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3 하마스 전쟁 89

우리나라 포털이 살레흐 아루리 암살 사건을 보도하며 이스라엘이 옆나라 수도를 폭격했다고 쓰고 있다. 선 넘었다는 진부한 표현과 함께. 우리나라 언론에 관심이 없어서 다행이다. 본문에 이스라엘이 부인도 시인도 안했다고 했으면서 저 제목이 무슨 문제를 일으킬지도 생각이 없겠지. 아루리가 인질 협상 담당이었다면서 이스라엘이 제 손으로 기회를 날렸단다. 이 암살의 의미가 뭔지 모르는 기사다. 헤즈볼라의 나스랄라가 이 문제로 오늘 밤 연설을 했다. 무제한 전쟁에 각오가 돼 있단다. IDF 참모총장은 북쪽 국경을 순찰했다. 레바논 산지에서 또 얼마나 큰 희생이 있을지. 이스라엘 미디어는 가자에서 북쪽 국경으로 생방송 장소를 옮겼다. 하이파 지역에서는 미클라트, 쉘터를 열기 시작했단다. 90일 만에 두 번째 전선의 시작이다.    

녹화하느라 시간이 걸려서 하루 지나 성명을 발표했다. 아루리 같은 처지가 될까 봐 숨어사는 분. 

 

4년 전 오늘 술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즈군 사령관이 미국의 드론 공격에 암살됐다. 다들 이스라엘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때 네탄야후 총리가 공조를 거절해서 양국 사이가 틀어졌다고 고백한 바 있다. 아무튼 무덤 근처에서 추모식이 열리는 동안 폭탄이 터져 그 자리에서 103명이 죽었단다. 부상자도 141명이나 된다. 자살 폭탄 테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끔찍한 테러 스타일이 다시 돌아오는 걸까 봐 아찔하다. 무고한 무슬림 입장에서도 찝찝할 일이다. 포비아는 돈으로 막아지는 게 아니니까. 이란 대통령이 보복을 다짐하면서 이스라엘이 무거운 대가를 치러야 할 거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아니라고 말했다. IS가 재기를 노린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지 않나. 

 

이스라엘은 사법개혁안에 대한 최고법정의 판결이 나오며 시끄럽다. 극우파 국회의원은 이스라엘 사법부를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비견해 논란을 일으켰다. 수준 참. 네탄야후 총리를 위한 일종의 면책특권 법도 미뤄졌다. 국회가 나서서 네탄야후를 쉴드 치는 부적절한 시도라는 게 사법부의 판단이다. 민주주의는 개인을 위해 법을 만들지 않는단다. 이스라엘에 안보 위기를 야기해 결국 중동 전체를 분쟁으로 몰아넣은 게 그분 쉴드 치려는 갸륵한 시도였다고 생각하면 잠을 못 잔다. 그래서 당분간은 원인에 대한 얘기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전쟁 끝나고 보자는데, 이게 끝나기는 할까. 네탄야후는 전쟁 승리라는 타이틀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전쟁의 결과로 하마스를 쫓아내고 인질들을 구출하겠다는 심산인 모양이다. 하마스는 아루리 암살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 인질 협상 조건을 완화했었다는 보도다. 암살 이후에 당연히 협상은 중단됐다. 100명 넘는 인질들이 지금 어떤 상태일지 막막하다. 전쟁과 정치의 복잡한 면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이게 이럴 일인가.   

 

미국과 영국에 이어 프랑스와 독일도, 이스라엘 우파 정치가들이 제안한 가자인들의 '자발적 이민안'을 비난했다. 가자인들에게 콩고나 기타 적당한 나라들을 알아봐서 이민가라는 주장이다. 스모트리치와 벤그비르의 작품이다. 이걸 뭐 언급할 일이나 되나 했는데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스라엘 장관 하나는 사우디 아라비아로 건설 노동 취업을 권하기도 했다. 화 많이 날 거다. 지금 선거하면 저분들은 끈 떨어진다니까. 

 

미국 좌파 인사의 트윗이 6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미국의 수많은 시오니스트 의사와 간호사들이 팔레스타인, 무슬림, 남아시아, 흑인들에게 무슨 짓을 할지 공포스럽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아랍인 국회의원이자 산부인과 의사인 아흐마드 티비가 거짓말 좀 하지 말라고 트윗했다. 그런 게 인종차별이라는 충고도 했다. 

 

미국과 함께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에 공동 대응하기로 한 11나라가 성명을 발표했다. 호주, 바레인, 벨기에, 캐나다, 덴마크, 독일, 이탈리아, 일본, 네덜란드, 뉴질랜드, 영국이다. 우리나라야말로 조선업 강국 아닌가. 이 문제에 이해관계가 없는 건지, 이런 데 낄 급이 아닌 건지.