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시스는 지난 17일에 이어 27일 전 세계 기독교인에게 기도와 금식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위해 기도하도록 초청했다. 성지의 기독교인은 대개 말키트라는 그리스 카톨릭 신도이다. 아무튼 많은 아랍 그리스도인 친구들과 기도 제목을 나누며 주 안에서 우리가 한 자녀임을 확인한다. 왓츠앱 수많은 그룹방들에 기도의 사인들이 켜졌다. 유대인 친구들도 기도하는 줄 안다. 그들은 그들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듣는 분이 같으시니 모두의 기도가 옳을 것이다.
05:00 오늘은 샤밧 준비를 해야 하니, 쇼핑 목록을 작성해야 한다. 양파 당근 감자 쓰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라니. 커피를 못 마셔서인지 뇌도 몸도 느리다.
09:00 장보러 나가는데 전투기 소리가 커서 멈칫한다. 괜찮나? 전시중에 거리를 단축하기 위해 저공비행이 허용돼서 소리가 크게 들리는 거란다. 원래도 전투기들 훈련하는 날이다. 그뿐이겠지?
10:30 전선에 나가 있는 사람의 전화다. 와이프가 전화를 안 받는다고 안부를 전해줄 수 있느냔다. 쌍욕이 나올 뻔했다. 몇 분이나 있냐고 물으니 3분 정도란다. 그대로 뛰쳐 나가 옆집 뒷집을 뒤졌다. 신발도 못 신었다. 짐작대로 구석에서 자고 있는 사람을 깨워서 전화기를 건네주었다. 1반 30초는 통화했다. 왜 전화기를 안 갖고 있었냐고 했더니 충전하느라 거실에 두었단다. 온 집을 뒤져서 케이블을 모아 방마다 꽂아두었다. 아무도 왜 그러냐고 안 묻는다. 설명할 기운도 없고.
10:45 IDF 대변인이 인질 숫자를 229로 수정했다.
12:40 10시간 만에 오테프에 공습이 재개됐다.
13:45 아슈돗에 공습이다.
14:03 오테프와 구쉬 단에 공습이다. 로켓이 한꺼번에 무지하게 쏟아졌다. 텔아비브 4층짜리 건물이 피해를 입어 위 두 층에 불이 붙었고, 세 명이 부상당했다. 피해 입은 건물이 화면에 나오는데 익숙하다?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보니 옆 건물이란다. 쉘터도 없는 옛날 건물이다. 저런 곳은 집안에 있는 게 가장 위험해서 계단 밑으로라도 대피해야 한다.
14:35 쉐펠라와 중부와 구쉬 단에 다시 공습이다. 샤밧 수프를 돌리러 갔다가 길에서 알람을 듣고 우왕좌왕했다.
BBC 전쟁 보도로 유명한 휴고 바체가가 하마스의 대변인, 외무부 차관격인 아지 하메드를 만났다. 하메드는 10월 7일 공격이 "군사 작전"이었다고 말했다. 군사적 목적을 위한 작전, 군사 기지를 공격한 작전이었다고 강조한다. 현재 이스라엘은 납치된 군인들은 물론 초토화된 군 기지에 대한 보도를 거의 내보내지 않고 있다. 가자 방어 부대אוגדת עזה 장교가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살된 사진이 아랍권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무작위로 퍼지면서 엄청난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IDF는 사기 때문에라도 하메드가 말하는 "군사 작전"을 언급도 안 하고 있다. 아무튼 휴고 바체가가 수백 명, 거의 천 명 가량의 민간인이 살해됐다고 말하자, 하메드는 "처음부터 우리는 이 작전이 민간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고 민간인을 살해하라는 명령은 없었다는 점을 거듭 확인하고 확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 누가 이스라엘 민간인을 죽였나. 하마스의 거짓말이 안 통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이 카메라를 장착한 채 민간인을 살육했기 때문이다. 아마 보상금이나 전승을 과시할 목적으로 촬영을 했고, 그 내용이 공개되면 정상적인 사람은 충격을 받을 거라는 사실도 자각 못한 것 같다. 한 테러리스트는 가자에 있는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 손으로 유대인 10명을 죽였다고, 그 사진을 자기 왓츠앱에 올렸으니 어서 열어보라고 말했다. 그의 부모는 알라를 찬양하며 아들의 무사귀환을 기도했다. 결국 하메드는 어떻게 민간인 살해를 정당화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인터뷰를 포기했다. BBC는 하마스를 "armed forces"라고 표기해 이스라엘 대통령 등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는데, 앞으로 하마스를 a terrorist organization outlawed by the British government and others로 표기하겠다고 한다.
