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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자파

다음주 이스라엘에 도착하는 블링켄 미 국무장관 앞에는 극한의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스라엘 장관들이다. 다행히 블링켄은 그들과 만날 필요는 없다. 물론 소식을 전해 듣기만 해도 혈압이 오르겠지만. 전쟁은 정치와 매우 긴밀히 관련돼 있다. 이스라엘의 극우파 정부는 전쟁의 결과 역시 오른쪽으로 끌어가려 할 것이다. 90일 간의 가자 지구 전투 끝에, 북쪽 국경 문제를 얼렁둥땅 봉합한 채, 정부는 무한히 소비적일 뿐인 정치투쟁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 시점에 자신은 정치에 관심없다는 사람들이 제일 웃긴다. 정치가 그대의 미래를 조형할 텐데. 특히 북쪽 국경 지역에 살다가 현재 피난 생활 중인 사람들은 기가 찰 노릇이다. 
 

 
오랜만에 자파, 성경의 욥바에 갔다. 쓰나미 소식에 지중해가 그리웠나. 우리말로 왜가리 HERON이 쌍쌍이 날아다닌다. 우리네 항구와 다르지만 그래도 뭔가 물고기 잡는 곳처럼 보이는 자파 항구에서 왜가리 보고 왔다. 모처럼 햇볕을 쏘니 좋다. 
 

달큰한 고추를 넣은 할루미 샤크슈카. 토마토 베이스인데 왜 먹고 나면 더부룩할까. 소화가 안 될 때는 요가를 하면 좋다. 
 

금요일 점심이면 야외는 물론 실내까지 꽉 차던 레스토랑인데.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처럼 버려진 하자켄 베하얌. 
 

 
자파 바다 유람선 '싸바바', 하루에 단 한 차례도 못 나간단다. 동상을 나폴레옹 말고 넬슨 제독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양식이 아닌 자연산 물고기를 살 수 있는 나라, 다시 말하면 굳이 활어를 사려는 사람이 많지 않은 나라, 그래서 회 요리가 없는 나라. 이게 무슨 모순인지. 생선은 코셔 여부를 판별하기가 쉽지 않아서 유대인은 생선 자체를 즐기지 않는다. 잉어와 연어와 청어 정도를 주로 먹는다. 푹 익히거나 소금에 절여서.
 
전투기가 겁나 날고 있다. 샤밧인데도. 이 소리가 안 들릴수록 우파 도시라는 게 아이러니다. 헤즈볼라 나스랄라가 국경 전쟁을 끝내려면 영토를 넘기는 회담을 시작하잔다. 레바논-이스라엘 국경은 1923년 확정된 이후 아주 미세한 차이만 있었는데, 이스라엘은 국경을 따라 자기 정착촌을 건설하기 위해 48년 전쟁 때 시아파 무슬림들을 추방했다. 그게 저분들한테 천추의 한이라나 보다.
 

 
극한의 도전이다. IDF 참모총장이 이스라엘 내각 회의에 불려가 10월 7일 테러에 대한 진상 조사 계획을 발표하자, 저분들이 장기를 발휘하셨다. 네탄야후 총리는 이분들 장기에 기대, 절대로 책임을 지지 않을 생각인 것이다. 미국이 제발 논의 좀 해 달라는 전쟁 후 대책은 또 흐지부지됐다. 다음주에 블링켄이 와도, 이스라엘 내각에 어떤 폭풍이 불어닥쳤는지 듣고 돌아가야 할 것이다. 리쿠드 우파와 극우 종교 정당이 전쟁 후 대책이 있을까. 2005년 이스라엘의 가자 철군이 잘못된 판단이었고, 다시 가자에 유대인 정착촌을 세워야 한다는 게 저분들 요지다. 그러자면 10월 7일에 대한 진상조사부터 방향성이 달라져야 할 테지. 네탄야후 총리가 총리로서는 물론, 개인으로서도 10월 7일 사태를 책임지지 않으려는 것은 다들 예상한 일이다. 이 책임은 73년부터 골다 메이르가 욕 먹은 50년보다 장구할 테니까. 할레비 참모총장은 왜 진상조사를 벌써 시작하려고 한 것일까. 아마도 정보부를 비롯한 참모부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가자 지구를 마무리하고 레바논 전쟁 국면이 시작된다면, 과거의 실수를 정리할 필요가 있는 걸까. 이분도 참 속을 모르겠다. 
 
베니 간츠는 네탄야후에게 이렇게 정치질을 할 거면, 이스라엘의 하나 됨은 실패할 거라고 경고했다. 90일 전 우려대로, 베니 간츠는 들러리 서며 저분 좋은 일만 하고 있다. 전쟁 중인데도 이렇게 추접스런 정치질이 벌어지는 건 이스라엘 역사상 없었던 일이다. 샤밧에 밥맛 잃은 지 오래 됐지만, 이번주가 역대 최고다. 영 가망 없게 느껴진다. 지구상 어딘가에서는 국민이 자국의 정치가를 믿고 신뢰하는 참신한 형편도 있긴 할까. 
 
넷플릭스에서 카타르 월드컵 다큐를 공개했다. 월드컵에는 특별한 뭐가 있다고? 있긴 개뿔, 그게 필요한 인간들이 만드는 거겠지. 대한민국 분량 실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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