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0 미국 국회의사당은 뭐 이리 자주 털리냐.
"Jews say stop the war" 이스라엘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전쟁 범죄이므로 속히 휴전하라고, 미국 '유대인' 조직이 국회의사당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라는 이름의 조직이다. 이들의 주장은 이스라엘이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저지른 것과 비슷한 실수를 한다는 것이다. 하마스의 공격은 전쟁 범죄였지만, 그게 아무리 끔찍해도 국가가 스스로 범죄를 저지를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단다. 9.11 범죄가 미국이 이라크에서, 하마스의 테러가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저지른 전쟁 범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단다. 좋은 환경에 사니 생각들도 참 너그럽다. 노암 촘스키도 MIT니까 그런 망상을 사회학 이론이라 부르는 거다. 라쉬다 탈립은 하마스 범죄는 또 침묵한다?
조직의 정체성은 자금줄로 설명된다. 록펠러 재단과 타이즈 재단이 대규모 기부자고, 아이스크림 회사 벤엔제리도 소액 지원한다. 록펠러 재단이야 세상 만사에 관여한다지만(록펠러가 유대인이라는 루머는 대한민국밖에 없을 거다) 타이즈 재단은 어이가 없네. LGBTQ와 관련해 로비 하는 재단인데. 이슬람 근본주의가 이 문제에 어떤 입장인지 모르시나? 아무튼 이들 주장 중에 제일 웃긴 게 하마스 전쟁이 이슬람과 유대인의 인종 싸움이 아니라는 거다. 미국 절대 떠나지 마시라. 고층 빌딩에서도 일하지 말고. 기회만 주어지면 하마스는 당신을 죽일 텐데, 당신이 유대인이라서다.
어젯밤 석방된 요헤벳의 남편 오데드 리프쉬츠는 아직 가자에 잡혀 있다. 키부츠 니르 오즈의 창립 멤버이자 평화운동가로 가자에서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을 이스라엘 병원으로 데려와 수술해 주는 운동을 했다. 키부츠의 이념이 그렇다. 사회주의자들이니까. 하마스의 지도자 신와르가 뇌종양으로 죽게 된 걸 수술해서 고쳐준 게 이스라엘 의사다. 이스라엘의 도덕성을 비판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보복은 하지 않을 테니. 하마스 같은 괴물은 이런 위선 속에서 자란다. 하마스가 인질들에게 쿠키와 차를 대접하는 비디오 영상을 선전한다. 인질을 납치한 건 하마스의 불가피한 전략이었다고 믿는 사람들은, 친절한 하마스에게 과연 마음 푸근하겠다.
07:40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도착했다. 프랑스 국적자 30명이 살해됐고 7명이 실종인데 이제서야. 프랑스 국내 상황이 그렇다. 국회의장이 유대인 야엘 브론 피브인데, 노골적인 반유대주의 협박을 받고 있다. 극좌정당 라 프랑스 잉수미즈(프랑스 불복종ㅋ) 당수 멜렌숀은 하마스를 테러조직이라 부르는 것도 거부하며, 반유대주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극우정당은 이슬람포비아로, 극좌정당은 반유대주의로 거칠 게 없는 나라다. 애당초 이 나라가 왜 톨레랑스로 포장됐는지.
08:00 오테프 공습이다. 어젯밤 이후 11시간 만이다. 지상군 투입 시간을 두고 말이 많은 건, 그 시간이 다가와서겠지.
개라는 동물은 어쩜 이럴까. 10월 7일 음악 축제에서 살해된 드로르 바하트의 반려견 라이더가 무덤을 지키고 있다. 키부츠에서는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 수많은 반려견들이 함께 살해됐고 총에 맞았다. 부상당한 반려 동물들을 구출해 생존자들과 만나게 해주고 재입양하는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예루살렘 베이트 다간에 있는 히브리대학교 동물 병원에서 총상을 입은 반려견들의 수술이 이어지고 있단다.
11:00 정기 검진이 있는 날이다. 의사님이 멋적었는지 스트레스 받지 말란다. 저, 이 나라가 전쟁중인데 스트레스를 어떻게 안 받아요? 코로나 때 병을 키운 사람들이 많다는데, 전쟁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전쟁이 개인의 운명에 미친 영향 중에 두드러지 않으면서 은근한 게 아카데미 트랙이다. 10월에 전쟁이 벌어져 예비군에 가게 되면 일단 그해 공부는 접어야 한다. 천재들도 두 달 간 수업을 놓치면 따라가기 어렵다. 두 달 만에 돌아온다 해도 AI처럼 금방 공부 모드로 바뀌나? 트라우마는? 육체적 정신적 흠집 없이 고이 돌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만약 논문 학기라면? 이스라엘 대학들은 10월 15일에서 11월 5일로 한 차례 개학 날짜를 미뤘는데, 예비군 콜업은 12월 초까지다. 학기를 시작하긴 해야 할 거다. 일단은 11월 19일로 잡혔다.