영국의 찰스 왕이 가자에 대한 공격을 멈추라고 말하면서, 이스라엘의 납치된 인질들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다. 왜 휴전을 못 하냐고? 거기 그 지하 도시에 229명이 잡혀 있다니까? 그중에 어린아이만 30명이다. 하마스는 빈말로라도 인질들 풀어줄 수도 있다고 안 한다. 여러 차례 이 인질들이 이스라엘 감옥에 있는 팔레스타인 죄수들과 교환될 거라고 밝히고 있다. 이스라엘은 법치국가이고, 법에 의해 테러와 방화와 살인을 저지른 죄수들을 감옥에 집어넣었다. 점령국을 향한 지하드면 그 죄가 가벼운가?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남아공처럼 아파르트헤이트를 자행한다고 비난한다. 그럼 남아공이 어떻게 그걸 이겨냈는지도 알 것이다. 만델라가 존경받는 줄 알면서 만델라 같은 인물이 없는 이유? 가자의 2백만 명이 고통받는 지금 이 시간 하마스 지도부가 어디 있는지가 말해 줄 것이다. 만델라가 포시즌 호텔에 묵으면서 남아공 흑인들에게 투쟁을 멈추지 말라고 했나?
그레타 툰베리가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나섰다. 스웨덴 의회 앞이다. 이스라엘의 민간인 희생자와 납치자들에 대한 언급은 여전히 없다. 유럽 좌파의 얍삽함이란 전 세계 공유의 의제를 훔쳐서 좌파 정치꾼으로 데뷔하는 걸 거다. 기후 변화라는 의제로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인가. 결국 테마 변경이 활동가라는 직업의 세계에서 통하는 거겠지. 그레타의 행보야말로, 지금 이 세상이 완전히 절반으로 쪼개져 서로의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이 암울한 상태를 반영하는 것 같다.
16:20 아슈켈론과 아슈돗에 공습이다. 아슈켈론에도 가정집에 직격탄이 떨어졌다. 사상자는 없었다.
18:00 오테프에 다시 공습이다.
납치된 인질들의 가족들이 어제부터 시위에 나섰다. 이스라엘 정부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국제 사회와 인권단체들마저 이들을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차피 하마스의 목표가 인질 협상인 만큼 인질들은 별수 없다는 것인가. 이들의 절규를 들어도 하마스나, 이스라엘 정부나, 국제 인권단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무사안일을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 세상은 정말 뭣같다. 유대인은 샤밧 저녁 식사에 누구나 큰 의미를 부여한다. 전 세계에서 인질들의 귀환을 요구하는 시위장들이 식탁으로 꾸며진 이유다. 지금 돌아와 그 식탁에 앉아야 할 사람들을 어서 데려오라는 것이다. 딸이 인질로 붙들려 있다는 어머니가 나와서 외친다. 샤밧이라고 모여 앉아 당신 자녀의 눈을 쳐다보고 있다면, 이제 우리의 피눈물을 보라고. 이것이 이 국가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이유라고.
18:45 이란이 포로와 납치자들을 테헤란으로 보내란다. 가자 민간인에게 인도적 지원하라고 목놓아 부르짖던 국제 인권 단체들은 짠 것처럼 입을 닫고 있다. 그렇다니까.
18:50 IAF의 광범위한 공격이 화면을 채우고 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화분 정리를 시작했다.
19:30 아슈켈론에서 쉐펠라와 구쉬 단까지 어마어마한 마타흐מטח다. 하루 세 번이나 이런 공격을 할 수 있는데 하마스 기지들이 얼마나 멀쩡한 건지. 얼떨결에 호미를 들고 뛰었는데 저녁 식사중이던 사람들도 뭐 하나씩 들고 왔다.
19:50 왜 금식을 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어서 정원에서 한참 이야기하고 있는데, 다시 공습 알람이 울린다. 중부 지방과 쉐펠라에 공습이다. 다시 마마드로 들어갔다. 이렇게 밤새 뛰어야 할 것 같은데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긴 하다.
20:18 IDF 대변인이 방금 있었던 공격에 대해 설명한다.
가자 시티에 있는 알 쉬프아 병원이다. 병원 컴플렉스 안에 있는 각각의 건물 지하가 전부 하마스의 작전 본부다. 병원들에 연료 공급을 못 하게 하는 게 반인륜적 범죄라고 난리치는 인권단체들도 병원 지하에 본부를 차린 하마스가 그 연료를 쓰고 있다는 걸 안다. 2008년 12월 전쟁 때도 2014년 7월 전쟁 때도 저 지하에 하마스 테러 지도부가 숨어 있었으니까. 엠네스티도 안다.
20:55 오테프에서 공습이 계속된다. 지상군 작전이 확대 진행중이다. 아슈켈론까지 쉴새없이 공습 경보가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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