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의 표결은 꼭 금요일에 한다. 다음날이 토요일이니까.
하마스에 대한 언급도 없고, 민간인 인질에 대한 표현도 없는 요르단의 휴전안이 통과됐다. 즉각적인 휴전과 인도주의적 지원이 주요 내용이다. 캐나다가 하마스 선제 공격을 기재한 수정안을 제안했지만 표수가 부족했다. 구속력 없는 정치적 행동이지만, IDF가 제한적이지만 지상전을 서둘러야 했던 이유이기는 하다. 저기에서 대한민국의 위치는 기권이다. Democratic으로 시작하는 또 하나의 Korea 입장도 잘 알겠다.
밤사이 IDF의 확대된 지상전이 진행됐다. 아무도 잠을 못 잤다.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Beit Hanoun과 Bureij 근처에 이스라엘 탱크가 진입했다는 걸 마지막으로 아무런 보도도 없다. 가자 지역에는 전화나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됐다고 한다.
05:00 전투기가 날고 있다. 어제 엄마랑 우리집에 와서 잔 꼬마가 깨서 돌아다닌다. 우유를 데워주었다. 사연이 많은 아이다. 하루에 한번씩 머리에 손을 얹고 크게 될 거야, 축복하고 있다. 전쟁의 현실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서로 돕고 의지하는 공생적 연대를 보며 사람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정말 복잡한 존재지만 참 매력적이기도.
이스라엘 경제가 우려를 사고 있다. 미국이 재정 지원 한다고 했어 같은 한가한 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 예비군들이 돌아오는 12월, 어쩌면 대량 실직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스모트리치 재정부 장관의 부양책이 엉터리라는 불만이 터지고 있다. 그보다 한직인 경제부 장관 바르 니르캇트 주변으로 경제인들이 몰리고 있다. 좋은 그림은 아니다.
06:10 간밤에도 이라크에 있는 미군 시설에 대한 공격이 있었다. 최소 19번째 공격이란다. 미군 21명이 경상을 입고 귀국했다나 보다. 바이든 대통령이 배후의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원하는 시리아 기지 두 곳을 공격하도록 허락했다. 이스라엘-하마스 갈등과는 별개 중의 별개란다. 이란이 잘 알아들었겠나. 예멘의 후티 반군은 홍해를 가로질러 타바 쪽으로 5개의 미사일을 쏘았다. 웨스트뱅크에서도 폭력적인 충돌이 있었고 라말라에서 PA 수비대와의 충돌도 보고됐다. 요르단에서는 5천 명이 모여 이스라엘과 평화협상 무효를 외쳤다. 물정 없는 사람들. 제일 놀란 사람이 요르단 왕일 듯.
하마스의 수장 야히야 신와르가 2011년 길라드 샬릿 교환 때 풀려나온 데 의문이 컸었다. 2017년 하마스 수장이 될 사람을 이스라엘 정보국이 못 알아보고 풀어준 건가? 당시 파타흐의 마르완 바르구티를 꺼내 하마스 세력이 커지는 걸 막아야 한다는 사설을 아직도 기억한다. 두 사람 모두 이스라엘 감옥에 갇혔지만 바르구티는 유대인을 죽였고, 신와르는 아랍인을 죽였다.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이스라엘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동족을 4명이나 죽인 멘탈이 더 악질적이지 않나. 뇌종양에 걸린 걸 이스라엘이 살려줬어도 나이가 50이 됐어도 그런 기질은 변하지 않는다. 바르구티가 나오면 파타흐 전체를 다시 테러로 돌이킬 위험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하마스를 통제할 수 있다고도 믿었을 테고. 이래저래 이스라엘 정보국은 향후 10년은 자기 성찰을 해야 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카나비스 의약품 사용이 허락된다. 이론적으로 대마나 마리화나와 동급이지만 의약품이란 게 그리 단순한 건 아니다. 아무튼 하루에 수십 번씩 마마드로 달려가며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진통제 처방이 늘고 있단다.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의 많은 것을 바꿔놓을 텐데, 특히 이 집단적 트라우마를 벗어나자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란 외무차관 알리 바그리 카니, 러시아 중동 특사 미하일 보그다노프, 하마스 국제관계 책임자 무사 아부 마르주크. 중국이 여기 끼어들려는 것 같은데, 쉽지 않을 거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중국에 기대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일본은 가자에 지원금 내고 빠진 게 신의 한수 같기도. 러시아가 이 와중에 굳이 이란과 하마스 대표를 불러들여 회담을 가진 이유는 인질 석방을 돕기 위해서란다. 이스라엘이 분통을 터트렸으나, 누가 푸틴을 이기랴. 그나저나 하마스 대표가 인질들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석방할 의사는 있지만 여러 단체와 세력들이 제각각 인질들을 잡고 있어서 찾으려면 휴전을 해야 한단다. 완전히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이스라엘 같은 나라도 아직 인질과 실종자 파악이 안 되는데, 줄곧 공습을 받고 있는 가자에서 뭐가 제대로 돌아가겠나.
08:30 간밤 하마스의 지하 시설 150개를 폭파했단다. 이스라엘 지상군은 아직 가자에서 나오지 않았다.
08:40 레바논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다. 하마스가 공식적으로 헤즈볼라의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처음 약속과 다른 게 분명하다.
