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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사우디의 미래

미국 대통령이 전쟁 중인 이스라엘 영토에 도착했다.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스라엘이 대단해서? 미국이 이 전쟁을 훨씬 더 넓은 맥락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이해하는 한,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 시기는 사우디와의 정상화 노력을 방해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말한 바 있다.


사우디의 MBS는 1985년생이다. 10월 7일 하마스가 테러 공격을 자행하기 전까지, 그의 아버지 연배인 초강성 인물들이 살벌한 말들로 그를 압박했었다.  

 

10월 3일 이란의 최고 영적 지도자 하메네이(오른쪽 위)는 이렇게 말했다. "이란과 다른 (아랍) 나라들에 대한 증오와 분노로 가득 찬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의 종말은 쇠퇴할 것이다.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원하는 국가들은 패배자에게 베팅하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미국 대통령 이하 외교 라인 인사들의 설레발에도 안 믿기던 일이 하메네이의 발언 때문에 현실감을 얻었다. 하메네이가 나서야 할 만큼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평화 조약이 임박했다고 여겨진 것이다. 이란 대통령 라이시(오른쪽 아래)와 팔레스타인 정부 수반 아부 마젠(왼쪽 아래)은 UN 연설을 통해 사우디를 비난했었다. 헤즈볼라의 나스랄라도 이스라엘과 평화 합의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모두 이-사 평화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배신"이라고 규정했다. 

 

10월 7일 테러가 아무리 끔찍한들, 유대인 천 명 죽인다고 이란과 헤즈볼라에게 무슨 보람이 있겠나. 열받은 이스라엘이 가자를 다 때려부순들 이란과 헤즈볼라가 신경이나 쓰겠나. 혁명의 대의를 이뤘으니 누가 죽든 말든 엄청난 성취감을 느낄 것이다. MBS가 "팔레스타인 대의를 지지"한다면서 이스라엘과의 모든 정상화 회담 중단을 외쳤기 때문이다. 

 

2주가 지난 20일 사우디에서 제대로 된 첫 성명이 나왔다. 사우디 정보국 수장이었던 투르키 알 파이잘 왕자였다. 그런데 성명이 괴이하다. 하마스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사이의 정상화를 막으려는 시도"에 대해 비난하고, 이스라엘은 "카타르에서 가자 지구의 하마스로 자금 이체를 허용한 것"에 대해 비난한단다. 아랍 국가들은 외교활동이 띄엄띄엄해서 의외로 그 빈틈에서 내막이 드러날 때가 많다. 혹시 카타르 자금이 알려진 것 이상으로 큰 변수였던 것일까. 카타르 월드컵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스라엘에 이은 수낵 총리의 다음 행선지가 사우디였다. 국제 외교의 세계는 참 놀랍다. 두 정상은 가자 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확전을 피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나 보다.

 

아무튼 전직 정보국 수장이자 미국 대사를 역임한 알 파이잘 왕자의 속 시원한 말을 좀 더 보자면 이렇다. 

"하마스가 모든 연령층의 민간인을 목표로 공격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 이는 하마스가 이슬람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모순된다. 이슬람은 여성, 어린이, 노인 살해를 금지한다."

"군사적으로 점령된 모든 국가는 그 점령에 군사적으로  저항할 권리가 있다. 나는 팔레스타인의 군사적 옵션을 지지하지만, 다른 옵션인 시민 반란과 불복종도 선호한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정부에 가자 시민을 정화하고 폭격으로 파괴하는 구실을 제공했다. 그 결과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갖고 있는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파괴와 대량 학살을 일으키는 것을 눈앞에 보고 있다."

 

미국도 이스라엘도 사우디가 필요하고, 그 전제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이다. 이제 가자에서 하마스가 제거되고 PA가 통치권을 확보하게 된다면 가자와 웨스트뱅크의 통합이 가능하다. 이스라엘 전 영토를 전부 차지하겠다는 망상을 포기한다면, 팔레스타인 국가가 세워지는 건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파괴만이 능사인 자들에게 국가 건설만큼 어려운 과제도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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