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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달리아트 알카르멜

가슴 아픈 날이다. 우리나라 세월호 참사 때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어떻게 우는지 알게 됐다.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억눌린 슬픔의 무게에 가슴이 쥐어뜯기는 느낌. 이스라엘 사람들은 특히 종교인들은 자기 감정을 숨기는 데 익숙하다. 서구 세계관의 영향 같은데, 남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장례식에서도 선글라스를 끼고 눈물을 감추곤 한다. 게다가 생사를 주관하는 게 창조주라는 신앙을 갖고 있으니, 누군가의 장례식에서 그 죽음에 울고불고 할 수 없는 법이다. 욥의 고백처럼 주신 이도 취하신 이도 그분이기 때문이다 יְהוָה נָתַן, וַיהוָה לָקָח . 그런데 이건 그냥 편견이다. 쉬브아(장례 이후 7일 간의 추모 기간) 중에 샤밧이라 필요한 게 없나 챙기러 갔다가 몸도 가누지 못할 만큼 힘들어하는 친구를 보았다. 쉬브아라도 샤밧에는 애도를 금하기 때문에 조문객도 받을 수 없는데, 아마 그래서, 보는 눈이 없어서 더 편하게 슬퍼했나 보다. 욥의 친구들은 욥의 고통이 너무 크기에 쉬브아 기간 내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오전에 진을 빼고 '민원인' 많은 집으로 오기 싫어 고속도로를 달렸다. 너무 많이 달렸나.

얼추 무흐라카, 카르멜 근처까지 왔다. 그럼 이 근방에서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달리아트 알카르멜은 너무 붐빈다. 차 세울 데도 없다. 매번 같은 이유로 오게 되는 우스피야의 하오르힘, 손님들에 도착했다. 길 호바브라는 유명한 맛집 평론가가 추천했다고 써 있다. 엘리에제르 벤 예후다의 증손자다.   

 
사실 이 집이 유명한 건 아들들이 공수부대나 골라니에서 장교로 복무한 드루즈 가문이기 때문이다. 올해 96세의 할아버지가 유명하신 분이다. 현 관광부장관 하임 카츠와 찍은 기념 사진을 걸어놓고 있다. 관광부와 관련된 사람들은 이 사진 보고 다들 혀를 찰 듯. 장관 되시기 전부터 어마어마한 부패 혐의가 쿨럭~~
 

 
드루즈 식당에 오는 이유는 이들 때문이다. 피타를 후무스와 타불레와 함께 먹는다. 케밥이나 슈니첼이 주요리라 라바네는 원래 안 된다. 코셔 증서도 있는 집인데 단골이라 몰래 주셨다. 타불레가 레바논 시리아가 원조라 그런지 쉐펠라나 예루살렘 아랍 식당에서는 이 맛이 안 난다. 타불레 이름 자체가 양념이라는 뜻이다. 파슬리의 쌉쌀함을 레몬 향의 시큼함과 파의달짝지근함으로 버티는 그런 맛이다. 비율을 알고 싶어서 주방까지 가서 봤는데 정말 별거 없단다. 근데 왜 이 맛이 안 날까.
 

 
양고기 케밥이다. 한국 사람들은 불맛 나는 고기류는 다 똑같다고 여기는데, 아니다. 이 집 케밥은 수준이 다르다. 

 
역시나 코셔를 정통으로 어기는 디저트다. 몰래 먹었다. 이름이 렐롯 베이루트, 베이루트의 밤들이다. 솔레타 밀가루로 푸딩을 만들고 그 위에 생크림을 짜고 피스타치오와 넛츠 가루를 뿌린 다음 설탕 물을 조금 붓는 레바논의 유명한 디저트다. 크나페처럼 달지 않으면서도, 커피의 쓴 맛을 채워줄 만큼 달콤하다. 주방의 여성 노동력 가운데에서도 생고생하는 이의 역할이다. 가격은 당연히 세다. 아무리 비싸게 받아도 이런 생고생을 할 이가 많지 않아 이 디저트가 있는 드루즈 식당은 꽤 괜찮은 집이라 할 수 있다. 노동력이 충분한 대가족이니까. 하루 한 판 정도만 만들어 단골들한테만 내준다. 드루즈 레스토랑 주인하고는 무조건 친해져야 한다.   
 

우스피야는 카르멜 산에서 가장 높은 고지대의 도시다.  주후 2-3세기 로마 시대 유대인 거주지였다. 십자군 시대 이후 카톨릭 교회가 세워졌고, 레바논에서 내려온 마론파 교회가 있다. 알라 전능하신 신을 믿는 드루즈 종교는 이스라엘의 통치를 진작부터 환영했고, 수많은 군인을 배출했고 당연히 전사자도 많다. 소위 피의 혈맹이다. 드루즈 도시마다 전사자 기념물이 세워져 있지만 우스피야의 군인 무덤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드루즈의 신앙체계는 신비의 영역으로 믿지 않는 자에게는 비밀이다. 다섯 가지 색깔은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경계를 나타내는데, 녹색부터 빨강, 노랑, 파랑, 하양 순서다. mind, soul, logos, the first cause, Immanence를 나타낸다고들 한다. 
 