샤밧이 끝나는 토요일 밤, 케이사랴 부촌에 있는 네탄야후 사저 앞에서 데모가 열릴 예정인데 경찰이 불허 방침을 밝혔다. 전시 중에 어떤 정치적 집회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침묵 시위는 가능할 수도 있단다. 경찰이 지금 데모대나 막고 있을 상황이 아니긴 한데, 그 정도로 시민들의 분노가 크다. 네탄야후 총리는 3주가 지나도록 '책임'이란 말을 안 하고 간을 보더니, 그의 친위대가 나서서 비난하려면 총리가 아니라 IDF 책임자들에게 하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가자를 감시하는 IDF 기지의 감시병들이 수개월 동안이나 하마스 활동을 경고했지만 정보부가 이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해이하게 만들었을까.
10:20 오테프에 공습이다. 8시간 만이다.
10:40 IDF 대변인 성명이다. 가자 내부에서는 전화와 인터넷이 중단되면서 아무 보도가 없는데, BBC는 칸 유니스에 있는 현지 기자가 전례없는 폭격으로 카오스 상태라고 전했다고 쓰고 있다. 카타르와 이집트 등에서 인질을 연료와 교환하는 협상이 거의 막바지 단계라는 보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시간을 끌기 위한 시도로 보고 있다.
13:00 오테프에 공습이다.
14:00 아슈켈론 위쪽으로 공습이다. 텔아비브는 어제 떨어진 자리다.
14:30 상부 갈릴리에 공습이다. 헤즈볼라의 움직임에 의견이 분분하다. X의 머스크가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된 가자 지역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된 구조 단체들'에 스타링크가 서비스를 제공하겠단다.
14:50 서부 갈릴리에 공습이다. 하마스가 좋은 친구 러시아를 위해 인질 중에 러시아 국적을 가진 8명을 찾아 석방하겠다고 약속했다. 좋은 우정이다.
15:05 오테프와 브엘셰바에 공습이다.
15:12 오테프와 아슈켈론에 공습이다.
16:40 런던에서 수천 명이 모여 팔레스타인을 위해 시위를 한다. 이들의 걱정이 뭐든 가자에 인도주의적 위기는 그리 심각하지 않다. 하마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전쟁을 준비해 왔고 서너 달은 끄떡도 없을 거란다. 하마스가 가로채지 않는다면 가자에 보급되는 식량과 물과 의약품은 시민들에게 충빈히 전달될 것이다. IDF는 북부에 머물고 있는 가자 시민들이 남부로 내려가도록 유도하기 위해 더 많은 식량과 물과 의약품을 들여보내기로 합의했다. 연료는 제외된다.
17:15 오테프와 네게브에 공습이다.
18:03 슈툴라에 공습이다.
18:12 쉐펠라를 시작으로 구쉬 단과 샤론까지 공습이다. 키리얏 오노와 홀론과 라마트간에 직격탄이다. 불길이 치솟는 도시의 모습이 끔찍하다. 이런 데서 어떻게 사냐는데, 동감이다. IDF는 북부 가자가 전투지역이 됐음을 선포하고, 가자 시민들에게 가자 시티에 머무르는 것이 위험하다는 리플릿을 뿌렸다. 야간 공격을 준비하는 모양이다. 하마스 사령관 무함마드 데프를 제거하는 게 현 작전 목표이다.
18:30 라마트칼이 가자로의 지상군 투입은 불가피하단다. 네탄야후, 갈란트, 간츠가 납치자 실종자 가족 대표와 만나기로 했다. 가족들은 가자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 속에 인질들이 무슨 수로 안전하냐고 항변하고 있다. 이 전쟁이 어떤 식으로 끝나든 이 나라 앞에는 엄청난 양극화와 극단적인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진심 우리나라보다 더 갑갑해 보이는 나라는 이스라엘이 처음이다. 우리는 적어도 전쟁은 안 하니까.
18:50 저공비행하는 전투기 소리가 들린다. 호미를 들고 나가 한참 흙을 부수었다.
19:10 쉐펠라와 중부 지방에 공습이다. 정원에서는 아자카, 공습 알람이 들을 만하다. 열린 공간이라 그런가.
20:00 정신없는 공습 중에 하마스가 모든 인질을 자신들의 죄수들과 교환하기를 제안했단다. 총리를 만나고 나온 가족 대표들이 언론 앞에 섰다. 모든 인질들이 한 사람처럼 모두 무사히 지금 석방될 것을 요구했다. 다시 말해 팔레스타인 포로들을 다 풀어주라는 것이다. 지 상전의 모을 한 걸 테고. 총리와 국방부장관이 언론 앞에 섰다.
터키의 에르도완이 수십만 명을 모아놓고 이스라엘을 저주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뭔가 기시감이 느껴진다. 2010년 가자를 핑계로 이스라엘과 틀어진 게 장기집권의 발판이었다. 경제야 말아먹었지만 지지율은 여전히 철통이다. 2003년부터 한 사람만 다스리고 있는 저 나라도 참. 이번에는 서방 세계가 공범이라며 저쪽 진영으로 포지셔닝을 했다. 원하는 걸 하나도 못 가져서 악에 받친 모양이다. 터키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미래가 러시아 이란 시리아와 같아질 위기를 부디 잘 헤쳐 나가길. 자신들을 둘러싼 이슬람 국가들이 한결같이 이용해 먹을 생각만 하는 것도 팔레스타인의 불행 중 상당 부분일 거다. 이스라엘은 자국에 있는 터키 외교단을 쫓아냈다.
21:00 네탄야후와 갈란트와 간츠가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쉐펠라과 아슈켈론과 오테프에 공습이다. 좀 지친다. 오늘밤 계속 이럴 수도 있을 것 같다.
22:00 아슈켈론, 아슈돗 공습이다. 오늘밤이 결정적이라는 걸 양쪽 모두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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