근처에나 갈 수 있나?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원효대사조차 깨달았는데, 유대교에 불교를 수출해 주어야 하나.  

하레디 가수 요나탄 라즐리가 여성들 앞에서 공연할 때 저랬다. 이게 왜 문제인지 주석이 필요한가?  

       

물론 이스라엘 정부의 공식 입장은 이런 현상들을 그대로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네탄야후 정부의 내각을 차지하는 상당수 인사들은 신정정치를 주장하는 카하니스트들이고, 그들은 이런 사안에 당연히 침묵한다. 침묵은 암묵적 동의인데. 그러는 동안 그들의 추종자들이 목소리를 키워가고, 신념을 실천으로 옮기며, 이 사회를 이란과 사우디 계열로 만들 어 간다. 저들이 가두고 있는 여성들도 가관이다. 우리는 괜찮다며 가해자를 두둔하고 나선다. 사악한 결박חַרְצֻבּוֹת רֶשַׁע이고 멍에의 동맹אֲגֻדּוֹת מוֹטָה이다. 이를 풀어주고 끌러주는 게 여호와께 열납될 일이다(사 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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