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몇 번이나 깨서 TV를 확인했다. 가자에서 작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스라엘은 전선에서 일어나는 일을 상세히 전하지 않는다. 그래도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건 알 만했다.
10월 7일 이후, 두 번째 샤밧이 돌아왔다. 샤밧 샬롬이란 말이 안 나온다. 오늘은 동네 사람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 일주일 먹을 걸 장만하는 금요일 오전의 장보기는 꽤 귀찮고 힘들어서, 차도 없고 무거운 걸 들지도 못하는 노인들이 하기 벅찬 일이다. 전쟁이 시작되고 동네마다 하말(전쟁 방)이 마련됐는데, 우리는 동네 노인들의 음식과 의약품 장만을 돕고 있다. 힘들긴 하지만 돈 쓰는 재미는 톡톡하다. 대형 수퍼에 가서 기초 식료품을 닥치는 대로 사서 나르고, 큰 주방 하나에서 수프를 끓인다.
이스라엘에서 쌀쌀해지는 가을에 먹어야 하는 필수 샤밧 음식이 수프다. 수프 한 그릇에 빵 하나면 한 끼 식사로 훌륭하다. 오늘은 마락 카톰, 주황색으로 된 수프를 끓인다. 양파, 감자, 당근, 호박을 넣고 끓여서 갈고, 마지막에 크림을 넣는 수프다. 식혀서 일회용 용기에 담고 집집마다 돌린다. 냉동고에 넣어두고 하루 하나씩 먹으면 든든하다.
10:00 오테프와 스데롯, 아슈켈론과 쉐펠라에 공습이 있었다. 공항이 있는 예후다와 예루살렘 산지 쪽으로 공습이 계속되고 있다. 가자에 남아 있는 로켓 발사대가 저쪽 방향인가? 실없는 생각을 해본다.
13:30 이집트 국경에서 인도주의 지원 차량의 통과를 촉구하는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후스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스라엘 방송은 그냥 넘겼다. 203명 인질을 잡아놓고 인도주의 운운이 말 같겠나. 10월 7일 테러 직후, 가자 사람들은 축포를 터트리며 사탕을 나누고 축하했다. 높은 분들이 나와서 물에 씻은 듯한 말 해봤자 소용없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 일부를 내줄 테니 휴전하자고 한다. 이집트는 가자 난민이 그렇게 걱정이면 어서 휴전 중재나 하시라.
라파흐 국경은 도로가 파괴되어 트럭이 다닐 수가 없다. 도로 정비하는 데 하루쯤 걸릴까. 아무리 빨라도 토요일 오후나 돼야 트럭들의 입경이 시작될 것이다. 라파흐에서 또 칸 유니스까지 날라야 하고. 반기문 총장도 가자와 이스라엘을 온 적이 있다. 가자에서 이스라엘은 파괴 행위를 멈추라 감동적인 연설을 하고 텔아비브 들어왔는데 공습 알람에 혼비백산했었다.
그레타 툰베리, 테러나 이슬람 근본주의는 그대의 세상에 없을 테니, 당분간은. 2019년 텔아비브 기후 위기 시위를 트윗했다가 팔레스타인 문제나 고려하라는 비난을 받았던 게 생각난 모양이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팔레스타인 문제가 뭔지도 몰랐던 게 분명하다. 이 포스팅의 후일담이 있는데, 20살 툰베리가 저 보라색 문어 인형을 잘라내고 다시 트윗한 것이다. 자폐인들이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라는 저 인형이 반유대주의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며 모든 차별과 반유대주의에 반대한단다. 니르 오즈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해된 12살 노야가 자폐인이었기 때문이다. 모순적인 자기 행동을 얌체처럼 채색하기 시작하는 활동가는 꾼이 된 거다. 관종 같은 짓 그만두고 차분히 공부할 때가 됐다. 기후 위기란 게 선진국만 돌면서 공공질서 파괴 혐의로 체포됐다가 다음날 훈방 조치되는 걸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걸 알 나이가 됐으니.
16:00 북쪽의 상황이 우려스럽다.
17:00 미국 의회가 이스라엘에 대한 원조 14million 달러를 승인할 계획이다. 가자와 웨스트뱅크 지원금도 여기 포함되는 건가. 아랍 국가들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항의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이스라엘 대통령 사진을 태우고 있다. 실권자가 총리인 것도 모르는 나라에서 무슨 반대 데모까지, 인도네스아와는 처지가 다르니까.
아랍 주민 대표가 나와 왜 자신들을 의심하고 경계하냔다. 그러게요. 하마스가 웨스트뱅크에 들고 일어나라고 계속 선동을 한다. 실제로 하마스 지지 구호가 나오고 있다. 아부마젠은 아라파트가 그랬던 것처럼 라말라에서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손을 빌려 가장 큰 적을 제거하려 한다는 비난을 들을까 무섭겠지.
19:30 하마스가 미국 시민권자 두 여성을 풀어주었고 적십자가 이집트로 인도했다고 한다. 미국 시카고에서 나할 오즈에 사는 친척을 찾았다고 한다.
20:00 오테프와 아슈켈론 아슈돗까지 공습이다. 이 샤밧 저녁이 쉽지 않을 것 같다.
21:50 풀려난 예후딧과 나탈리 모녀는 이스라엘 군대의 호위로 가족에게 가는 길이라고 한다.
21:55 오테프와 아슈켈론에 또 공습이다.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쉽게 할 수 없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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