 
하이파에서 4번 고속도로로 내려오면 타니님 강이 있고, 그 옆에 아마도 이스라엘에서 가장 가난한 아랍 타운, 지스르 알 자르카가 있다. 관광과 공예 분야 활동가들이 들어가 산업기반을 일으키기 위해 십 년 넘게 용쓰고 있는 곳이다. 그나마 입구가 깨끗해졌네, 보고 나오는데 저게 개들인가? 왤케 크지? 가까이 가 보니 소다. 이스라엘 소들은 관리 차원에서 귀에 구멍 뚫고 번호를 쓰게 되어 있는데 없다. 요즘 베두윈들은 양 대신 소를 키운다더니 유목 소들이다. 소들은 양과 달리 먹는 양이 엄청나서 거의 일대를 초토화시킬 거다. 어디로 다니며 키우는 건지. 소 치는 보케르בוקר가 멀리서 일어나 경계한다.
 
돌아오는 길에 확인해 보니 스니르 강과 단 지역에 드론 공습이 있었다. 이번주 내내 전쟁 수준으로 로켓이 쏟아지는데 IDF의 반응은 크지 않았다. IDF가 다마스커스와 알렙포 공항 등을 폭격한 것 같기는 하다. 조만간 베이루트에서 관련자들이 모일 예정이란다. 레바논이 정신을 차려야 할 텐데. 가자에서는 또 전사자가 나와 지상전 이후 전사자 숫자는 170명이 됐다. 
 
네탄야후 총리가 인질 협상에 진전이 있는 것 같은 언질을 주었고, 이집트가 하마스, PA, 이슬람 지하드 등을 불러모아 향후 팔레스타인 나라 건국을 위한 제안을 했다는데, 도통 소식이 없다. 하마스는 이집트 제안의 핵심인 정권 이양에 동의할 수 없다며 더 싸우겠다고 고집 부리는 모양이다. 가자에서 하마스에 등 돌린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얼마 안 되니 아직도 저러는 거겠지만. 하마스가 인질 협상의 마지막 고단수로 바르구티의 석방을 요청하나 보다. PA의 다음 번 리더가 될 가능성이 큰 인물이다. 일단 요르단이 선호한다. 종신형에서 살아나온 바르구티가 하마스에 신세진 걸 잊지 않을 거라 믿는 건가. 음, 그쪽 분들은 신의라고는 손톱.., 아니다. 합의나 하시라. 
 
10월 31일 예정됐다가 한 차례 연기돼 1월 30일로 잡혀 있는 지방 의회 선거가 다시 미뤄질 수도 있다. 예비군 가운데 지방 선거에 출마한 이들이 4천 명이나 되는데, 1월 30일이 돼도 핵심적 역할 때문에 소집 해제가 될 수 없는 예비군이 688명이란다. 지방 선거지만 선거운동을 해야 당선되지 않겠나. 상황을 참작해 알아서 뽑아줄 수는 없으니 다시 미루잔다. 나이대를 고려할 때 정치 신인이거나 젊은 피일 텐데, 5년 임기의 지방 선거에서 이들의 부재는 심각한 문제다. 
 
닭 한 마리를 사 두었다. 다음주에 아플 게 확실하기 때문에 미리 치킨수프를 만들어 놓을 생각이다. 개학 첫 주에 안 아프고 넘어가면 그게 기적이다. 닭고기수프는 유대인의 영혼의 양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무슨 책도 있지 않나. 아무튼 유대인의 페닌실린으로 불리는 이 어마어마한 요리는 만들기도 꽤 간단하기 때문에 유대인이 사는 거의 모든 지역에 영향을 미쳤다. 닭고기수프에 덤플링을 넣은 게 유월절에 먹는 크네이들라흐다. 예멘에서는 Hawaij라는 토탈 양념을 넣어 맵게 하고, 이탈리아에서는 파스타나 밥과 함께 먹고, 그리스에서는 가지와 함께 내고, 프랑스는 스톡으로 만들어 각종 요리에 두루 넣는다. 중국 닭고기수프는 누들을 넣는데 생강을 곁들인다. 겨울철 질병에 닭고기수프가 좋은 이유는 염증을 야기하는 혈액  세포를 억제하기 때문이란다. 이걸 알려준 사람이 12세기 랍비이자 의사였던 람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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