12:00 텔아비브 이힐로브 병원에서 요헤벳 리프쉿츠의 인터뷰가 있었다. 아니 무슨 생방송 인터뷰를? 질문은 안 받는단다. 요헤봇은 키부츠 니르 오즈 집에서 오토바이에 태워져 납치된 후 무용지물이 된 가자 펜스를 넘었고, 몇 킬로미터를 걸어서 아바산 알 카비라에 도착했는데, 그 뒤 땅굴 같은 미로 속으로 들어가 큰 홀에 인질 25명과 함께 있었다고 한다 (25명 가족들 심정은 뭐가 되나?). 잠시 후 니르 오즈 사람들만 5명이 작은 방으로 끌려가 생활했다고 한다. 이틀에 한번씩 의사가 와서 필요한 약을 주었고, 전염을 두려워하듯 위생에 철저했다고 한다. 각 사람을 전담하는 사람이 하나씩 배치되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제공해 주었다고 한다. 요헤벳은 쿠란을 믿는 이들로부터 우호적인 대접을 받았다고까지 말했다. 이런 말이 전해져야 하니 인질들을 주의깊게 다루기도 했을 것이다. 하마스가 이들을 석방한 것은 '인도주의적 이유' 때문이라고 했는데, 애초 요헤벳은 잠자리에서 산소호습기가 필요하고 심각한 등의 통증이 있다고 알려졌었다. 이힐로브 병원은 석방된 인질들의 건강 상태가 전체적으로 양호하다고 밝혔다.
그래도 의문은 든다. 17일 동안 인질로 잡혀 있었던 사람을 왜 하루 만에 전 세계 카메라 앞에 세우나? 분별력이 없는 건가, 통제가 안 되는 건가? 전쟁 여러 번 해 본 나라가 맞나? IS라고, 나치라고 몰아세운 하마스가 풀어준 인질의 입으로 그들은 사실 친절했다는 말을 흘리게 만들다니. 여전히 자기 남편을 포로로 잡고 있는 아내를 통해서. 군인과 남성들은 납치 과정에서부터 대접이 달랐다. 30여 키부츠와 모샤브에 대한 키부츠 공격 자체가 모두 양상이 달랐다. 하마스의 오랜 계획을 꿈에도 몰랐던 것처럼, 지금 하마스의 전쟁 수행도 이스라엘은 짐작 못하는 게 아닌지.
15:00 잠깐 바빠서 몰랐는데 브엘셰바에 로켓이 많이 쏟아졌다. 어쩌겠나. 텔아비브 방향보다야 한결 맘이 놓인다. 내 맘을 알아서인이 IDF에서 귀신같이 경고한다. 적은 후방이 안일해지기를 기다리는 거라고. 장기전에 대비해 장거리 로켓 사용을 억제하는 것이란다. 시간 끌어 좋을 게 없는데, 참 힘든 상황이다.
15:20 구쉬 단과 쉐펠라에 로켓이 쏟아진다. IDF 짬밥이 맞는 거구나.
15:30 브엘셰바로 공습이다.
15:35 공항을 비롯한 중부 지방, 로쉬 아인 등 구쉬 단 너머로까지 공습이다.
16:00 경솔의 아이콘 종교정당 샤스의 데리는 왜 저러나. 그러려니 한다.
16:30 퇴근길이라 어쩔 수가 없다. 아얄론 고속도로 샬롬 역을 지나고 있는데 공습이 울린다. 잠시 멍해진다. 뭘 해야 하지? 차를 세우고 내려서 한켠에 엎드려 머리를 감싼다. 차에서 떨어지는 편이 좋다. 너무 차량이 많아서 일단 그냥 엎드렸다. 분명 1분 30초 가량 될 텐데 10분은 되는 양 오래 울린다. 사이렌이 끝나면 붐, 폭발음이 들린다. 그때가 진짜 겁나는 순간이다. 이런 고속도로에서는.
20:00 밤을 대비한다. 먹고 씻고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뛸 준비를 마치면 한결 맘 편하다. 뉴스를 켜놓고 일을 한다. 지킵 해변으로 또 테러리스트들이 침투하느라 전투가 일어났다. 심난하다.
20:13 골란 남쪽에 공습이다. 이 지역은 처음이다. 시리아에서 쏜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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